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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예요] ‘강민경 향수’·‘아이유 헤어미스트’…불황 속 니치 향수 열풍

스몰 럭셔리 문화 확산…니치 향수 인기
강민경 향수, 딥티크 ‘플레르 드 뽀 오 드 퍼퓸’ 26만9000원
아이유 헤어미스트, 딥티크 ‘헤어미스트 오 데 썽’ 9만3000원

강민경 향수로 유명한 딥티크의 ‘플레르 드 뽀 오 드 퍼퓸’. [사진 강민경 유튜브 캡처]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향기도 패션이잖아요.”

MZ세대를 중심으로 ‘스몰 럭셔리’ 문화가 확산하면서 프리미엄 향수인 ‘니치 향수’가 인기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소비를 아끼지 않는 MZ세대는 고가의 니치 향수 구매를 통해 ‘작지만 확실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향수 시장이 니치 향수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패션 기업들도 브랜드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패션에 편중됐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며 수익성을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LF·한섬, 향수 사업 확장

니치 향수 시장에 가장 먼저 나선 건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브랜드 판권을 이미 10개를 보유하며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신규 브랜드를 지속해서 발굴해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향수 브랜드로는 딥티크, 바이레도, 산타마리아노벨라 등이 있다. 최근에는 해당 브랜드들이 생활용품으로 제품군을 확장했다. 청소용 클리너와 가죽 케어 로션, 탈취용 캔들 등 각종 홈케어 용품 그리고 반려동물 전용 데오트란트와 샴푸 등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상품으로 딥티크의 ‘플레르 드 뽀 오 드 퍼퓸’이 있다. 강민경 향수, 황민현 향수, 헤이즈 향수 등 연예인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향수로 알려져 있다. 자연스러운 살 냄새를 연상시키는 머스크 계열의 향수로, 딥티크만의 방식으로 머스크향을 재해석해 섬세하고 은은한 아이리스(붓꽃)향과 관능적인 머스크향이 조화를 이룬다. 가격은 75ml 기준 26만9000원이다. 

딥티크의 ‘헤어미스트 오 데 썽’은 ‘아이유 헤어미스트’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톡톡히 탄 제품이다. 모발 전용 향수로 오렌지 나무의 꽃, 잎, 열매, 줄기까지 오렌지 나무 한그루의 향을 모두 담은 감각적인 향이 특징이다. 향수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오 데 썽 향수에 담긴 향을 그대로 헤어미스트에 담아 가볍게 사용할 수 있어 여름철에 특히 인기다. 30ml 기준 9만3000원이다. 

불리의 ‘레 자뎅 프랑세 컬렉션’. [사진 LF 제공]

엘에프(LF)는 2016년부터 프랑스 향수 브랜드 ‘오피신 유니버셀 불리’(불리)의 판권을 인수해 국내에 유통 중이다. 불리는 창립자인 장 뱅상 불리의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자연에서 추출한 유기농 원료 그대로를 사용하는 전통 제조 방식을 고수해오고 있다. 국내 니치 향수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불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50% 증가했다. 지난해 신규 매장도 6곳 늘렸고, 하반기에는 신규 매장을 1~2곳 추가할 예정이다. 지난해 2월에는 조향사 프랑수아 에냉이 2010년 만든 니치 향수 전문 편집매장인 ‘조보이’(JOVOY)도 운영 중이다. 조보이뿐 아니라 제로보암·카너 바르셀로나·윈느 뉘 노마드 등 총 8개 브랜드를 전개 중이다.

불리의 ‘레 자뎅 프랑세 컬렉션’이 지난달 새롭게 출시됐다. 지난 2019년 루브르 컬렉션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제품이다. 19세기 프랑스 텃밭을 향으로 담아냈으며, 채소와 과일, 허브를 조합시켜 만든 것이 기존 니치 향수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가격은 75ml 기준 29만5000원이다. 

LF에 따르면 조보이 ‘파리 컨듀트가 21번지 오 드 퍼퓸’이 올 여름 인기 아이템이다. 조보이가 재해석한 영국의 클래식함을 담은 제품으로, 우디한 향과 라벤더 향이 더해져 매혹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100ml 기준 25만원이다. 

한섬의 니치향수 편집숍 ‘리퀴드 퍼퓸 바’의 베스트 셀러 BDK 퍼퓸, 레짐 데 플뢰르 퍼퓸. [사진 한섬 제공]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전문기업 한섬 역시 향수 사업에 발을 들였다. 한섬은 지난해 5월 프랑스 니치향수 편집숍 ‘리퀴드 퍼퓸 바’를 열었다. 리퀴드 퍼퓸 바는 2013년 프랑스 파리 마레지구에서 시작된 향수 편집 매장으로 소량 생산되는 니치 향수를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한섬은 현재 3곳(팝업 포함)인 리퀴드 퍼퓸바 오프라인 매장을 서울 지역 주요 백화점을 중심으로 올 하반기까지 10여 곳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매장에서는 ‘퍼퓸 프라팡’, ‘어비어스’, ‘BDK 퍼퓸’, ‘베로니크 가바이’, ‘카린 로이펠트’, ‘에이맨 등 10여 개의 니치향수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다. 

BDK 퍼퓸은 프렌치 헤리티지를 이어가는 향의 서점으로 자신에 맞는 책을 고르듯 향수를 고를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 패션학교와 세계적인 원료사에서 커리어를 쌓은 다비드 베네덱이 직접 조향에 참가했다. 해당 라인에서는 ‘비디케이 그리 샤르넬 오드 퍼퓸’이 베스트 셀러다. 파리지앵의 시크한 도시적 감수성을 담은 향으로 은은한 무화과 향과 고급스러운 베티버, 샌달우드의 향이 매력적이다. 가격은 100ml 기준 279000원이다. 

“향수, 패션과 뷰티의 브릿지 역할…니치 향수 시장 성장세”

국내 향수 시장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향수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4408억 원에서 2019년 6000억 원을 넘어섰다. 오는 2023년 65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향수 시장에서 프리미엄 니치 향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90% 이상이다. 2019년 5270억 원이던 국내 니치 향수 시장 규모는 지난해 6250억 원으로 커졌다.

패션업계가 니치 향수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패션과 뷰티의 연결고리가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대부분이 향수로 뷰티 사업을 시작, 화장품 제품으로 확장해 사업을 키워나간다”며 “화장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기에는 패션과 화장품의 연결 고리가 없어 보이지만, 향수가 중간 역할을 해 관여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비싸지만 희소성이 높은 니치 향수를 찾는 소비자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한 번 니치 향수를 쓰게 되면 그 이하급의 향수를 쓰지 않고, 더 럭셔리한 브랜드의 향수를 찾게 돼 재구매율이 높다”며 “니치 향수가 ‘스몰 럭셔리’로 분류되면서 소비자들이 밥은 저렴한 걸 먹어도 향수는 비싼 제품을 찾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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