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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루·샤’ 이어 끌로에도 방 뺀다…면세점 브랜드 재편 묘수 될까

[격변의 면세시장] ②
코로나 타격에 명품 브랜드 줄줄이 시내면세점 철수
면세점, 새 브랜드 유치·내국인 마케팅 강화 집중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굳게 닫혔던 해외 하늘길이 열리고, 국제선까지 정기적으로 뜨기 시작하자 관련 산업이 숨통을 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면세업은 대유행(팬데믹)으로 인해 받은 타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아직 국제선 이용객은 2019년 대비 64% 정도 밖에 회복되지 않았다. 

국내 면세점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면세업계는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마케팅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면세점 호황기를 누리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면세업계는 새 판 짜기에 한창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브랜드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명 ‘롤·루·샤’(롤렉스·루이비통·샤넬)로 불리는 3대 명품 브랜드가 줄줄이 시내면세점에서 매장 운영을 중단했다. 최근에는 끌로에도 시내면세점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이들 브랜드가 방을 빼면서 이제 지방엔 샤넬을 파는 시내면세점은 없다. 샤넬은 지난해 3월을 기점으로 롯데면세점 부산점, 신라면세점 제주점에 있는 매장의 영업을 종료했다. 서울시내 면세점과 공항 면세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게 샤넬 측 설명이다. 

루이비통도 지난해 2월 롯데면세점 제주점 매장의 운영을 중단했다. 이후 루이비통은 신라면세점 제주점, 롯데면세점 부산점 매장을 추가로 닫는 등 국내 시내 면세점에서도 순차적으로 철수했다. 루이비통은 시내 면세점보다는 공항 면세점, 특히 중국의 국내선 공항 면세점에 집중하기로 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시계 브랜드인 롤렉스도 지난해 말부터 시내면세점에서 발을 빼기 시작해 현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1곳만 남겨뒀다. 명품 브랜드 끌로에 또한 국내 면세점에 입점한 부티크 매장 운영을 6월 말로 종료했다. 끌로에 부티크는 현재 신세계면세점 본점과 롯데면세점 본점·제주점, HDC신라면세점에 입점해 있는데 모두 영업이 종료됐다.

면세업계 실적 ‘빨간불’…‘다이궁’ 매출 줄어

주요 브랜드들이 정리되면서 면세업계 실적 회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 따른 본격적인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했지만, 최대 고객인 중국 시장이 닫혀 있어 당분간 관계 복원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5월 면세점 외국인 매출은 938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9.5% 줄었다. 지난 3월부터 2개월 연속 감소세다. 5월 면세점 외국인 방문객 수는 51만명으로 지난 2020년 2월(71만명)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5월 1496만원 수준이었던 객단가는 1년 새 184만원 수준까지 낮아졌다. 

외국인 고객 증가에도 매출이 제자리인 이유는 객단가가 높은 중국 관광객과 보따리상(다이공) 매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다이공은 시내 면세점 매출의 70%, 공항을 포함한 면세점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서울 중구 명동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브랜드가 잇달아 영업 중단을 선언한 데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매출 급감이 큰 원인이다. 이 기간 직격탄을 맞은 시내면세점과 달리 국내 백화점에서의 명품소비는 급증세를 보인 만큼, 오프라인 매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낫겠단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 면세 전문지 무디 데이비드 리포트는 국내 시내면세점 영업에서 다이궁 의존도가 높아진 것도 명품 브랜드 이탈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한다. 실제 시내면세점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다이궁 매출 의존도가 90% 수준으로 올랐다고 알려졌다.

문제는 다이궁이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훼손시킨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는 점이다. 다이공이 국내 시내면세점에서 상품을 대량 구매한 뒤 중국 소비자에게 이윤을 붙여 되팔거나 가품을 끼워 파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당 명품의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다는 것이 명품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이탈은 코로나 영향으로 매출이 줄어든 이유가 가장 크다”며 “면세 시장이 단체여행객 시장에서 다이궁 시장으로 변모하면서 명품 브랜드들이 대량으로 유통되는 걸 막고, 브랜드 가치를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철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면세업계로서는 코로나19 여파 속 간판 명품 브랜드 부재로 인한 매출 급감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현재 면세업계는 2019년 코로나 사태 때 대비 70% 정도 회복된 수준”이라며 “대표적 명품 브랜드들이 이탈하면서 시내면세점이 경쟁력을 잃은 것은 사실이기에 앞으로 괜찮아지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상황이다”고 말했다.

‘롤·루·샤’ 부재 면세점, 대책 마련…내국인 마케팅 강화

면세업계는 다양한 브랜드를 유치해오며 ‘롤·루·샤’ 부재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새로운 수입·명품 라인을 강화하고 있고, 특히 MZ세대를 타깃으로한 다양한 브랜드를 지속 발굴해 유치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의해 입점과 퇴점을 진행하고 있고, 시장 상황에 따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협의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통로가 여행객으로 붐비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또 다른 관계자는 “샤넬·루이비통 급의 럭셔리 브랜드를 들여오려면 계약이 까다로워서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시장을 바라보고 럭셔리 브랜드와의 협약을 계속 진행하면서 MD 개편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면세점들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내국인 대상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면세 구매 한도 폐지에 따른 락인(가두기) 장치를 마련, 멤버십 제도를 개편하는 등 ‘충성 고객 모시기’에 돌입한 것이다. 각종 환율 보상 행사와 적립금 증정 마케팅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들은 면세점을 1년에 1~2번 이용하는 게 대부분이라 적립금을 많이 주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면세점을 택하게 된다”며 “충성 고객을 모으기 위해 보다 나은 멤버십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전면적인 멤버십 개편을 보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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