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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 등판용' 올리브네트웍스, CJ家 살렸다?[지배구조 돋보기]

과거 CJ그룹 경영권 승계 추진 핵심 역할한 CJ올리브네트웍스
최근 CJ CGV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량 투입
CJ 현금 600억원만 투입해 지분율 낮아질 수 있었지만 지배력 유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사진 CJ]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최근 CJ CGV(079160)의 1조원 규모 유상증자와 관련해 일반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주사 CJ는 현금을 600억원만 투입하고, 시너지가 불분명한 IT 서비스 업체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4500억원 규모를 현물출자해 대주주 지분 희석 방어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CJ올리브네트웍스는 과거 CJ그룹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승계 추진에 핵심역할을 해왔는데, 이번에도 오너가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분할·합병 과정서 승계 지렛대 된 CJ올리브네트웍스

30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오랜 기간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에게 기업을 승계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CJ올리브네트웍스는 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적극 활용됐다. 

지난 2014년 12월 1일 당시 세금탈루와 횡령 혐의로 수감 중이던 이 회장은 이선호 경영리더에게 CJ시스템즈 15.9% 지분을 증여했다. 이어 다음날 CJ시스템즈가 CJ올리브영을 흡수합병해 CJ올리브네트웍스가 탄생했다. 이 부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1.3%를 보유하게 된다. 

2015년 이 회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이선호 경영리더와 장녀 이경후 CJENM 경영리더에게 각각 4.54% 씩 증여해 전량을 처분했다. 2016년에는 이선호 경영리더의 지분율은 15.84%에서 17.97%로 상승했다. 이경후 경영리더 역시 4.54%에서 6.91%로 지분율이 올라갔다. 그해 CJ파워캐스트를 CJ올리브네트웍스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남매 지분을 삼촌인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 지분과 주식스왑(교환)하면서다. 

이후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선호 경영리더가 그룹 지주사 CJ의 지분을 확보하는 지렛대 역할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CJ그룹은 2019년 4월 CJ올리브네트웍스의 사업을 분할해 헬스·뷰티(H&B) 부문인 올리브영을 인적분할하고 IT부문인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의 100%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편입 대가로 주주들은 CJ 주식을 교환받았다. 

그 결과 당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7.97%를 보유한 이선호 경영리더는 이 과정에서 CJ 지분 2.8% 확보하게 된다. 기업대물림을 위해 CJ 지분율을 늘려야하는 이 회장 자녀에게 CJ올리브네트웍스는 단비 같은 존재였다. 이에 더해 이 회장의 자녀는 그룹 최대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자리 잡은 올리브영의 지분까지 얻으면서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게 됐다. 

'상장 추진' 올리브영 통해 증여세 재원 마련 

올리브영의 올 1분기 매출은 82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3%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시장에선 CJ올리브영 기업가치를 2조~4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높을수록 이선호 경영리더로선 승계에 유리하다. 상장 후 올리브영 주식(11.04)을 처분해 지주사인 CJ 지분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모가에 따라 수천억원의 현금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J올리브영의 최대주주는 CJ로 지분 51.15%를 보유하고 있다. 이선호 경영리더와 이경후 경영리더의 지분율은 각각 11.04%, 4.21%다. 문제는 이선호 경영리더의 CJ 지분이 1분기 말 기준 3.2%로 이 회장(42.07%)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는 것이다. 이 경영리더는 이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기 위해 증여세 마련이 시급한데 CJ올리브영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구주 매출을 일으켜 충당하는 방법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CJ올리브영이 증시 불황에 상장 작업을 잠정 중단했지만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핵심 지렛대로 여전히 주목 받고 있다. 이처럼 무게 추가 CJ올리브영으로 옮겨지며 과거 경영권 승계 작업을 뒷받침해 왔던 CJ올리브네트웍스의 역할은 제한적인 상황이 된 듯 했다. 

하지만 CJ CGV 유상증자 과정에서 CJ올리브네트웍스는 다시 오너가의 지배력을 지키는 핵심 수단으로 부상했다. 
 
지난 20일 CJ CGV는 총 1조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5700억원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4500억원을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조달한다. 주주 배정 유상증자에는 그룹 지주사인 CJ가 600억원 가량 참여한다.

CJ CGV의 유상증자에 지분율(48.5%)만큼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CJ 지분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CJ는 CJ올리브네트웍스를 활용해 지분율을 비슷하게 유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금을 투입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대신,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량을 CJ CGV에 넘기고 그 대가로 신주를 취득하기로 해서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현금 지원 제한적, 계열사 지분 활용해 유증 참여

CJ그룹은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어온 CJ CGV를 정상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반 주주들의 심기는 불편한 상태다.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CJ CGV 신주는 7470만 주(주당 7630원)가 발행될 예정이다. 이 경우 CJ CGV 발행 주식 총수는 4772만8537주에서 1억2242만8537주로 약 1.5배 늘어나게 된다. 현물출자에 따른 추가 발행분까지 고려하면 주식 가치는 더욱 떨어지게 된다.

더욱이 어려움을 겪는 자회사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야 할 모회사 CJ가 CGV 증자에 단 600억원만 참여한다고 밝히면서 경영 실패의 책임을 일반 주주들에게 전가하는 모양새가 연출돼 비난을 받고 있다. 여기에 CJ CGV는 이미 지난 3월 말 주주총회 당시 정관 개정을 통해 이번 대규모 유상증자를 사전에 준비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CJ CGV는 당시 주총에서 ‘정관 일부 개정의 건’을 통해 ‘제5조 발행 예정 주식의 총수’ 정관상 발행 주식 총수를 기존 1억 주에서 2억 주로 확대했다. 이로써 신주를 포함해 1억 주가 넘는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또 ‘제10조 주식의 발행 및 배정’ 정관을 개정해 발행할 수 있는 신주의 총량도 늘렸다. 기존 ‘발행 주식 총수의 100분의 25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고 명시된 정관 중 ‘100분의 25’를 ‘100분의 50’으로 수정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는 주식시장에서 좋아하지 않는 이슈지만 신규 성장을 위한 투자라면 주가가 빠르게 회복하는 경우도 많다"며 "CJ CGV의 경우 우선 자본확충이 급하니 (유상증자가) 이해는 되지만 성장 스토리는 영화관이 처한 시장 상황과 경쟁 관계를 감안하면 동의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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