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올랐지만…‘줍줍’ 경쟁에 몰리는 이유
[불붙는 청약] ② 공급가격·시세 간 수억 차익...로또분양 '여전'
대출규제 완화·추첨물량 증가, ‘청약 불패’에 한 몫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 흐름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서울 청약시장은 지속적인 열기를 보이는 추세다. 그 원인으로는 여전히 시세보다 저렴한 공급가격이 책정되며 ‘로또 분양’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결과, 지난 5월 말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 ㎡ 당 분양가는 941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대비 10.1%, 전월 대비 1.38% 오른 셈이다. 3.3㎡(평) 단위로 환산하면 약 3100만원 수준이다.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등에 따라 전반적인 공사비가 오른 데다 금융 비용 역시 급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6월29일 기준,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테크에 따르면 서울시 아파트 평균 시세는 3.3㎡ 당 3292만원으로 이보다 높았다. 서울시 아파트 평균 연식이 22.4년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이 부족한 새 아파트 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2015년 사용승인을 받은 마포구 용강동 소재 ‘래미안 마포리버웰’ 3.3㎡ 당 시세는 5503만원(한국부동산원, 6월29일 기준)이지만 입주 20년을 맞은 인근 ‘마포 용강 삼성래미안’ 3.3㎡ 당 시세는 이보다 1000만원 이상 낮은 4352만원에 불과하다.
당첨 즉시 ‘5억원’ 차익, 높아지는 경쟁률
‘흑석 리버파크자이’ 무순위 청약 역시 일명 ‘5억원 로또’로 유명세를 타면서 93만 청약자를 모았다. 지난 2월 입주를 시작한 해당 단지 전용면적 59㎡ 타입 시세는 13억원에서 14억원 수준으로 이번 무순위 청약 공급가격인 6억4650만원의 2배에 달한다. 현재 이러한 공급가는 동일 면적 기준, 다른 아파트의 전세시세 수준에 불과하다.
동작구 소재 수방사 부지에서 진행한 사전청약 모집에도 7만2000여명이 몰렸는데 해당 단지 역시 당첨 즉시 5억원 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금리 급등 영향으로 미분양 우려까지 나왔던 ‘올림픽파크 포레온’ 분양권은 전매가 제한돼 거래가 어려우나, 전용면적 84㎡ 입주권 실거래가를 고려할 때 이미 반년 만에 5억원 가량 웃돈이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저(低) 분양가 현상이 지속돼온 이유로는 관련 규제가 지목된다. 올 초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됐지만, 분양보증을 받아야 주택공급이 가능한 시장 구조 상 HUG의 분양가 심사가 불가피하다. 분양가 심사 당시와 실제 공급 사이에 시차가 발생하며 최근 급등한 공사비를 비롯한 각종 비용이 제대로 공급가격에 반영되지 못하는 탓도 있다.
규제완화 수혜, 젊은 층에 몰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자재비를 비롯한 각종 물가가 오르고 있어 분양가격이 지금보다 떨어질 가능성은 적다”면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다 하더라도 실거주용 주택이라면 지금 분양 받는 것이 손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규제완화 흐름 또한 분양열기에 한 몫하고 있다. 올 초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각종 전매제한과 대출 규제를 피해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투기과열지구에 적용됐던 LTV(담보인정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한도가 풀리면서 일명 ‘선당후곰’(“일단 당첨된 뒤 고민한다”는 뜻의 신조어)이 가능한 가구가 늘었다.
수많은 ‘청약 포기족(族)’을 낳았던 가점제 물량이 줄고 추첨제 물량이 늘면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젊은 수요자들도 청약에 몰리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가점제로만 공급되던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 물량이 정부의 주택공급 최대 60%까지 추첨제 분양이 가능해졌다.
7월11일 일반공급을 시작하는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 역시 전용면적 51㎡와 59㎡ 타입이 일반분양으로 나와 60%가 추첨제다. 신혼부부 등 청년층과 무주택 서민에게 총 50만호를 공급하는 뉴홈 청약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뉴홈 2차 사전청약에 신청한 청약자 76.7%가 20~30대였다.
이은형 대한주택건설연구원 연구위원은 “뉴홈 등 공공분양 외에도 분양가 규제로 인해 시세보다 저렴한 단지가 나오면서 청약 열기는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는 지난해 인상된 금리에 시장 전체가 적응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는 데다 특례보금자리론 등 고정금리 정책금융 상품도 나오면서 주택 수요자들에게 금리가 더 이상 리스크가 아닌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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