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롯데캐피탈이 할부리스(이하 캐피탈)업계에서 유일하게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은 크게 증가한 반면 수익은 사실상 제자리에 머물며 실적이 악화되면서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의 위기로 촉발된 롯데그룹의 계열지원 능력 약화 역시 악재로 작용하며 롯데캐피탈의 발목을 잡았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캐피탈은 나이스신용평가가 진행한 정기 평가에서 신용등급이 기존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강등됐다. 롯데캐피탈의 강등 사례는 나신평이 정기 평가를 진행한 캐피탈 업체 중 유일하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롯데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시장에서는 롯데캐피탈의 신용등급 강등이 예견된 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롯데케미칼 등 그룹 내 핵심 기업들의 위기와 더불어 롯데캐피탈의 수익성이 크게 둔화된 것이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롯데캐피탈은 금리 인상과 조달환경 악화로 지난해 1분기 대비 이자 수익이 크게 줄었다. 이자비용 증가 폭이 이자수익 증가폭을 크게 상회하면서 수익성이 둔화 된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캐피탈사의 2023년 3월말 기준 1개월 이상 연체율은 1.5%로 상승했다. 연체율 상승에 따라 1개월 이상 연체채권에 대한 충당금 커버리지도 저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롯데캐피탈의 올해 1분기 이자비용은 629억원으로 전년 동기(423억원) 대비 48.7%(206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이자수익은 1208억원에서 131억원으로 8.6%(104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른 순이자수익은 785억원에서 683억원으로 13% 줄었다. 전체 영업이익도 786억원에서 348억원으로 반토막난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조달환경이 저하된 상황에서 자산 회수 지연이 지속될 경우 유동성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다른 롯데 계열사들과 마찬가지로 롯데그룹의 계열지원 능력 약화가 뼈아프게 작용했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재무부담 상승이 채무상환능력 약화로 이어졌고 그룹의 다른 계열사에 대한 지원 기대감 역시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한기평과 나신평도 롯데캐피탈의 장기 및 단기신용등급 하향 조정 이유로 롯데그룹 계열지원능력 약화를 꼽았다. 롯데케미칼의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져야만 그룹사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 검토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유동성위기에 빠진 롯데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구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올해 1분기 말 기준 총차입금이 8조원을 넘어섰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조달비용 부담과 부동산 침체 여파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캐피탈 업계 전반에 실적 하방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롯데캐피탈의 경우 롯데케미칼 등 그룹 내 주력 계열사의 부진 여파로 지원 여력까지 줄어들게 되면서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롯데캐피탈만 유일하게 신용등급에 강등된 점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며 “전반적으로 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에 분위기 반전을 이루긴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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