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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 시중은행 과점 깰 ‘메기’ 될 수 있을까

대구銀 “올해 안에 시중은행 전환 검토 및 추진”
낮은 자금 조달력…수신금리 높이면 대출금리 및 연체율 상승 이어져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시중은행 전환, 당장 큰 효과 없을 수도”

대구 수성구에 있는 대구은행 본점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한다. 정부가 시중은행 과점 문제 해결을 위해 대구은행을 새 '메기'로 낙점했다. 하지만 금융권은 대구은행이 자산 규모나 수익 면에서 시중은행과 차이가 커 ‘메기’ 역할을 하기엔 아직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대구은행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고 과점체제 혁신할 것”

6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DGB대구은행은 10월쯤 시중은행 전환에 필요한 인가를 금융위원회에 신청해 본격적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태오 DGB금융지주(139130) 회장은 지난 5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구은행은 올해 안에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하고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날인 6일 황병우 행장도 대구 수성동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고 과점체제를 혁신할 메기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전했다.

황 행장은 “대구은행이 시중은행급의 재무구조와 신용도를 갖췄음에도 지방은행이라는 이유로 받는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강화된 경쟁력을 기반으로 대구·경북에 더 든든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전환 이후에도 본점은 대구에 두고, 강원·충청 지역에 거점 점포를 출점하는 등 영업망을 넓힐 계획이다. 

시중은행 순이익·자본 규모, 대구은행보다 7배↑ 

금융권은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뒤에도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평균 9239억원을 기록했다. 대구은행은 1278억원으로 7배 이상 차이났다. 

지주 규모로 보면 KB금융(105560)의 총자산은 1분기 말에 691조원, DGB금융은 91조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방금융권을 비교해 봐도 대구은행보다는 부산은행이 더 경쟁력을 갖춘 모습이다. 지난해 말 총 당기순이익을 보면 부산은행은 4557억원, 대구은행은 387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BNK금융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주축으로 지난해 858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DGB금융은 이보다 절반가량 적은 4364억원을 기록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숫자로 따지면 시중은행과 비교해 경쟁력 있는 지방은행은 부산은행일 것”이라며 “다만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상징적인 부분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금금리 높이면 대출금리 및 연체율 상승 나타나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6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콘퍼런스홀에서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해 기자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예적금 금리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몸집이 작은 대구은행이 무리한 예적금 상품을 내놓을 경우 비용 부담이 커져 경쟁력을 더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보통 은행은 이자이익을 내기 위해 대출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결국 수신 금리를 높여 다른 은행에 예치된 자금을 가져와야 한다. 하지만 현재도 지방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높은 상황이다. 지금보다 금리를 더 높이면 비용 증가가 심해지고, 대출금리 추가 인상에 영향을 줘 연체율이 상승할 수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대구은행의 ‘DGB주거래우대예금(첫만남고객형)’ 최고 금리는 연 3.85%다. 일반은행 전체에서 SC제일은행과 부산은행의 정기예금 다음으로 금리가 가장 높다. 시중은행에서는 우리은행의 ‘원(WON)플러스예금’ 금리가 연 3.73%, 인터넷은행에서는 케이뱅크의 ‘코드K 정기예금 금리’가 연 3.80%로 가장 높다.

이처럼 지방은행의 예금금리가 더 높은 상황이지만, 고객자금 흡수 능력은 다소 부족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4월 내놓은 ‘국내은행의 예금 및 자산생산성’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예금생산성은 인터넷전문은행, 시중은행, 특수은행, 지방은행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예금생산성이 높다는 것은 동일한 금리를 가지고 더 많은 예금을 모집한다는 의미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예금생산성은 은행의 평판, 편의성 등에 큰 영향을 받았다. 

이미 대구은행 이자비용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이자비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9% 증가했고, 이자비용 중 예수부채이자는 224.7% 급증했다. 연체율은 0.54%로 같은 기간 국내은행 평균인 0.33%보다 높았다. 

금융당국도 몸집이 작은 대구은행이 당장 기존 시중은행 과점 체제를 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중은행이 한 곳 늘어남에 따라 장기적으로 과점이 조금씩 해소될 수 있다고 믿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사실 대구은행 크기가 일반 시중은행에 대해 상당히 작은 상황이라 당장 큰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며 “사이즈는 작지만 시중은행이 5개에서 하나가 더 늘어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고, 중장기적으로도 중요한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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