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에도 중국 K팝 팬들이 생존하는 방법…공동구매가 무기
중국 K팝 팬들 음반·굿즈 공동구매로 팬심 보여주기도
정치와 팬심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중국의 K팝 팬들이 한한령(限韓令, 한류 제한령)에도 살아남는 방법이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다.
2017년 주한 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이후 중국에서 K팝 스타의 중국 TV 출연 금지, 드라마 방영 금지 등의 한한령이 시작됐다. SCMP는 2년 전부터 한한령이 완화되면서 중국의 K팝 팬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K팝을 즐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SCMP는 10년 동안 K팝 팬이었던 신장 출신의 마이라 카오 루이양(Myra Cao Ruiyang)은 K콘텐츠를 좋아하는 팬들이 공동구매를 통해 여전히 K팝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보도에서 카오는 “앨범을 해외에서 대량으로 구매해 중국으로 배송하고 있다”면서 “불편하지만 (K팝 팬들은) 어떻게든 활동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결제 앱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의 걸그룹 트와이스의 팬인 그레이스 왕도 중국에서 한국 아이돌의 상품을 구하는 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한국 아이돌의 앨범과 포토카드를 사면 훨씬 저렴하고 한국과 일본을 통한 배송이 매우 편리해서 상품을 구하기가 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앨범 구입과 트와이스와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의 구독료를 기꺼이 지불하고 있다고 전했다.
K팝을 좋아하는 중국의 팬들은 중국과 한국의 정치적인 혹은 경제적인 문제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SCMP는 분석했다. 한 중국 팬은 “K팝과 콘텐츠가 금지됐지만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과 콘텐츠를 즐길 방법을 알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 아이돌이 중국 공식 채널에 출연할 수 없다는 것은 여전하다”면서 “실제 TV를 보는 사람이 없어서 큰 영향을 받지 않고 팬들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K콘텐츠 팬들은 한국의 아티스트를 SNS에서 너무 많이 언급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소셜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면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K팝 팬들은 정치적인 정체성이 자신들의 활동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K팝의 또 다른 중국인 팬은 “K팝 아이돌의 상품을 내가 구매하지만, 그들의 개인적인 정치적 견해를 상품의 일부로 보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한 예로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가수 청하가 한 생방송에서 “(한복은) 우리의 전통 의상입니다”라고 말했지만, 중국 팬들의 감정을 크게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SCMP는 이번 기사에서 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유지하고 있지만 K팝 팬들은 독립적으로 K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상황을 분석했다. 중국의 한 K팝 팬은 “(K팝 팬으로 활동하면서) 우리는 우정을 쌓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애플의 中 사랑?…팀 쿡, 올해만 세 번 방중
2 “네타냐후, 헤즈볼라와 휴전 ‘원칙적’ 승인”
3“무죄판결에도 무거운 책임감”…떨리는 목소리로 전한 이재용 최후진술은
4中 “엔비디아 중국에서 뿌리내리길”…美 반도체 규제 속 협력 강조
5충격의 중국 증시…‘5대 빅테크’ 시총 한 주 만에 57조원 증발
6이재용 ‘부당합병’ 2심도 징역 5년 구형…삼성 공식입장 ‘無’
7격화하는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갈등…예화랑 계약 두고 형제·모녀 충돌
8“이번엔 진짜다”…24년 만에 예금자보호 1억원 상향 가닥
9로앤굿, 국내 최초 소송금융 세미나 ‘엘피나’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