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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 된 피프티피프티…교보문고·기술보증기금도 난감

교보문고, 작년 9월 더기버스에 100억 투자
기보는 어트랙트 투자연계보증 지원 나서
데뷔 8개월만에 전속계약 가처분 소송
첫 심문서 날선 공방…“이견 못 좁혀”

[사진 피프티피프티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데뷔 직후 미국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며 ‘중소돌의 기적’으로 불렸던 걸그룹 피프티피프티를 둘러싼 법정공방이 본격화됐다. 피프티피프티 소속사 어트랙트와 프로듀싱업무를 담당한 더기버스 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이들에 각각 자금을 지원한 기업과 보증기관도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교보문고는 지난해 9월 더기버스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100억원을 투자했다. 교보문고는 더기버스 지분 29.8%를 확보했다. 당시 교보문고는 음원 IP(지식재산권) 콘텐츠 강화 차원에서 투자를 단행했는데, 올해 초 더기버스가 프로듀싱한 피프티피프티가 미국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며 승승장구하자 지분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피프티피프티는 소속사 어트랙트와 외주계약을 맺은 더기버스의 합작으로 탄생한 걸그룹이다.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는 안성일 더기버스 대표이자 프로듀서와 함께 2020년 걸그룹 연습생 12명을 뽑은 뒤 2년 동안 트레이닝을 진행해 최종 선발한 4명을 피프티피프티로 데뷔시켰다. 중소 기획사인 어트랙트는 외주용역계약을 맺고 안 대표에게 프로듀싱과 트레이닝을 맡겼다. 

그러나 피프티피프티의 성공 이후 어트랙트와 더기버스가 각각 투자 유치에 나서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더기버스가 교보문고와 손을 잡기 이전 어트랙트는 지난해 3월 국내 액셀러레이터로부터 10억원 규모 시드 투자에 성공했고, 올해 6월엔 한세실업, 예스24 등으로부터 각각 1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어트랙트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이들이 인수하는 구조였다. 

기술보증기금 역시 어트랙트의 투자연계보증 지원에 나선 바 있다. 지난달 14일 투자연계보증을 올해 35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스타트업 중심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기보의 투자연계보증은 벤처캐피탈(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기업에 기보가 우대보증을 지원하는 제도로, 피프티피프티 소속사 어트랙트도 이 제도의 지원을 받았다. 

당시 기보는 어트랙트에 대해 “2021년 전홍준 대표에 의해 설립된 신설기업으로 창업초기 재무실적은 미미하나, 다수의 음반제작, 아이돌 그룹 육성 등 동업종에서 30년 이상 종사한 경험과 초기 엔젤투자 유치에 성공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고 밝혔다. 기보는 전 대표와 어트랙트의 잠재력을 보고 투자연계보증을 지원한 셈이다. 

[사진 어트랙트]
향후 피프티피프티의 활동이 어려워질 경우 어트랙트와 더기버스에 투자한 기업들은 투자원금을 모두 날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피프티피프티는 할리우드 영화 ‘바비’의 OST를 불렀지만 뮤직비디오 촬영이 무산됐고, 오는 8월 열릴 ‘케이콘 LA 2023(KCON LA 2023)’, 1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한영수교 140주년 기념 공연 등 해외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투자연계보증에 나선 기보 역시 향후 양 측의 분쟁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 피프티피프티의 정산을 둘러싼 멤버들과 소속사 어트랙트 간의 첫 공판에선 양 측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다)는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이 어트랙트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기일을 열었다. 이날 심문기일에는 피프티피프티 멤버들과 전 대표 등은 참석하지 않았고 양측의 법률대리인의 각 측의 입장을 전했다. 

어트랙트 측 법률대리인은 피프티피프티 측의 정산 의무 불이행 주장에 대해 “중대한 오해가 있거나 의도적으로 왜곡된 설명”이라고 반박했다. 스타크루이엔티와의 선급금 유통계약 체결에 대해선 “과거 스타크루이엔티와 멤버들이 계약을 했고 이후 어트랙트를 따로 설립해 멤버들의 전속계약을 이어갔다. 이는 채권자(피프티 피프티)도 동의를 했으며, 회사는 영업양도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멤버들이 받을 고통을 보며 안타깝다. 하루빨리 멤버들과 협의를 하고 싶지만 전혀 접촉할 기회가 없었다. 집에도 찾아갔지만 접촉하는 데 실패했다”며 이번 사건의 본질은 ‘외부 세력’에 있음을 주장하며 가처분 승소보다 피프티피프티 멤버들과의 원만한 합의와 조속한 해결을 바라고 있음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피프티피프티 측 법률 대리인은 가처분 소송 제기와 관련해 “정산 문제를 지적한 것이 단순히 돈을 달라는 뜻이 아니다. 멤버들이 억측과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소속사로서 신뢰관계가 전속계약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가 됐고, 그만큼 소속사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어트랙트 측의 ‘외부 세력’ 주장에 대해선 “본질 흐리기”라고 반박했다. 

피프티피프티 측은 “인터파크와 스타크루이엔티가 90억원 규모 선급금 유통계약을 체결했다. (전 대표가) 그 중 60억원을 음반 투자금으로 사용했고, 음반 수입은 스타크루이엔티로 가는 구조”라며 해당 계약이 어트랙트가 아닌 스타크루이엔티와 체결된 탓에 멤버들이 제대로 정산 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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