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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리스크…핵심은 ‘롯데케미칼’

[위기와 기회 사이 롯데그룹]③
업황 악화에 지난해 영업손실 7626억원
불어나는 순차입금…3조9000억원 넘겨
롯데케미칼, 계열사 신용도 회복 '열쇠' 될까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 롯데케미칼]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기자] 상반기 롯데그룹의 무더기 신용등급 하향 원인으로는 롯데케미칼이 꼽힌다. 지난 6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향으로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도 줄줄이 하향됐다. 롯데그룹이 신용위기에서 벗어나려면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 재무안정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6월 20일 롯데케미칼(AA,안정적)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의 종합석유화학회사로 석유화학 밸류체인을 아우르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어 롯데캐피탈·롯데렌탈·롯데오토리스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도 함께 내려갔다. 롯데케미칼의 계열의 지원능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한기평은 “그룹 내 비중이 큰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이 하락함에 따라 계열통합신용도가 하락했다”며 “유사시 계열지원가능성을 반영할 수 없게 돼 해당 업체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업황 부진에 따른 영업 수익성 저하

신용평가 3사는 롯데케미칼의 영업수익성 저하를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과거 롯데케미칼은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들어 적자 기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2년 연결기준 매출액 22조2761억원 영업손실 7626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2019년 1조5356억원 △2020년 3569억원 △2021년 1조1073억원으로 꾸준히 흑자를 이어왔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악화됐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 4조9323억원 영업손실 262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의 실적 악화는 최근 석유화학 업황 부진 장기화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석유화학 업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도시 봉쇄, 유가상승,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을 겪으며 크게 위축됐다.

한기평은 “중국 봉쇄정책, 공급망 경색,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수요 위축과 중국 중심의 증설 확대 등으로 공급과잉이 심화됐고, 러-우 사태로 주 원료인 납사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부담이 확대되는 등 부정적 업황의 여파로 실적이 크게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나신평은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포장재 등 합성수지 제품을 시작으로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해 롯데케미칼의 수익성 역시 동 기간 매우 우수한 수준을 유지했다”며 “그러나 2021년 하반기 이후 유가 상승에 따라 원가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감소하며 업황이 크게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늘어나는 차입금…악화하는 재무안정성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차입금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재무안정성이 저하됐다. 지난 2019년부터 2021년 말까지 ‘부(-)의 순차입금’을 기록하며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해왔지만 2022년 부터는 순차입금이 급격히 늘어났다.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은 △2021년 말 연결기준 3000억원 △2022년 말 3조1000억원 △2023년 3월 말 3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롯데케미칼의 차입부담이 급증한 데에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영향이 컸다. 2조원이 훌쩍 넘는 대형 딜로 롯데캐미칼은 2023년 1분기 유상증자로 약 1조2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지만, 잔금 지출로 차입규모가 늘어났다. 롯데케미칼은 인수대금 중 계약금 2700억원은 2022년 10월에 지급했고 잔금 2조4300억원은 올해 3월에 지급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NCC 신설 투자 등 CAPEX(설비투자) 부담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기평은 “영업현금창출력 약화 및 인수로 인한 자금 부담 등으로 재무안정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중기적으로 해외 신증설, 2차전지 소재 등 연간 3조원 이상의 투자 부담이 이어질 전망으로 단기간 내 재무안정성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나신평은 “1월 중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며,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일부 자산의 유동화를 계획하는 등 현금 확보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나, 상당 부분을 차입 조달에 의존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차입금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계열사 내려간 신용등급 회복하려면

신용평가업계에선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회복이 계열사들의 등급 회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신평은 롯데그룹의 계열지원능력이 상향되는 경우 롯데캐피탈, 롯데렌탈 등의 등급 상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도가 상향되면 계열지원능력이 상향돼 계열사들의 등급 상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의미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그룹 내 주요 계열사나 등급 하향 계열사 등의 신용도 변화 등 다른 변수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롯데케미칼의 신용도가 회복되면 이번 정기평가에서 ‘계열지원가능성’이 약화되면서 등급이 내려간 롯데캐피탈, 롯데렌탈, 롯데오토리스 등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이전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신용평가사들은 ‘순차입금/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배율을 기준으로 등급 조정을 검토한다. 배율이 낮을수록 재무안정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도 높아진다. 롯데케미칼은 2018년 0.0배, 2019년 –0.1배, 2020년 –0.3배, 2021년 –0.3배로 낮은 배율을 유지해왔다. 이후 순차입금이 크게 늘면서 지난해 14.1배로 급증했다. 올해 1분기는 3.6배로 집계됐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상향을 위해선 재무안정성 회복이 필요하다. 한기평과 나신평은 신용등급 상향 검토 요인으로 ‘순차입금/EBITDA 1배 이하’를, 한신평은 ‘2배 이하’를 제시했다. 이외에도 신평사들은 ‘사업경쟁력 강화’, ‘현금창출력 개선’ 등을 상향 검토 요인으로 꼽았다. 

롯데케미칼은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시점이라고 밝히며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차입금을 줄이는 것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 예상이 되진 않지만, 회사 차원에서 빠르게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부채비율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지난해부터 미래를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으며 배터리 소재, 수소 등 여러 영역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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