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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센다·위고비, 식욕 억제 되지만…비만 치료 답안은 아냐”

[살빼는 약 ‘위고비’ 신드롬]③ 박철영 대한비만학회 이사장
비만 치료 핵심은 식사·운동·행동…“약물은 보조 수단”
‘비만=질병’ 알아야…약물·수술 요법 후 관리도 중요

박철영 대한비만학회 이사장 [사진 대한비만학회]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비만을 질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까요?”

세계보건기구(WHO)는 30여 년 전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비만을 실제 질병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비만을 단순히 체중이 늘어난 상태로 보기 때문이다. 대한비만학회는 우리 몸에 과도하게 체지방이 축적된 상태를 비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체지방이 축적됐다고 곧바로 질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만한 상태가 지속되면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은 커진다. 체중으로 인해 무릎과 관절 등이 상하는 기계적(mechanical) 문제는 물론, 지나친 지방이 우리 몸에 쌓여 발생하는 대사적(metabolic) 증상이 여러 질환으로 이어진다. 실제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 우리가 겪을 수 있는 대부분의 만성질환은 비만에서 시작한다.

박철영 대한비만학회 이사장(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도 비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기준이 제각각인 점을 지적했다. 살이 쪘지만 자신을 비만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박 이사장도 “대한비만학회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고도비만이면서 자신을 ‘통통하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20%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 비만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사실과는 반대다. 우리나라 성인의 비만 유병률은 2022년 기준 38.4%로, 10여 년 동안 계속 증가했다. 특히 남성인 비만 환자는 50%에 달한다. 사실상 성인 남성 2명 중 1명은 비만인 셈이다. 비만인 상태가 지속되면 다양한 중증질환에 걸릴 확률은 높아진다. 자연스럽게 비만 환자와 만성질환 환자에게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도 커진다.

박 이사장은 “‘묵은 지방’은 간과 췌장, 심장 등 다른 장기에도 쌓인다”면서 “최근 유병률이 높아지는 암종의 대다수도 비만과 관련돼 있다”고 꼬집었다.

비만으로 인해 발생하는 암종으로는 대장암이 가장 흔하다. 유방암과 갑상선암도 비만과 관련돼 있다. 과도한 섭취와 분해가 대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사실상 많이 먹고, 많이 소모하는 행위는 우리 몸에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는 게 박 이사장의 설명이다.

박 이사장은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체내 ‘쓰레기’가 생성된다. 운동을 통해 체중을 관리한다고 해도 적게 먹는 것보다 건강하지 않다”면서 “비만하지 않다고 해도 우리 몸에 지속해서 생성되는 쓰레기는 곧 노화와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근본 치료 없이 ‘기적의 비만 치료제’는 없다”

이는 대한비만학회가 비만 치료의 기본 단계로 식사와 운동, 행동 요법을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 이사장도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비만 치료가 식사 조절”이라고 했다. 삭센다와 위고비 등 비만 치료제도 식욕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다만 약물 요법은 비만 치료의 답안은 아니다. 식사와 운동, 행동 요법으로도 체중 조절이 어려운 비만 환자들만 약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식사조절과 운동, 행동 요법을 하지 않고 약물만 투여하면, 약물을 중단했을 때 체중은 원래대로 돌아온다. 때론 약물을 복용하기 전보다 체중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박 이사장은 “비만 치료제가 많이 알려지다 보니 진료 중에 비만 치료제를 요구하는 환자도 있다”며 “약물 치료는 다른 치료 방법으로도 생활 습관이 교정되지 않는 환자에게 처방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약물 치료가 단순히 ‘효과 좋은’ 치료 방법으로만 비춰져선 안 된다”며 “식사조절과 운동, 행동 요법 없이 ‘기적의 치료제’는 없다”고 역설했다

약물 치료의 이점도 있다. 조건을 갖춘 환자에게는 좋은 치료 방법이 된다. 비만 치료를 위해 대사 수술을 앞둔 비만 환자가 대표적이다.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을 앓는 환자도 마찬가지다. 박 이사장은 “대사 수술을 앞둔 환자라면 약물 치료 등으로 체중을 어느 정도 감량한 뒤 수술을 받는 게 치료 효과가 좋다”며 “체중이 많이 나가는 환자들의 대다수가 지방간이 있는데, 수술 중 간이 녹아내리기 때문에 미리 체중을 감량한 뒤 수술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또한 “체중 자체가 줄어들면 환자들이 먹어야 할 의약품의 개수와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체중에 따라 환자가 투약해야 할 의약품의 용량이 정해지는 질병이 많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체중 감량을 통해 치료의 진행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며 “인슐린을 맞아야 하는 당뇨병 환자는 체중을 줄였을 때 얻는 여러 이점으로 (약물을 투여하기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체중 감량은 쉽지 않다. 실제 박 이사장을 찾는 비만 환자의 10% 정도만 감량한 체중을 유지한다. 대다수가 비만 치료에 실패했거나, 다시 한번 체중 감량에 도전한다. 위를 절제하는 등 대사 수술을 한 환자 중에서도 다시 살이 찌는 경우가 있다. 박 이사장은 “몇몇 환자들은 약물이나 수술 요법만으로 (비만 치료가)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대사 수술은 보험 적용이 된 지 4~5년 정도가 돼, 여러 차례 수술을 받는 환자도 많다”고 했다.

비만 치료와 함께 후속 관리에도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박 이사장은 “비만 환자가 스스로 비만한지를 알아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가 25㎏/㎡이면 비만이다. 박 이사장은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을 진단하는 요소는 건강검진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서도 “비만도 내가 정상 수치를 벗어나는지 확인해, 환자가 치료 동기를 갖게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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