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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호황의 역설?…‘기울어진’ 조선사 노사 관계

HD현대중공업 노조, 3시간 부분 파업 ‘돌입’
파업권 쥔 노조에 전전긍긍…생산 차질 우려 확산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021년 3월 19일 울산 본사 안에서 오토바이 경적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이하 HD현대중공업 노조)이 12일 부분 파업에 돌입하는 등 올해 임금 협상과 관련해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부분 파업은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하는 목적으로 보이지만, 향후 협상 과정에서 또다시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HD현대중공업 노사가 올해 임금 협상을 두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조선업 불황 당시에는 일감이 부족해 노조 파업에도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면, 현재 상황은 딴판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충분한 일감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인력난도 해소되지 않고 있어, 파업 관련 피해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선박 건조 일정이 빠듯한 상황이라, 하루 부분 파업으로도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12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쟁의 행위(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찬성으로 가결했다. 전체 조합원 7462명 중에 5342명(71.59%)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5125명이 찬성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3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고, 중노위 측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중노위 조정 중지 결정에 이어 쟁의 행위 찬반투표도 가결로 마무리됐기 때문에, HD현대중공업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HD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회사와 맞서 싸울 수 있는 노동자의 무기, 쟁의권을 확보했으니 결과를 만들 차례”라며 “중앙쟁의대책위원회는 지난 10일 2차 회의를 열고 2023년 단체교섭 승리를 위한 전 조합원 3시간 부분 파업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부분 파업은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이어졌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 16일 상견례를 갖고 올해 임금 협상에 돌입했다. 전날(11일) 15차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16차 교섭은 13일로 예정돼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임금 협상에서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등을 비롯해 사회연대기금 출연, 근속 수당 인상, 우수 조합원 해외연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HD현대그룹 공동 요구안에는 공동 교섭 태스크포스(TF) 구성, 신규 채용,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위원회 노조 참여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HD현대중공업 측은 올해 임금 협상과 관련해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는 않은 상황이다. 

“파업 한 번에 연쇄 생산 차질” 우려도 

조선업계 안팎에선 “조선업 불황 시기에 사실상 고통 분담에 동참했다고 인식하는 조선사 노조가 조선업 호황을 맞아 파업을 무기로 요구 사항을 관철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이 초호황에 진입하면서 노조 파업으로 예상되는 피해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노조가 파업권을 지렛대 삼아 협상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들이 최소 3년 치의 일감을 보유하고 있어, 파업을 앞세운 노조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노조가 매년 협상 때마다 파업을 활용하면서 마치 파업이 연례행사처럼 자리잡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물론 일부에선 “실제 노조 파업에 참여하는 근로자가 많지 않아 파업 피해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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