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100조 매출 목표 세우고도 中 시장 힘 빼는 이유 [이코노 리포트]
중국 법인, 외연확장 보다는 손실 최소화 집중
2030 미래전략, 중국 시장 특성 고려하면 부적합
재도약 한다면 키워드는 OLED…“LG전자가 유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2030년 매출 100조원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세운 LG전자(066570)가 정작 중국 시장에서는 힘을 빼는 모양새다. 중국 정부를 등에 업은 현지 브랜드와 불리한 경쟁을 하기보다는 북미와 유럽 등 선진 시장에 집중해 수익성을 극대화 한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당분간 LG전자가 중국 시장에 대한 추가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올해 1분기 중국 시장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은 외연 확장에 따른 매출 확대보다는 경영효율화를 통한 손실 최소화 전략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LG전자 중국 법인인 LGECH(LG Electronics China)은 올해 1분기 162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했지만 매출은 691억원에서 655억원으로 5.2% 감소했다. 판매 부진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비용 감축을 통해 수익성 회복에 집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LGECH는 지난 2013년까지만 하더라도 연간 매출이 1조3807억원에 달할 정도로 알짜 법인이었다. 하지만 이후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과 현지 가전업체들의 물량 공세가 겹치면서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됐고 한 때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부침이 심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도 LGECH의 부채비율은 2778.5%에 달해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사실상 LG전자에게 중국 시장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는 선택지 외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셈이다.
2030 미래전략서 사실상 배제된 중국
LG전자가 중국 시장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2030 미래전략에서도 잘 드러난다. LG전자의 2030 미래전략은 비(非) 하드웨어·기업간거래(B2B)·신사업 3대 신성장동력을 바탕으로 연평균 성장률과 영업이익률 7%, 기업가치(EV) 7배를 달성하는 이른바 '트리플 7' 목표를 이루고 2030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사업이 모두 북미와 유럽 등 선진 시장에 특화된 분야라는 점에서 계획 수립 당시 중국 시장에 대한 고려는 이뤄지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LG전자는 2030 미래전략 실현을 위해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방침도 밝혔는데, 이는 경제 성장을 위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 시장 특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다.
LG전자 사정에 능통한 IB업계 관계자는 “LG전자 입장에서 중국은 쏟아붓는 만큼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시장이 아니다”라며 “중국 법인의 열악한 재무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고 LG전자 역시 마진을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30 미래전략에서 밝힌 솔루션을 비롯한 신사업은 중국의 경제 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다소 거리가 있다”며 “중국 법인 운영에 있어 선택과 집중이라는 현재의 틀을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장에서는 LG전자가 중국 시장 철수를 비롯한 강경수를 두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중국 시장의 잠재력이 높은 만큼 향후 재정비를 통해 언제든 공략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대표되는 자발광 TV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향후 LG전자가 재도약을 노려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중국 TV 시장에서 OLED 제품 비중은 0.6% 수준에 그치지만 경제성장에 따른 프리미엄 제품 수요 확대로 판매량은 증가 추세에 있다. LG전자가 글로벌 OLED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OLED TV의 경우 LG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만큼 경쟁력이 상당하다”며 “LG전자가 중국 시장에서의 재도약에 나선다면 키워드는 OLED TV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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