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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엔 막걸리인데”…‘발암가능물질’ 꼬리표에 ‘전전긍긍’

[아스파탐 ‘포비아’]②
막걸리 제품 60% 아스파탐 함유…대부분 영세업체
0.003% 이하 극소량..."문제 없다지만 매출 부진 우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와 세계보건기구·유엔식량농업기구(FAO) 공동 산하기구인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지난 13일 발암 가능 물질 분류군(2B)에 아스파탐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막걸리를 고르는 시민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경기 불황으로 가뜩이나 매출이 불안한데, 아스파탐 이슈까지 불거졌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설탕 대체 인공 감미료 중 하나인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물질(2B군)로 분류되면서 식품업계가 속앓이하고 있다. 특히 고심이 깊은 곳은 성수기를 앞둔 막걸리 업계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막걸리 제품 중 60%가 아스파탐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의 변질을 막고 단맛을 내기 위해서다. 막걸리 업체는 서울장수, 지평주조, 국순당 막걸리 등 빅3가 전체 막걸리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영세업체라 이를 다른 인공 감미료로 교체하는 것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0.0025%’ 극소량 써왔는데..” 영세업체 매출 뚝 

막걸리 제품으로 보면 업계 1위인 서울장수의 경우 ‘달빛유자 막걸리’를 제외한 모든 제품에, 지평주조는 ‘생쌀막걸리’ ‘생밀막걸리’에, 국순당은 ‘생막걸리’ ‘대박막걸리’에 아스파탐을 첨가하고 있다. 함량은 제품마다 차이가 있으나 미국식품의약국(FDA) 기준, 1병 당 1일 섭취 허용량의 2~3%정도인 0.0016% 가량 들어있다.

막걸리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 막걸리 750㎖ 기준으로 보통 ADI의 0.003% 이하인 아스파탐이 들어있다”며 “막걸리에는 극소량의 아스파탐을 쓰는 정도”라고 말했다.

극소량 뿐이지만 막걸리 업계는 매출에 타격이 있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현재 매출은 판매처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장마철을 맞아 7월부터 본격 성수기에 돌입하는 편의점에선 매출이 오히려 늘고, 대형마트 매출은 줄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아스파탐 이슈가 확산된 지난 1일부터 18일사이 막걸리 매출은 전년 대비 11.5% 상승하고 전월 대비 6.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아스파탐 논란이 시작됐을 때 일시적으로 매출이 주춤하기도 했지만 금방 소비가 회복되는 추세를 보였다”면서 “아스파탐과 상관없이 비오는 날 가까운 편의점에서 막걸리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아스파탐 논란 이후 대형마트 매출은 줄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같은기간 막걸리 매출은 전년대비 4.9% 감소했다. 업계에선 가장 큰 타격을 보고 있는 곳은 영세 사업자라고 입을 모은다. 막걸리 업계는 대다수가 영세한 사업자로 식약처에 영업등록된 막걸리 업체 752곳 중 92% 가량은 연 매출 1억원 이하의 영세 사업자다. 

실제 지방의 양조업체들은 아스파탐 논란 이후 실질적인 매출 하락을 몸소 체험 중이다. 한 양조업체는 아스파탐 보도 이후 매출이 30%가 줄었고, 또 다른 양조업체는 아스파탐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 1종을 제외한 전 제품 매출이 하락했다. 

이들이 우려하는 건 막걸리가 아스파탐 대표 식품으로 낙인 찍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사실상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의 한 양조업체 관계자는 “지금 양으론 인체에 위험하지 않다고해도 한번 나빠진 소비자 인식을 대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 할 것”이라며 “대형업체들이야 투자의 개념으로 감미료를 변경하고, 라벨지, 병 등을 새로 제작하기 쉽지만 우리 같은 업체는 성수기에 매출 재미도 못보고 손실만 수천만원 커지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막걸리 업계는 대다수가 영세한 사업자인 만큼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에 영업등록된 막걸리업체 752곳 중 92%가량은 연 매출 1억원 이하의 영세 사업자다.사진은 서울 한 CU 매장에 진열된 저가 막걸리. [사진 연합뉴스]

 

시장 변화 예의주시...아스파탐 사태 장기화 우려

논란이 확산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막걸리 협회에서는 감미료 사용량이 전체 용량의 약 0.01%로 적어 대체에 따른 수급·가격 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막걸리 업계는 감미료 대체를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농식품부는 “막걸리 업계의 경우 감미료 대체에 따른 막걸리 맛 변화 연구, 품목 제조 변경 신고, 라벨 교체 등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막걸리 업계는 시장 변화를 살펴보며 예의 주시하면서도, 아스파탐을 다른 원료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마트는 자체 브랜드(PB)인 ‘노브랜드’ 제로 콜라와 스파클링 에이드 5종, 스낵류 6종에 함유된 아스파탐을 다른 원료로 대체하기로 하고 제조사와 세부 사항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료 대체 작업에는 약 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는  추가로 출시하는 상품에는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밖에 편의점 CU는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와 손잡고 이달 초 ‘무(無) 아스파탐’ 막걸리를 내놨다. 해당 제품은 쌀과 물, 발효제 오직 3가지 재료만을 사용했으며 일반적인 막걸리 제조 과정에서 단맛을 내기 위해 일부 첨가하는 아스파탐, 사카린나트륨, 스쿠랄로스 등 인공감미료들은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앞으로 선보일 차별화 막걸리에도 아스파탐을 배제할 계획이다.

기존 무(無)아스파탐 막걸리도 재주목받고 있다.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쌀, 누룩, 물로만 만든 순수한 막걸리다. 배상면주가는 자사 ‘느린마을막걸리’를 무 아스파탐 대표 제품으로 내걸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이 외에도 마켓컬리에서는 무아스탐 막걸리로 배혜정도가의 ‘호랑이 생막걸리’와 ‘우곡생주 생막걸리’, ‘포천일동 담은막걸리’ 등을 홍보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아스파탐 이슈가 불거지면서 몇몇 고객들은 제품 성분표를 보며 ‘무 아스파탐’ 막걸리를 찾는가 하면 원하는 제품이 없다면서 되돌아나가는 경우도 있었다”라며 “막걸리에 포함된 아스파탐은 평균 0.0025% 정도로 미미한 수준 인데다 매일 막걸리 33병을 마셔야 일일 섭취 허용량에 도달하는 수준이지만, 아스파탐에 대한 영향은 적어도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스파탐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파장이 커질까봐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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