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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성과는 부진해도..멀리 보면 ESG채권 '투자대안'

[채권도 ESG시대]②
ESG채권, 작년 회사채 시장 위축에 발행규모↓
현대캐피탈, 국내 최초 지속가능연계채권 발행
공기업도 ESG…녹색채권 발행한 국가철도공단
"ESG채권…장기적으로 새로운 대안 될 수 있다"

현대캐피탈은 이달 국내 최초로 원화 지속가능연계채권(SLB)을 발행했다. 사진은 현대캐피탈 본사 사옥인 서울역 그랜드센트럴 빌딩. [사진 현대캐피탈]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은 자본시장의 새로운 투자처가 될 수 있을까. 투자은행(IB) 업계에선 ESG채권의 연간 발행량이 감소하는 등 수요와 공급이 위축되고 있어 당장은 큰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지속가능연계채권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시장에 나오면서 장기적으로는 ESG채권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IB업계에 따르면 국내 ESG채권 발행량은 지난 2021년 정점을 기록한 뒤 2022년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ESG채권은 약 52조원이 발행된 반면 다음해인 2022년에는 38조원으로 발행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업계에선 연간 발행량 감소로 ESG채권 투자 분위기가 사그라들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2022년 정권교체와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ESG금융이 약화됐다”며 “2023년 5월 기준 ESG 채권 발행량은 13조원 규모로, 발행량은 2021년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역시 ESG채권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으로 회사채 시장 전반이 위축되면서 ESG채권 시장도 덩달아 위축된 것이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기조 때문에 작년 채권 시장 자체가 미약했다”며 “신규 프로젝트나 시설 자금 용도로 ESG 채권을 발행하기엔 아직 금리 수준이 부담될 것”이라고 밝혔다.

ESG 투자를 선도해온 유럽 등 글로벌 시장도 국내와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전 세계적으로 ESG채권은 8207억 달러가 발행돼 전년 대비 27.9% 줄어들었다. ESG채권이 처음 발행된 2007년 이후 발행량이 감소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었다.

ESG에 대한 시장의 주목도 역시 낮아졌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ESG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ESG에 신경 쓸 여력이 줄었단 분석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시장이 어렵고 채권형 펀드 설정도 잘 안 되다 보니 ESG 채권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 자체가 많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연계채권 등 다양해진 ESG채권…“장기적으로 바라봐야”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주춤했던 ESG채권 시장은 하반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현대캐피탈은 이달 국내 최초로 원화 지속가능연계채권(SLB)을 발행했다. 다양한 종류의 ESG채권이 자리잡으면서 추후 ESG채권 시장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이 발행한 SLB는 지난 7월 12일 한국거래소 사회책임투자(SRI)채권 플랫폼에 국내 최초로 상장됐다. 현대캐피탈은 키움증권과 KB증권을 공동대표 주관사로 교보증권·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NH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를 인수단으로 선정했다. 발행 규모는 ▲1년6개월물 800억원 ▲2년물 700억원 ▲3년물 600억원 ▲4년물 100억원, 총발행액은 2200억원이다.

SLB는 ESG 채권 중 하나로 발행사가 사전에 핵심성과지표(KPI)를 설정하고 달성하면 금리 인센티브를 받는 채권이다.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투자자에게 일정 수준의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ESG채권은 ESG 관련 프로젝트에만 자금을 써야 했지만 SLB는 목표 달성과 관련된 경영 전반에 사용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은 ‘친환경 차 할부 비중 확대’를 SLB 발행의 지속가능성과 목표로 설정했다.

이 가운데 추후 다른 기업들의 SLB 발행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선 최근 몇몇 기업들이 SLB 발행 준비를 위해 신용평가사들과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이 SLB를 발행하는 등 첫 번째 사례가 생기면서 다른 기업도 SLB 발행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속가능연계채권 관련 보고서를 통해 “SLB의 국내 도입은 녹색채권 발행과 민간기업 참여가 부족한 국내 ESG채권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해 줄 것”이라며 “발행을 계획하는 국내 기업은 명확한 ESG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그린 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올바른 채권 설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공기업들도 올해 ESG채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6월 27일 3억 달러(약 3900억원) 규모의 해외 ESG채권을 발행했다. 같은달 26일 국가철도공단은 환경부·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에 맞춰 300억원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ESG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공기업 등에서 ESG활동을 하고 있다는 증거로 ESG채권을 발행했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과 국내 관련 업종의 성장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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