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한 방에…여름 액티비티 맛집 ‘한탄강 래프팅’
한탄강 지류 중 폭 좁고 유속 빠른 곳에서 래프팅 즐겨
직탕 폭포·은하수대교 등 한탄강 주상절리 볼거리 눈길
[강석봉 스포츠경향 여행기자] 용암이 모세 앞 홍해처럼 땅을 가르고 페디오니테(pedionite·용암이 퍼져 생긴 평탄한 대지로 한국의 개마고원, 인도의 데칸고원, 미국의 컬럼비아고원 등이 있다)를 만들었다. 그곳을 마그마가 흘러 길을 냈다. 사람들은 이를 잔도(주상절리길)로, 물 윗길로, 래프팅 코스로 만들고 그곳의 절경에 감탄한다. 대표적인 곳이 강원도 철원 한탄강이다.
여름 래프팅으로 동강이나, 내린천에서, 그리고 경호강은 인산인해다. 그에 비해 한탄강 래프팅은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게 강점이다. 여기에 앞서 얘기한 절경 품평이 더해지면 ‘눈호강’ 래프팅임이 분명하다.
강원도 철원의 젖줄 한탄강은 임진강의 지류지만 길이가 136㎞에 이른다. 그 장구한 거리가 래프팅 코스는 아니다. 그중 폭이 좁고 유속이 빠른 코스에서 역동적인 래프팅을 즐길 수 있다.
수위에 따라 래프팅 가능 여부
한탄강 래프팅은 고석정 부근 ‘래프팅 안전 교육장’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안전교육을 받은 뒤 구명조끼와 안전모를 착용하고 버스로 래프팅 출발지로 이동한다.
래프팅 가능 여부는 수위를 따져야 한다. 한탄강 래프팅 출발지인 순담계곡 건너편에 ‘수위 기준판’이 설치되어 있다. 수위는 세 가지 색으로 표시된다. 적색까지 물이 차면 래프팅이 전면 금지된다. 물이 불어나면 유속이 빨라지고 파도도 강해져 보트가 전복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황색의 경우 구간에 따라 금지되며, 청색은 안전하다는 얘기다.
래프팅 출발을 앞두고 구명조끼로 동여맨 몸은, 이열치열도 아니고 압력밥솥 저리 가라다. 안전헬멧은 뚜껑처럼 ‘딱’ 소리와 함께 머리 압력 수치를 대기권 밖까지 끌어올렸다. ‘딸랑딸랑’ 종소리도 났고, 스팀이 헬멧 틈새로 비집고 나올 것처럼 느껴졌다. 손에 쥐어진 노와 아쿠아슈즈에 내어 준 발을 보니, 지체할 시간 없이 입수의 유혹에 빠진다.
래프팅 보트에 올랐다. 놀이기구 울렁증이 심각한 기자는 출정 직전, 한탄강 주상절리 절경과 하얀 거품 토해내며 순담 계곡을 파고든 저 급류 살의 위세에 밀려 만감이 교차했다.
스트레스엔 '익스트림'과 식상함엔 '용트림'
“한탄강 래프팅 코스는 3개지만, 오늘은 그간 내린 비로 인해 C 코스만 가능하다. 수위가 높아져 그렇다. 10m 깊이인 곳도 있다. C 코스는 이곳 순담 계곡 래프팅 출발지에서 시작해 군탄교까지 약 6㎞로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코스다.”
그간 기자가 래프팅을 체험할 기회가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물 공포증으로 인해, 그 앞에 서면 호기심이 두려움으로 바뀌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래, 이번엔~”
어차피 물이 튀어 젖을 몸, 강물에 담가 긴장감을 식혀냈다. 간단한 스트레칭과 래프팅 안전교육 후 출발이다. 우리 보트엔 래프팅 강사와 더불어 남자 4명과 여자 4명이 승선했다. 대부분 40~50대 장년층이다. 앞서 출발한 래프팅팀에는 건장한 청년들이 가득했다. 그중 일부는 현역 군인도 섞여 있었다. 그들을 진두지휘하는 작지만 다부진 몸매의 여자 래프팅 강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노 젓는 모습에 이어진 까랑까랑한 목소리에 주눅 들기보다, 부러움과 경쟁심이 솟구쳤다.
머리 위로 한탄강 주상절리 길이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전인미답의 한탄강 페디오니테를 잔도 길로 돌아보며 감탄했듯, 그 아래 용암이 용출된 길을 따라 이어진 래프팅 코스는 10만~20만 년 전의 빙하기 직전에 만들어졌다. 이 역시 감동이다. 오늘 래프팅 보트는 타임머신이 됐다.
급류 앞 악전고투…물에서 배우는 인생사
첫 번째 난코스다. 화강암과 현무암으로 이어진 한탄강의 협곡은 물살의 성격을 곳곳에서 모나게 했다. 급류는 하얀 거품을 토해내며 ‘으르렁’ 위협했고 부비트랩의 공포처럼 눈 앞에 펼쳐진 소용돌이에는 그 기세에 눌려 눈만 깜빡였다.
성난 급류 돌파를 앞두고 승선 여자들의 비명이 쏟아졌다. ‘아아악~’. 그 소리에 내 탄식은 꼬리 감추듯 꿀꺽 삼켜졌다. 정신없이 몰아친 상황에 요동친 래프팅 보트의 흔들림도 눈앞에서 ‘순삭’ 됐다.
“이거 버틸 만한 걸~”
사전 비명 때문인지, 거친 포말도 얌전해진 모양이다. 래프팅은 거친 물살과 싸움만이 아니다. 순간순간 주마간산의 여유를 선사한다. 물 위 눈높이에서 보면 잔도 길에서 보던 평범한 바위가 해골 바위가 되고, 마주하면 악어 바위였던 것이 돌아보면 자라 바위가 된다. 주상절리 틈 사이는 박쥐가 숨어 산단다. 이리 볼 것이 많으니, 이 길이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익사이팅 스포츠는 흐르는 강물처럼 달려가다 보면 지질학 강좌 하나쯤은 자연스레 머릿속에 담게 된다.
그렇게 4~5곳의 특화점을 돌파하다 보면 약 2시간의 드라마는 추억이 된다. 무엇보다 그 누군가에게 넘치는 포만감을 전해주기 충분한 레포츠다. 결국 한탄강 래프팅은 여름 액티비티 맛집이다.
주상절리 만끽하는 또 다른 명소
한탄강 주상절리는 몇 개의 볼거리를 덤으로 선사한다. 그중 하나는 직탕 폭포다. 이를 빗대 나이아가라 운운하는 것에 혀를 차는 사람들이 없지 않지만, 비 온 뒤 풍부한 직탕을 직관한 사람들은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 명소를 찾아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인다.
그곳 인근에 은하수대교 역시 관광 포인트다. 다리를 건너며 여유롭게 한탄강을 즐기는 것도 좋고, 눈 호강 조망의 인근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로 더위를 식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래프팅 전후 맛집 탐방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의 즐거움이다.
철원군 동송 입구 만두 전골집 ‘솔향기’는 ‘빅뱅’ 천하다. 태양과 승리가 군 복무 중 자주 찾은 곳으로 유명하다. 손으로 직접 빚은 만두와 칼국수, 쇠고기 냉수육 등이 달아날 법한 여름 입맛을 붙잡는다.
철원에 뜬금없이 원조 논란에 휩싸인 ‘원조 오징어물회 서울식당’도 여름 별미를 즐기는 데 손색이 없다. 이곳의 단골들은 요리업계 백종원이 지목한 원조집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역시 원조집은 서울식당”이라며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의 이 집을 찾고 있다.
‘내대리 원조 서울식당 오징어물회’는 우연히 손님상에 내놓은 물회가 인기를 끌면서 오징어물회 전문점으로 자리 잡았다. 강원도 산골에서 물회라니 뜬금없이 들리지만 1987년 오픈해 철원을 대표하는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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