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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부동산 연쇄 부실 우려…증권사 신용도 ‘빨간불’

[해외 부동산펀드 부메랑]③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PF부실 위험
하반기 대형사 중심 해외 부동산 리스크 부각
국내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급증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하반기 증권업에 대한 산업 전망이 비우호적이고 신용 전망도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은 홍콩 전경.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해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으로 국내 증권사들이 위기에 놓였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자산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향이 잇따르고 있어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PF 하반기 신용도 핵심 변수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하반기 증권업에 대한 산업 전망이 비우호적이고 신용 전망도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2023년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와 하반기 산업별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며 하반기 신용도를 가름할 핵심 변수로 ‘부동산 PF 리스크’와 ‘해외대체투자 자산가치 하락 위험’을 꼽았다. 

한신평은 “하반기에 다시 도래하는 대규모 브릿지대출 만기를 고려할 때 점진적이지만 꾸준한 자산부실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글로벌 긴축기조 강화와 가격 고평가 인식으로 미국·유럽의 상업용부동산 자산가치 하락과 자금재조달 위험 상승 기조가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한신평은 또한 해외 대체 투자 부실 부문에서는 대형 증권사가 중소형 증권사보다 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대형사의 자기자본 대비 해외 부동산 위험노출액(익스포저) 비중은 24%로 중소형사 비중 11%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미래에셋증권·하나증권·메리츠증권·대신증권 등이 자기자본 대비 익스포저 비율이 높은 증권사로 지목됐다. 또한 한신평은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 등을 부동산PF 관련 부실위험이 높은 업체로 보고 모니터링을 이어갈 것이라 밝혔다. 

현재 국내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5.99%로 지난 2020년 3.37%, 2021년 3.71%에 비해 10%포인트 넘게 급증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으로 주요 증권사 26개사가 투자한 해외 부동산의 규모는 총 15조5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용도별로 정리하면 오피스 비중이 약 50%(7조7500억원)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이 7조2850억원으로 47%를 차지했고 유럽(26%)과 아시아(12%)가 뒤를 이었다. 

한때 해외 부동산 투자는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으로 재택근무과 확산되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고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글로벌 긴축 기조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국내 금융사들의 손실이 불가피한 상태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미국 내 오피스에 집중된 것과 맞물려 피해 위험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오피스 공실률은 지난 3월말 기준 13.82% 수준으로 코로나19 이전엔 2019년 말 기준 9.9% 보다 크게 상승했다. 팬데믹 이후 사무실로 복귀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이어 나가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자연스럽게 감소한 모양새다. 

이에 따라 해외 부동산 투자가 부메랑이 되어 손실로 돌아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해외 대체투자 자산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늘린 시점은 2017년부터”라며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중수익-중위험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펀드 만기는 대체로 5년으로 대출만기와 일치한다”며 “특히 2019년 해외 부동산펀드 설정액이 역대 최고였다는 점에서 올 하반기부터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부실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내 신용평가 3사 하반기 전망 ‘부정적’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도 최근 증권업의 하반기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산업 전망은 ‘비우호적’이라고 진단했다. 증권사가 지난 2022년 기준금리 인상 및 시중금리 상승 영향으로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주식거래 대금이 감소하는 가운데 부동산PF 잠재부실 현실화까지 더해지며 수익성이 크게 저하됐다는 설명이다. 

나신평은 최근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차별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위탁매매나 투자은행(IB), 자산관리 등으로 수익원이 분산되어 있는 증권사는 시중금리 하락에 힘입어 실적이 반등한 반면 부동산 PF 수익의존도가 높은 증권사는 실적에 있어 고전 중이라고 해석했다. 

나신평은 해당 보고서에서 “증권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져는 상환순위·투자지역·용도 측면에서 타 금융업종보다 위험도가 높다”며 “부동산 PF에서 부실이 확대되면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도 증권업계의 영업실적이 2022년 대비 저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 하반기부터 PF리스크 확대로 인한 실적 둔화 양상이 신용도에 하방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한신평과 나신평에 이어 사업환경은 비우호적, 실적전망은 저하, 등급전망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대형사는 해외 부동산 익스포져, 중소형사는 브릿지론과 중·후순위 우발부채 양적부담 및 질적 위험수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금융당국도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대응을 요구했다. 지난 20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주요 증권사 임원들을 불러 리스크 관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또한 금감원은 부동산 익스포져 부실화가 증권사의 건전성·유동성리스크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점검할 계획임을 밝혔다. 특히 충당금 설정, 부동산 익스포져 평가 적정성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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