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벌어진 격차…‘웹툰 1위’ 네이버, 어쩌다 카카오에 日 앱 시장 내줬나
‘단일 앱’ 픽코마, 일본 모바일 만화 시장 50% 이상 점유
‘후발주자’ 카카오, 라인망가 누르고 2020년 7월 첫 1위 달성
네이버 “앱·웹 합산치선 선두 탈환”…‘만화 강국’ 점령한 韓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웹툰 분야 글로벌 1위 사업자인 네이버웹툰이 ‘만화 강국’ 일본 모바일 시장을 카카오에 내줬다. 일본 진출 ‘후발주자’인 카카오에 3년 전 선두 자리를 내준 뒤 격차가 지속해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네이버는 웹 플랫폼의 거래액 성과까지 고려하면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의 선두 지위를 지난해 탈환했다고 강조했다.
27일 네이버웹툰·카카오픽코마 등에 따르면 일본 만화 시장에서 한국에서 탄생한 ‘웹툰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픽코마는 만화·소설 종합 플랫폼 ‘픽코마’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 중이다. 네이버웹툰은 자회사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를 통해 앱 기반 ‘라인망가’와 웹 기반 ‘이북재팬’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픽코마는 일본 모바일 시장에서, 네이버웹툰은 일본 웹 시장에서 각각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으로 꼽힌다.
단일 앱으로 운영되는 픽코마는 현재 사용자 수 기준 일본 모바일 유통 만화 시장을 50% 이상 차지했다. 데이터·분석 플랫폼 데이터닷에이아이(data.ai) 집계 결과에 따르면, 픽코마는 2023년 상반기 일본 소비자가 가장 많이 비용을 지출한 앱으로도 꼽혔다. 해당 조사는 통상 소비자 지출이 큰 분야인 게임을 포함한 ‘전체 앱 마켓’을 대상으로 한다. 픽코마는 해당 조사에서 일본 시장 상반기 1위를 기록하는 동시에 글로벌 15위(게임 앱 제외 시 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네이버웹툰의 라인망가는 이 조사에서 일본 시장 7위에 이름을 올렸다. 게임 앱을 제외한 글로벌 순위 역시 15위에 그쳤다. 2020년 7월 일본 모바일 시장 선두 자리를 카카오에 처음으로 내준 뒤 벌어진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만 해당 조사는 모바일 앱에서 이뤄진 소비자 지출만 반영한다. 이북재팬을 통해 일본 웹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네이버웹툰의 성적은 반영되지 않았다.
‘웹툰 종주국’ 만든 네이버·카카오, 일본으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대한민국을 ‘웹툰 종주국’으로 만든 기업이다. 다음웹툰(현 카카오웹툰)이 2003년 2월, 네이버웹툰이 2004년 6월에 각각 서비스를 시작하며 시장을 키워왔다. 양사는 웹툰 사업 경쟁력을 확인한 뒤 시선을 글로벌로 돌린다. 네이버는 2014년부터, 카카오는 2016년부터 해외에서 웹툰 사업을 본격화했다.
일본은 ‘만화 강국’으로 통한다. ‘드래곤볼’, ‘슬램덩크’, ‘도라에몽’, ‘명탐정 코난’, ‘원피스’ 등 1980년대부터 꾸준히 세계 시장을 강타한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시장 규모도 세계 1위다. 일본 출판업계 조사연구기관인 전국출판협회 출판과학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일본 만화 시장(종이·전자 출판 합산) 규모는 6770억엔(약 6조2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출판시장의 41.5%를 만화가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웹툰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오랜 시간 꾸준히 만화 산업이 성장해 온 국가”라며 “그 덕분에 일본은 만화 콘텐츠에 대한 개인별 소비 비중도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 같은 분위기를 고려, 일찍이 일본 시장에 주목해 왔다. 네이버가 라인망가를 일본에 출시한 시점은 2013년 4월이고, 카카오의 픽코마는 2016년 4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일본 모바일 만화 시장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카카오가 후발주자인 셈이다.
라인망가는 네이버 관계사 라인이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를 설립하면서 론칭됐다.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는 2020년 8월 네이버웹툰의 미국 본사인 ‘웹툰 엔터테인먼트’로 소속을 옮겼다. 현재는 네이버웹툰의 일본어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2021년부터 국내 오리지널 웹툰 콘텐츠를 대거 라인망가에 올리고 있다. 라인망가는 출판 만화를 디지털로 서비스하는 동시에 웹툰도 유통 중이다. 현재 112만개 이상의 작품을 보유했다.
라인망가는 2015년 2월부터 국내 ‘도전 만화’ 시스템을 고스란히 적용한 ‘인디즈’를 운영해 왔다. 누구나 웹툰을 그려 인기를 끌면 정식 연재를 진행하는 ‘프로 작가’로 데뷔할 수 있는 구조다. 독자적인 생태계를 안착시키는 네이버웹툰의 ‘웝툰 현지화’ 전략은 그대로 성과로 나타났다.
라인망가는 2019년 2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뒤로 일본 시장 내 만화 앱 1위를 유지해 왔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거래액·매출 등 다양한 성장지표가 꾸준히 성장할 정도의 성과를 냈다. 라인망가가 구축한 ‘일본 시장 선두’ 지위는 직접 경쟁 구도를 그리는 픽코마의 출시에도 오랜 시간 유지됐다.
‘후발주자’ 픽코마의 진격…뒤바뀐 순위
라인망가가 픽코마에 선두를 내준 시점은 2020년 7월이다. 글로벌 앱 조사업체 앱애니가 집계한 ‘세계 만화 앱 매출 순위’에 따르면, 픽코마는 당시 라인망가를 처음으로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픽코마는 1위를 차지한 뒤 지금까지 선두에서 단 한 차례도 내려오지 않았다. 픽코마의 2분기 기준 MAU는 1000만명 수준으로 성장했다. 플랫폼 업계에선 단일 콘텐츠 앱의 ‘MAU 1000만명 돌파’는 매우 이례적인 성과로 평가한다.
카카오픽코마는 픽코마의 성장 비결로 ‘일본 소비자에 딱 맞는’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을 꼽았다. 일본 만화 시장은 오랜 시간 출판물이 주도해 왔다. 온라인 유통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종이 출판 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높다.
카카오픽코마는 이 지점에 집중했다. 다양한 출판사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종이로 출판되는 인기 만화를 이펍(e-Pub) 형식으로 제공하면서 사업 외연 확장에 성공했다. 제공 방식도 각 권으로 나눠진 만화를 화로 나눠 볼 수 있는 형태를 택하면서 편의성을 높였다. 또 국내에서도 성과를 낸 ‘기다리면 무료’ 방식을 적극 채용했다는 점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현재는 카카오가 콘텐츠 사업을 진출한 국가에서 수급된 웹툰·소설을 앱·웹으로 서비스하며 다양성도 높이고 있다. 국내 웹툰·웹소설은 물론 중국·미국 등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카카오픽코마는 픽코마 론칭 후 작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작품 퍼스트(First) 정책’을 추진해 왔다. 픽코마에서 제공하는 12만개 이상의 작품과 이용자를 더욱 세밀하게 연결해 성과를 올리겠단 취지에서다.
카카오픽코마는 이 같은 전략을 기반으로 플랫폼 내 거래액도 꾸준히 성장시키는 성과를 냈다. 2022년 거래액은 전년 동기 27% 증가한 884억엔(약 8283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올해도 유지되고 있다. 2023년 1분기 거래액은 232억엔(약 21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를 상승, 분기 최대치를 경신했다. 데이터닷에이아이 조사에서도 성장세가 확인된다. 픽코마는 ‘일본 앱 마켓 전체 카테고리(게임 포함) 소비자 지출 월간 순위’에서도 4월·5월·6월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누적 다운로드 수가 4000만을 돌파하기도 했다. 일본 출시 약 7년 만에 성과다. 라인망가가 다운로드 4000만 건을 돌파한 건 올해 1월이다. 사업 운영 시기만 비교하면 픽코마가 약 3년 일찍 4000만 건 돌파란 성과를 낸 셈이다.
카카오픽코마는 이 같은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2021년 9월 현지 법인을 세우고 프랑스 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3개월 뒤엔 법인 이름도 기존 카카오재팬에서 ‘카카오픽코마’로 변경했다. 프랑스 시장에서 픽코마가 론칭된 건 2022년 3월이다.
회사 관계자는 “픽코마가 많은 이용자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재미있는 작품’을 언제 어디서나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이용자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과 편리한 이용환경을 제공하며 더 많은 작품과 사람을 연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1위’ 네이버웹툰, 日 웹 시장 공략
네이버웹툰이 카카오픽코마에 일본 모바일 시장을 내준 뒤 ‘반격 카드’로 내세운 건 웹 플랫폼 공략이다. 종이 출판 만화는 그 특성상 웹에서 이펍(e-Pub) 형태로 유통되기 적합하기 때문이다.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는 ‘웹툰 엔터테인먼트’로 자리를 옮긴 뒤인 2022년 4월 일본 웹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당시 소프트뱅크 그룹 계열사인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을 인수하며 전자책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은 전자책 판매 플랫폼 ‘이북재팬’과 온라인 북스토어 ‘북팬’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이북재팬에서 취급되는 80만권의 작품 중 만화 콘텐츠 비율은 98%에 달한다. 야후재팬 포털과 연동돼 만화 콘텐츠를 웹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적 강점을 지닌다. 앱에선 라인망가를, 웹 시장에선 이북재팬을 중심으로 연계되는 사업 구조를 구축했다.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는 라인망가의 오리지널 웹툰을 이북재팬 서비스와 연동해 작품 유통을 확대하고 있다. 또 공동 프로모션 등을 통해 시너지를 강화하고 있다. 야후재팬·라인과의 서비스 연계 프로젝트도 개시했다. 라인망가와 이북재팬의 합산 MAU는 2000만명 수준이다.
인수 효과는 곧장 나타났다. 지난 2022년 8월 라인망가와 이북재팬 월간 통합 거래액은 역대 최고치인 100억엔(약 96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카카오픽코마가 지난해 1월 ‘월 최대 거래액’이라고 공개한 776억원보다 약 180억원 많다.
네이버웹툰이 일본 모바일 만화 시장을 카카오에 내줬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여전히 1위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가 그간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 등을 통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거래액은 1조6000억원 수준이다. 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픽코마의 이 기간 합산 거래액은 약 1조4000억원이다. 2022년 연간 기준 웹툰·웹소설 부문 매출도 네이버웹툰이 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픽코마 합산 금액보다 약 1400억원 더 높다.
웹툰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카카오가 시장을 형성한 웹툰은 한국이 ‘퍼스트 무버’로 오른 몇 안 되는 산업 분야”라며 “만화 강국인 일본에서 한국 기업이 1위 경쟁을 벌이는 것도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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