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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 말고 바이오 기업?…오리온 DNA 바뀔까

[돈되는 ‘바이오’] ②
바이오 부문, 새 인수합병 대상 물색…“외형 확대 박차”
암 체외진단 키트·결핵백신 이어 난치성 치과질환 치료제 개발

오리온 본사 전경 [사진 오리온]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국내 식품업체들 중 바이오 부문 투자가 활발한 건 오리온이다. 오리온은 지속 성장을 위한 신사업 분야로 ‘건강’ 카테고리를 낙점하고 ‘간편대용식·음료·바이오’ 등 3대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최근 행보는 7000억원대 국내 바이오 기업인 ‘알테오젠’ 인수합병(M&A) 추진이다. 오리온은 알테오젠을 통해 피하주사제형(SC) 사업 진출을 도모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리온은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등이 보유한 20%가량의 지분을 약 5000억원에 인수하려 했지만, 알테오젠 측 내부 사정에 의해 최종 결렬됐다.

‘알테오젠’ 인수 무산됐지만…1조원 실탄 두둑 

오리온이 바이오 사업에 적극적인 이유는 현금만 1조원을 보유, 두둑한 실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리온은 현재 9282억원의 미처분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다. 레버리지(차입)를 감안했을 때 최대 3조원까지 투자할 여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추진한 알테오젠 인수가 무산됐지만 바이오 부문에서 새로운 인수합병 대상을 찾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알테오젠 인수 무산 이후 “상황만 맞는다면 다양한 측면에서 역량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오리온은 특히 암 체외진단키트, 결핵백신, 난치성 치과 질환 치료제 등 바이오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초기 바이오 사업 영역으로 발병률이 높은 ‘암 중증질환’을 조기 발견하는 진단 분야와 백신 분야를 선정하고 시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오리온은 중국 내 합작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를 통해 2021년 5월 국내 암 체외 진단 전문기업 ‘지노믹트리’와 대장암 체외 진단 기술도입 본계약을 체결하고 대장암 체외진단용 기술 사용에 대한 계약금, 사업 진행에 따른 마일스톤, 매출 발생에 따른 로열티 등을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오리온은 중국 국영제약기업 ‘산둥루캉의약’과 함께 합자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를 설립했다. [사진 오리온]

바이오 사업 가속도…M&A 추진 계속 


지노믹트리는 중국 내 임상시험 및 인허가를 위한 기술 지원을 맡는 등 대장암 체외 진단 제품의 상용화까지 지속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다. 2021년 11월에는 중국 현지에 암 체외 진단 제품 양산을 위한 인프라(실험실·생산시설)를 구축했다. 대규모 양산 설비를 갖추며 중증질환 체외 진단 등 국내 우수 바이오 기업의 기술을 중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선보여 ‘K-바이오’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2월에는 글로벌 백신 전문기업 ‘큐라티스’와 결핵백신 공동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7월에는 결핵백신 개발과 관련해 중국 산둥성 지닝시와 ‘중국 백신 개발 사업 지원·협력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산둥루캉하오리요우는 지니이 고신구에 위치한 바이오 산업단지 내에 백신 생산공장 건설을 위한 약 4만9600㎡(1만 5000평) 규모의 부지를 확보하고 산둥성 정부와 지닝시로부터 공장 생산설비 구축 및 인허가 등의 지원을받게 됐다.

중국 바이오 시장 진출 시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 꼽히는 공장 부지 확보 및 인허가 등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올해 완공을 목표로 900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백신 생산설비를 구축 중이다. 산둥성 정부는 올해 초 결핵백신 개발 사업을 ‘중점 프로젝트’로 선정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결핵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전염성 질병으로 전 세계적으로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결핵예방접종(BCG)만이 백신으로 상용화돼 왔다. 성인용 결핵백신은 전무하다. 특히 중국 정부에서도 결핵을 중점 관리 전염성 질병으로 지정하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 결핵백신 개발 사업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리온은 최근 알테오젠 인수 무산 이후 “상황만 맞는다면 다양한 측면에서 역량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 시장을 두드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난치성 치과질환 치료제 시장 진출 가시화


오리온은 암 체외 진단 키트, 결핵백신에 이은 세 번째 바이오 사업으로 시린이, 치주질환 등 난치성 치과 질환 치료제를 선정하기도 했다. 2022년 11월 난치성 치과 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 하이센스바이오와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치과치료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리온홀딩스와 하이센스바이오는 2022년 12월 각각 60%, 40%의 지분율로 치과 질환 치료제 사업 추진을 위한 합작회사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으며 사업 진행 경과에 따라 자본금을 165억원까지 출자할 계획이다. 오리온은 합작회사를 통해 하이센스바이오가 보유한 시린이, 충치, 치주 질환 등 치과질환 전문치료제 기술을 도입하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내 상용화를 위한 제품 개발 및 임상 인허가를 추진한다. 향후 구강청결제, 치약 등 의약외품뿐만 아니라 식품 소재 영역까지 진출할 방침이다.

시린이 증상은 치아의 상아질이 훼손돼 외부의 자극이 치신경에 전달되며 통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현재는 레진과 같은 치과재료를 씌우는 등의 물리적 방식만이 사용되고 있다. 이에 반해 하이센스바이오가 보유한 기술은 훼손된 상아질을 재생시켜 치신경을 보호하고 자극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의 생물학적 치료법이다. 향후 시린이 치료제뿐만 아니라 충치, 치주 질환 치료제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조기상용화가 가능한 치과 질환 치료 관련 치약을 위한 중국 내 임상시험수탁기관(CRO, 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선정을 완료했으며 하반기 임상 진행 예정이다. 치약제품 임상은 일반적으로 5개월 가량 소요되며 기한 내에 차질 없이 완료될 수 있도록 진행할 계획이다. 하이센스바이오는지난 2017년 세계 최초로 상아질 및 치주조직 재생 원천기술의 기반이 되는 ‘코핀7(CPNE7) 단백질 유래 펩타이드’ 개발에 성공하고 국내를 비롯해 중국, 미국 등 총 11개 국가에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이를 활용해 시린이 치료제의 상용화를 추진하면서 현재 국내 1상 임상시험에서 안전성을 확보하고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펩타이드가 신체 구성물질 중 하나인 만큼 인체에 무해해 타 신약 대비 임상기간이 짧아 조기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리온은 향후 그룹 내 투자는 제과사업부에서 바이오사업부로 중심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제과사업부 투자가 올해 이후 일정 부문 마무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사업과 관련된 투자에 더욱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리온 관계자는 “암 체외 진단 키트, 결핵백신 개발에 이어 치과질환 치료제까지 바이오 사업영역을 확대했다”며 “바이오 사업이 그룹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제품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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