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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하향을 점쳤지만…등급 평가에 후했던 신평사

[신평사들의 무뎌진 칼날] ①
경기 둔화에도 보수적 기조 유지하는 신평 3사
“기업들 신용 여건 생각하면 비교적 후한 평가”
하반기 신용등급 및 전망 하향 조정 이어질 전망

7일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의 상반기 정평 결과를 분석한 결과 3사의 장기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은 0.59배로 집계됐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기자]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의 상반기 정기 신용평가가 마무리되고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경기 둔화로 연초만 해도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향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상반기 등급 하향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반기 들어서도 3사는 신용등급 조정에 적극 나서지 않고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이코노미스트가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의 상반기 정평 결과를 분석한 결과 3사의 장기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상향 건수/하향 건수)은 0.59배로 하향우위를 보였다. 각 신평사별로 보면 ▲한국기업평가 상향 4건, 하향 15건 ▲한국신용평가 상향 7건, 하향 11건 ▲나이스신용평가 상향 11건 하향 11건 등으로 집계됐다.

하반기 들어서는 기업의 신규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고 등급 변동 건수는 많지 않다. 한신평은 하반기 들어 SK쉴더스(A-,안정적)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제이스코홀딩스(B,부정적)의 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나신평은 아스트(CCC,하향검토)의 신용등급과 이원다이애그노믹스(B-.부정적)의 등급전망을 하향했다. 한기평은 아스트(CCC,하향검토)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신용평가사들 등급 하향에 보수적”

크레딧 업계에서는 올해 신용평가사들이 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하는데 보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크레딧 이슈가 많았던 것에 비해 정작 결과를 보면 한기평을 제외하고는 하향 기조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박경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업 실적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다소 보수적인 결과”라며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2023년 상반기 정기 평가 결과를 종합해보면 신용등급은 하향 기조로 전환됐다. 경기 둔화로 등급이 강등되는 기업이 대규모로 발생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등급이 하향된 기업은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체적으로 전년 대비 하향 기조가 강화되기는 했지만 회사별 신용등급 변동 빈도만 놓고 보면 아직 중립적인 스탠스가 강하게 느껴진다”며 “현재 기업들이 처한 전반적인 신용 여건을 생각하면 비교적 후한 평가가 내려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신용평가사들이 발행사의 눈치를 보느라 등급 하향에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신평사들은 발행 기업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등급 조정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그러다보니 최근 들어서는 신용등급보다는 등급 전망에 대한 변동이 많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신평사들의 등급 하향 기조가 강해질 전망이다. 박 연구원은 “국내외 거시 경제 둔화세와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를 감안할 때 등급 하향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상반기 신용등급 하향 정도가 예상보다 보수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추가적인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의 하향조정이 동반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상반기 정기 평가 결과는 ‘3사 3색’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는 ‘3사 3색’으로 다양했다는 평이 나온다. 3사의 신용등급 상·하향 기조는 그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왔는데 올해는 유독 차이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상반기 장기 신용등급 및 전망 상·하향 건수를 종합해보면 한기평은 상향 18건, 하향 38건으로 하향이 20건이나 많았다. 나신평은 상향 38건 하향 25건으로 상향이 13건 많았고, 한신평은 상향 24건 하향 22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상·하향 배율로 보면 한기평은 0.46배로 가장 낮았고, 나신평은 1.52배로 가장 높았다. 나신평과 한기평만 두고 비교했을 때 약 3배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한신평은 1.09배로 상·하향 배율이 비슷하게 집계됐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정기평가에서는 신용평가사들이 현재 시장과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볼 수 있다”며 “그런데 이렇게 3사의 관점이 갈리는 것은 처음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평사들은 전년도 실적을 보고 기업을 평가하기 때문에 3사의 평가 결과는 보통 비슷하게 흘러가지만, 올해 결과는 이례적이라는 의미다. 

김 연구원은 “올해 정기평정결과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통상 유사한 결과를 내곤 했던 예년과 달리 각 사별 결과치가 상이하게 나왔다는 점”이라며 “실적 전망치보다는 이미 확정된 실적을 주요 기반으로 신용도를 평가하는 관행에 비추어볼 때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각 신평사로 방향성이 달라졌다는 점을 지켜봐야한다”며 “유사한 사안을 놓고 해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현재 기업들이 처한 거시경제 및 산업 여건이 과거와의 연속선상에 있지 않고, 미래 경영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전보다 확대됐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신평사마다 평가 업종 및 기업이 달랐기 때문에 상하향 배율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자산전략부 전문위원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한기평의 경우 롯데 계열사 등급 하방 범위가 넓어 하향 건수가 많았고, 나신평은 다른 신평사들이 등급을 낮춘 업체에 대해 평가를 시행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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