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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화장하던 이 남자…‘남자들 화장발’을 세워주다 [이코노 인터뷰]

아모레퍼시픽 그루밍 브랜드팀 허도윤 팀장 인터뷰
가꾸는 남성 소비자 수요 늘어 ‘비레디’ 인기↑
“타브랜드와 차별점,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것”

허도윤 아모레퍼시픽 그루밍 브랜드팀 팀장이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신입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꾸미는 남성’은 이제 더 이상 특이하거나 생소하지 않다. 패션이나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가리키는 신조어 ‘그루밍족’이란 말도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남성의 외모 또한 경쟁력이라는 트렌드가 강화됐고, 남성의 미용 욕구 증가로 남성화장품 시장은 지난해 1조923억원 규모로 커졌다. 매년 1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인 셈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남성 메이크업 시장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보고 2019년 전문 브랜드를 론칭한 바 있다. 남성 토털 스타일링 브랜드 ‘비레디’(BeREADY)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화장품 산업 자체가 주춤했으나 꾸준한 제품 개발 및 출시를 통해 부침을 딛고 정식 브랜드로 전환했다. 이제는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브랜드로 이름을 당당히 내걸게 됐다. 

사내 벤처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비레디’

비레디의 중심에는 아모레퍼시픽 그루밍 브랜드팀 허도윤 팀장이 있다. 비레디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하며 성장과정을 지켜봐 왔다. 2014년 뷰티 브랜드 에뛰드의 색조 브랜드매니저(BM)로 입사한 허 팀장은 2018년 하반기 아모레퍼시픽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린 스타트업’에 지원하며 남성 메이크업 브랜드 론칭을 제안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의 남성 화장품 분야를 개척·성장시켰고, 초고속 승진으로 팀장직까지 달게 됐다. 물론 비레디의 시작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회사 내부에서조차 남성 메이크업 제품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전년 대비 170% 성장세를 보이며 현재는 코어 팬덤까지 보유하게 됐다. 

“과거 한국 메이크업 시장의 남성 제품은 멈춰있었어요. 제품력도 좋지 않은 데다가 가격만 비싼, 개발 자체에 힘을 쓰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죠. 남성 브랜드도 여성 메이크업 브랜드처럼 결점을 채워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막연한 상상에서 시작했어요.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디어를 응모해 채택됐고 정식 브랜드로 론칭하게 됐죠. 초기에 예상한 것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어요. 그만큼 남성 메이크업 제품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반증, 좋은 모멘텀이 있었던 거죠. 이를 기반으로 그 다음 연도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어요.”

허도윤 아모레퍼시픽 그루밍 브랜드팀 팀장이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신입섭 기자] 

비레디는 론칭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위기를 맞았다. 여성 메이크업 시장 자체도 크게 하락하며 남성 메이크업 시장의 위기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는 허 팀장은 위기를 버티기 위한 대응 마련에 돌입했다. 마스크에 묻지 않는 남성용 쿠션을 필두로 제품력에 집중한 제품을 출시했다. 브랜드가 존폐 위기까지 내몰리며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이 있었기에 버텨낼 수 있었다.

“브랜드를 시작했던 팀원들이 아직도 다 함께 하고 있어요. 그만큼 비레디에 대한 애정과 오너십, 로열티가 강해서 지금까지 함께 있는 것 같아요. 초기 멤버들은 자기 자신을 브랜드에 갈아 넣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열정을 갖고 비레디를 키웠어요. 정말 내 사업처럼 말이죠. 무엇보다 팀원들의 서브컬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있었기 때문에 마케팅 업무에도 시너지 효과가 났어요. 단순 화장품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플러스 알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요소가 어떤 것인지 늘 고민하고, 트렌드를 캐치했죠. 사실 코로나 당시는 많이 어려웠어요. 코로나 때문에 회사 실적이 다 떨어지는데 메이크업 제품을 팔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오히려 그때 마스크에 묻어나지 않는 쿠션을 출시해 더 버텼고, 계속 버텼죠. 버틴 자가 살아남은 경우죠. (웃음)” 

허도윤 아모레퍼시픽 그루밍 브랜드팀 팀장이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신입섭 기자] 

고객 피드백 반영한 제품 출시…글로벌 시장 진출 준비 

비레디를 시작으로 국내 남성 메이크업 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정통성을 가진 남성 메이크업 브랜드들도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주요 구매처인 올리브영도 최근 남성 메이크업 분야에 주력하고 있는데, 남성 메이크업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허 팀장은 20대를 중심으로 남성 메이크업 시장이 크게 올라고오 있고, 성장세가 매섭다고도 설명했다. 남성 메이크업 브랜드가 하루가 다르게 론칭하고 있는 가운데, 비레디만의 제품 개발 차별점은 무엇일까. 핵심은 ‘남성 고객과 직접 만나는 것’이었다.

“비레디 론칭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소통하는 남성 뷰티 커뮤니티 회원들이 있어요. 3만여 명의 회원수를 보유한 ‘비욘드 그루밍’이란 곳인데, 남성 회원들이 정말 화장품 이야기만 나눠요. 제품 출시 전에 이 커뮤니티 회원들을 상대로 고객 조사나 콘셉트 테스트를 해요. 제품을 써보게 하는 거죠. 이들은 정말 뷰티 고관여자들이거든요. 남성들의 기준에 부합하는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니까요. 직접 써보고 만족도가 높고 좋은 피드백을 받는 제품을 출시하기 때문에 확신이 어느정도 생기죠. 고객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하고요. 이들이 실제 구매자이기 때문에 사지 않겠다고 의견을 주면 안 팔릴 확률이 높아요. 요즘 남성 소비자들은 꼼꼼하게 비교하고, 정보를 얻어서 까다롭게 구매하는 편이에요.

허도윤 아모레퍼시픽 그루밍 브랜드팀 팀장이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사옥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신입섭 기자] 

최근 비레디는 기존의 남성 메이크업 브랜드에서 ‘남성 스타일링 브랜드’로 리브랜딩을 마쳤다. 리브랜딩 캠페인을 통해 메이크업 뿐만 아니라 헤어까지 스타일링을 잘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브랜드로 확장하고 있다. 신제품 출시 및 신사업 확대,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앞으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게 비레디의 포부다.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비레디는 이제 글로벌 시장으로 시선이 향해있다. 

“곧 일본 진출도 앞두고 있어요. 해외에서 비레디 구매, 수입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올해는 글로벌 진출과 관련한 스터디를 많이 할 계획이죠. 이러한 준비기간을 거친다면 내년에는 출시 국가가 늘어나지 않을까요. 장기적인 비전으로는 ‘글로벌 톱10 그루밍 브랜드’가 되는 거예요. 글로벌 고객을 많이 만나야 가능한 미션이죠. 국내를 넘어 해외로 성장시키고자 해요. 국내에서도 극소수의 남성 소비자들을 만나왔는데, 좀 더 대중적으로 많은 고객을 만나는 게 목표입니다. 또 올해는 전년 대비 170% 성장하면서 마무리했는데, 내년은 200% 성장을 목표로 달려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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