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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트리아논 빌딩 매각 나섰지만…커지는 펀드 손실 우려

트리아논 빌딩 가치 하락에 따라 펀드 기준 가격 변동
실제 매각가에 따라 손실 더 커질 수도

프랑크푸르트 트리아논 빌딩. [사진 이지스자산운용]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이지스자산운용이 설정한 해외 부동산 펀드에 참여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리인상과 코로나19 여파로 우량 오피스 빌딩마저 공실률이 늘어나면서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파생형) Class A 및 Class C-I 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자산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재 트리아논 빌딩의 가치 하락에 따라 펀드 기준 가격을 변동했다. 지난 4일 종가 기준 A펀드는 847.45원에서 520.23원으로, C-I펀드는 848.91원에서 521.13원으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펀드 규모가 기존 1억2386만 유로(약 1779억원)에서 8125만 유로로 612억원 가량 떨어진다. 34%가량 떨어진 셈이다. 이는 트리아논 빌딩이 2018년 매입 당시 875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말 7150원으로 가치가 하락함에 따른 조치다. 

이에 대해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펀드의 경우 매일 시가가 확인되는 전통자산과 달리 감정평가액 등 기준가 산정을 위한 가격 근거를 먼저 필요로 한다”며 “지난해 12월 기준 트리아논 빌딩의 감정평가액을 토대로 이 자산을 보유한 외화 주식의 가액을 평가하는 절차까지 거쳐 기준가 변동에 시차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해당 펀드만이 아니라, 절세 효과를 위해 해외 법인을 통해 부동산을 소유하는 해외 부동산펀드 전체의 특징”이라며 “이번 기준가 변동의 근거가 되는 트리아논 빌딩의 최신 감정평가액은 운용보고서 등을 통해 고객에게 설명해왔다”고 말했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해당 자산 자체의 감정평가액은 지난해 말 기준 약 16% 정도 떨어졌다. 차후 이 건물을 매수하는 입장에서는 자산의 감정평가액을 보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문제는 펀드 투자들의 손실은 30% 이상으로 더 크다는 것이다. 해당 자산에 설정된 펀드에 에쿼티(지분) 투자한 지분의 가치는 대출이 더해져 레버리지 효과로 인해 좀 더 하락폭이 크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트리아논 빌딩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실제 매각가에 따라서 피해는 더 키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고금리에 따른 글로벌 부동산 시장 악화로 트리아논 건물이 펀드 설정 당시보다 낮은 가격에 처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지스운용은 지난 2018년 10월 펀드를 설정해 국내 공·사모 방식으로 모집한 금액은 약 3750억원이다. 공모펀드(1865억원)와 사모펀드(1835억원)로 자금이 모집됐다. 여기서 하나증권을 통해 들어온 자금이 3분의 1가량인 1350억원으로 추산된다. 공모펀드는 KB국민은행, 대신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을 통해 판매됐다. 공모 편드의 경우 주로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으는 속성상 기관보다 자금력이 취약한 개인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지스운용은 이렇게 조달한 금액과 현지 대출을 더해 트리아논 빌딩을 펀드에 편입했다. 

트리아논 빌딩 투자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은 이 빌딩의 60%를 차지하는 임차인인 데카방크가 2020년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면서다. 이에 따라 자산 가치 하락이 이뤄졌고 2021년 말 감정 평가 결과 담보인정비율(LTV)이 높아져 캐시트랩이 발동됐다. 캐시트랩이란 자산 가치 하락으로 LTV가 일정 수준(약 65%) 이상 오르면 임대수익을 제한하는 조항이다.

트리아논 빌딩의 LTV는 인수 초기인 2018년 57.8%에서 2020년 말 63.1%, 2021년 말 66.3%, 2022년 12월 71.7%로 상승했다. 기한이익상실(EOD) 사유에 해당하는 LTV 70%를 초과한 것이다. 

이후 이지스자산운용은 신규 임차인 유치와 대주단 리파이낸싱(차환)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대주단이 차환 조건으로 요구한 약 700억원 규모의 추가 출자 금액을 채우지 못했다. 펀드만기는 오는 10월이다. 이때까지 매각에 성공하지 못하면 건물 처분 권한은 대주단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달 중순까지 현지 매각 주관사를 선정한 뒤 잠재 매수자들과 논의를 거쳐 입찰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상황은 더 안 좋다”며 “감정평가액 보다는 이제 거래가 잘 안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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