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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터졌다 하면 수백억…은행 ‘내부통제’ 소용없었다

[은행 ‘횡령의 시대’ 언제까지] ① 경남銀 PF 담당 직원 500억대 횡령
매년 60여건 횡령 발생...당국은 “내부통제, CEO가 직접 챙겨야” 주문

BNK경남은행 지점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일확천금’을 노린 직원 횡령으로 거액의 은행 돈이 줄줄 새고 있다. 횡령이 터질 때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내부통제 강화를 외쳐 왔지만 사고는 좀처럼 줄지 않는 모양새다. 오히려 매년 횡령 등 내부통제 부실로 사고 규모가 커지고 있어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횡령, 왜 자꾸 발생하나 봤더니...

금융권에 따르면 BNK경남은행에서는 최근 562억원에 달하는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경남은행과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따르면 횡령 혐의를 받는 직원 A씨는 2007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부실화된 PF대출에서 상환된 대출 원리금을 자신의 가족이나 제 3자 계좌 등에 이체하는 방식으로 횡령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21년 7월과 2022년 7월에는 PF시행사의 자금 인출 요청서를 위조해 가족이 대표로 있는 법인 계좌에 자금을 이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직원에 의한 거액의 횡령 사고는 지난해 우리은행에서도 발생했다. 지난해 4월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직원 B씨는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약 697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에 넘겨진 B씨는 1심에서 징역 13년형을, 범행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동생 C씨는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현재는 피고인과 검찰의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다. 


경남은행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거액의 횡령 사고에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먼저 두 은행에서 횡령 혐의를 받는 두 직원 모두 순환인사 원칙에서 배제된 상태에서 10여년간 장기 근무를 했다. 아울러 규모가 작은 개인 신용대출이 아닌 PF대출과 같이 큰 자금이 움직이고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기업 관련 업무를 봤다는 점도 공통점으로 지적된다. 

범행 수법도 비슷했다. 우리은행 B씨는 가족을 이용한 경남은행 A씨와 마찬가지로 동생의 명의 법인으로 횡령금을 보내는 방법을 이용했다. 이를 위해 허위 서류를 만들고 자금의 이동을 증명해 장기간 내부통제가 작동되기 어려운 조건을 만들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경남은행이나 우리은행처럼 기업에서 회수된 자금을 다른 법인으로 보낼 때, 가족 명의 법인을 이용하면 은행에서 바로 의심하지 못할 수 있다”며 “은행 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6년간 2000억대 횡령…CEO에게 책임 묻나

은행권에 따르면 직원 횡령 사고는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융사 임직원의 횡령 규모는 총 2401억원에 달했다. 

연도별 횡령액과 건수를 보면 ▲2017년 144억8000만원(68건) ▲2018년 112억8000만원(65건) ▲2019년 131억6000만원(62건) ▲2020년 177억4000만원(50건) ▲2021년 261억2000만원(46건) ▲2022년 1010억7000만원(61건) ▲2023년(7월까지) 592억7000만원(33건)을 기록했다. 건수도 매년 50~60건을 기록해 줄지 않는 모습이다. 

반면 횡령 회수액 실적은 부진하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은행권(지방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특수은행·인터넷전문은행 등 14곳) 횡령액 870억8100만원 중 회수가 이뤄진 규모는 61억3100만원(7.04%)에 그쳤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횡령을 발견해도 횡령범이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주식에 투자해 손실을 봤다면 자금 회수가 거의 불가능할 수 있다”며 “처벌을 강화해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하는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직원 횡령 범죄가 감소하지 않자 책임 소지를 최고경영자(CEO)에게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7일 금감원은 은행업 관련 간담회를 개최하고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를 은행장이 직접 주관해 점검하라고 했다.

금감원은 우선 8월 말까지 은행장 주관으로 내부 점검을 실시하고 점검 결과에 행장이 확인서명을 해 제출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은행이 보다 책임감 있게 내부통제에 나서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 부원장은 “내부통제 시스템이 금융사의 영업현장 구석구석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어야 한다”며 “이사회와 경영진의 일관성 있는 역할과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8일 “은행업·증권업의 본질과 관련한 (내부통통제 관리) 실패에 대해서는 최대한 최고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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