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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사전계약자 어디에...재고 쌓이는 기아 ‘EV9’[백카(CAR)사전]

지난 7월까지 누적 생산 대수 8000여대
구매 희망 1만명 넘었지만 2585대 팔려

자동차 산업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쉴 새 없이 신차가 쏟아지고, 하루가 다르게 기술 수준이 발전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자동차 관련 정보는 정말 방대합니다. 그래서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지식을 모아서 정리한 책인 백과사전처럼 ‘백카(CAR)사전’ 코너를 통해 자동차와 연관된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기아 EV9 외관. [사진 이지완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국산차 최초의 플래그십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주목을 받았던 기아 EV9. 공식 출시 전 진행된 사전계약에서 1만명 이상이 구매 의사를 밝히면서 대박 조짐을 보였다. 기아에서도 기대가 컸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실제로 사전계약 수준의 구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기아 측은 EV9의 생산 대수 조절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무작정 재고를 쌓아둘 수 없기 때문이다. 기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가장 먼저 나온 어스, 에어 트림의 재고가 많아 GT-라인에 당분간 집중하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공식 출시 후 두 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EV9의 재고는 도대체 얼마나 쌓인 것일까.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기아가 올들어 지난달까지 생산한 EV9의 수는 8872대다.

자동차 제조사는 신차의 본격적인 양산 전 시범 모델을 생산한다. 이를 제외하면 실제 기아가 고객에게 판매하기 위해 지난달까지 생산한 EV9은 6010대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기아가 EV9의 양산을 본격화한 것은 지난 5월이다. 월별 생산 대수(KAMA 기준)는 ▲5월 2004대 ▲6월 4006대 ▲지난달 2510대다.

지난달 말까지 국내 판매된 EV9의 수는 2585대다. EV9 누적 생산 대수에서 이를 제외하면 3425대가 남는다. EV9 재고가 이와 유사한 수준일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앞서 진행된 사전계약에서 8일 만에 1만367대가 계약됐던 것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현재 기아 EV9은 계약 후 4주 내외로 출고가 이뤄진다. 판매 물량이 넉넉하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인기 차종은 최소 수개월의 대기 기간이 요구된다. 기아의 한 영업점 관계자는 “계약하면 한 달 내로 차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EV9을 수출용으로 전환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국가별 인증 조건이 다른 탓도 있지만, 아직 해외 판매가 언제 이뤄질지 확정되지도 않았다. 기아는 올해 3분기 중 해외 인증 등을 완료한 뒤 4분기부터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상황에 따라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

사전계약 당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기아 EV9은 불과 석 달 만에 찬밥 신세가 됐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업계에서는 초기 품질 문제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최근 기아는 ‘동력 상실’ 가능성을 이유로 8000여대의 EV9을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출시 약 두 달 만의 일이다.

물론 초기 품질 문제가 EV9 판매 부진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현대자동차 그랜저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된 신형 그랜저는 지난달(출시 후 8개월)까지 ‘시동성 문제’ 등 다양한 초기 결함이 발견돼 리콜 2회, 무상수리 15회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신형 그랜저는 올해 1~7월 누적 판매 대수 7만1509대를 기록했다. 올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 신형 그랜저다.

높은 가격과 초기 품질 문제가 맞물린 결과로 보여진다. EV9의 국내 판매 가격(세제혜택 전)은 2WD 기준 ▲에어 7728만원 ▲어스 8233만원, 4WD 기준 ▲에어 8094만원 ▲어스 8598만원 ▲GT-라인 8826만원이다. 최상위 트림 기준 풀옵션 적용 시 가격은 1억원을 넘어선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불리는 제네시스를 제외한 국산차(SUV 기준) 중 가장 비싸다.

업계 관계자는 “EV9은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분류되는 데, 그 가격대의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너무 많다”며 “EV9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컸기 때문에 초기 품질 문제로 인한 소비자들의 실망감도 다른 모델보다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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