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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 엇갈린 증권가, 상반기 연봉 킹은 '대표님' 아닌 ‘과장님'

[그사세 증권업계]②
올 상반기 윤태호 다올투자증권 과장 가장 많은 보수 수령
증권사 CEO 보수보다 많이 받은 임직원도 나와
부동산 PF 혹한기…증권사 구조조정 한파 불며 희비 교차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올 상반기 국내 증권사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연봉킹’은 대표가 아닌 과장이 차지했다. 해당 보수를 받은 이는 지난해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부실 우려의 타격으로 올 상반기 가장 많은 인원 감축이 있었던 다올투자증권에서 나왔다. 업황 악화에 따라 누군가는 짐을 싸는 사이, 성과위주의 연봉을 측정하는 증권가에선 일반 샐러리맨들과 비교할 수 없는 고연봉자도 있었다. 그야말로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 증권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윤태호 다올투자증권 과장이 올 상반기 34억3400만원의 보수를 수령하면서 증권업계 전체 연봉킹에 등극했다. 윤 과장의 전체 연봉 중 34억원은 상여금이었으며 상반기 급여는 3200만원이었다.

윤 과장은 채권영업부서 소속으로 주로 채권 중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해당 성과급은 채권·CP(기업어음) 등의 중개 영업을 통해 발생한 수익에서 영업활동 중 발생한 부대비용 및 귀속이 명확한 직·간접비를 제한 후 성과 보상비율(20%~50%)을 곱해 산정됐다는 설명이다.

윤 과장이 수령한 금액은 이병철 다올투자증권 대표이사 회장에게 지급된 9억원의 3.8배에 이른다. 윤 과장 이외에도 다올투자증권에서 박신욱 차장(13억8500만원), 김요한 부장(11억1200만원) 등이 10억원대 연봉을 받으며 이 회장의 연봉을 넘겼다.

다올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채권·파생상품 등에서 성과를 내며 증권업계 연봉킹이 나왔지만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다. 올 상반기 영업손실이 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올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은 8288억23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342억8500만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이는 지난해 이어 올 상반기도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데다, 고금리 장기화 등 불안정한 상황에 따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4분기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단기자금시장 경색 여파로 부동산PF 관련 차환(리파인낸싱) 리스크가 확대됐다. 국내 PF 확약 건을 중심으로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우발부채가 빠르게 늘어나 자기자본 수준인 7000억원을 돌파했다.

업황·능력 따라 누군가는 짐 싸고…누군가는 고성과급 수령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다올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증권사 중 가장 큰 인력 감소폭을 보였다. 다올투자증권의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511명에서 올해 2분기 356명으로 약 30%(155명) 줄었다. 

다올투자증권뿐 아니라 영업환경이 악화되자 올 상반기 증권가에선 감원 바람이 불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22곳에 근무하는 직원 수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3만2692명이다. 지난해 말 3만3354명이었으나 반년 사이 700명가량 줄었다. 이는 PF 부실화 우려가 인력 감축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투자은행(IB) 이익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의 임직원수 감소세가 가팔랐다.

누군가는 짐을 싸며 업계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했지만 최고경영자(CEO)를 뛰어넘는 임직원들이 등장하며 ‘잘나가는 증권맨’을 실감케 했다. 비임원 연봉킹에 자주 이름을 올렸던 강정구 삼성증권 영업지점장은 올 상반기 18억5000만원을 수령하면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의 보수 7억6200만원의 2배를 넘어섰다. 이 중 상여가 18억600만원이었다. 

KB증권에서도 김현준 프라이빗에쿼티(PE)사업본부 본부장(전무)가 17억1000만원을 수령하면서 박정림(9억2800만원)·김성현(9억2000만원) 대표의 보수보다 많았다. 또한 방창진 한국투자증권 전무 보수총액은 22억1155만원으로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19억6151만원)보다 많았다. 이 가운데 상여가 21억2700만원에 달했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국내 증권사 CEO 중 연봉 1위는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었다. 주요 증권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김 전 회장은 상반기 28억9796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회장은 지난 5월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당시 주가조작 연루 의혹으로 인해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퇴직금으로만 22억6500만원이 책정됐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의 급여는 약 4억6600만원, 상여는 약 1억6500만원 등이었다. 

이어 CEO 연봉 2위는 지난해 상반기 50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던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다. 정 대표는 올해 상반기 급여 4억2400만원, 상여 24억3500만원을 포함해 총 28억5900만원을 받았다. 이어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28억5700만원의 보수를 받아 3위를 기록했다. 

증권사는 직급이나 연차보다 철저히 능력과 성과에 따른 보수를 가져가는 업권으로 유명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올 상반기는 채권 평가 손익이나 운용관련해서 다들 실적이 좋았던 걸로 아는데 예전에는 IB가 그 자리를 차지할 때도 있었다”며 “예전부터 증권사는 수익을 내고 회사에 기여를 한 만큼 성과급을 가져가고 그만큼 유능한 직원을 영입하려는 경쟁도 치열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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