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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외국계 기업 100곳 기부금 현황 조사해보니…[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 보고서]

[기부금으로 본 외국계 기업의 두 얼굴]①
영업이익 50% 늘었는데 기부금은 20% 이상 줄어
SC제일은행·에쓰오일·쌤소나이트 등 영업이익과 기부금 정반대 행보

많은 외국계 기업이 자리하고 있는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의 빌딩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산업·ICT부 부장]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3가지 핵심 요소로 꼽히는 게 바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다. 특히 기업이 활동하는 지역사회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사회적 역할은 오래 전부터 강조된 필수 요소로 꼽힌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은 국내에서 많은 이익을 얻고 있는 주요 외국계 기업 100곳의 사회공헌 활동을 기부금을 통해 분석했다. 조사 대상이 된 외국계 기업의 기준은 외국 법인 등이 지분 50% 이상 보유한 기업이다. 100곳은 금융·명품·식품유통·담배주류·전자·석유화학·제약·스포츠 등 여러 업종에서 대표적인 곳을 자체 선정했고, 2021년 대비 2022년 영업이익과 기부금·고용현황 등을 조사했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은 사회공헌 활동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고 있다. 그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1년 사이 외국계 기업 100곳의 영업이익은 50% 넘게 증가했다. 이에 반해 기부금 지출은 20% 이상 줄었다. 기부금 내역도 공개하지 않는 외국계 기업도 많았다. 이번 조사 대상 기업의 2021년 영업이익은 6조6583억원이었고, 2022년에는 10조553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1년 만에 영업이익이 58.5%나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기부금은 오히려 축소됐다. 2021년 기부금은 635억9000만원이었는데, 지난해에 495억5180만원을 기록해 1년 만에 22.1% 하락했다.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도 떨어졌다. 100개 외국계 기업의 2021년 기준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1% 수준이었다. 지난해에는 0.5%로 절반으로 하락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기업이 사회공헌과 연관된 기부금 지출에 인색했음을 알 수 있다. 


한국노바티스…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 70.4%로 가장 높아

전반적으로 기부금에 인색한 외국계 기업이 많지만, 기부금액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기업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2022년 기부금 10억원 이상을 기록한 곳은 라이나생명보험·S-Oil·한국노바티스·유한킴벌리 등 14개 기업이다. 특히 라이나생명보험은 2년 연속으로 100억원 이상의 기부금을 낸 유일한 외국계 기업으로 꼽혔다. 

눈길을 끄는 또 다른 기업은 한국노바티스로 2022년 31억5000만원의 기부금을 냈는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4억7500만원이다.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70.4%를 기록했다. 2021년 한국노바티스의 영업이익은 33억3900만원이었는데, 당시 기부금은 28억2850만원으로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84.7%에 달했다. 

2021년 대비 2022년 기부금 증가율에서 가장 많이 상승한 외국계 기업은 일본계 담배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제이티인터내셔널코리아로 확인됐다. 2021년 기부금은 3100만원이었고, 지난해 1억4000만원의 기부금을 냈다. 1년 새 기부금 증가율이 351.6%나 된 것이다. 그 뒤를 이어 보험회사 악사손해보험도 2021년 6800만원이던 기부금이 지난해 1억4880만원으로 늘어나 기부금 증가율 118.8%를 기록했다. 

쌤소나이트코리아·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영업이익 늘어도 기부금 줄여

2021년 대비 2022년 영업이익은 늘었는데, 기부금을 줄인 외국계 기업은 눈총을 받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2021년 80억6200만원의 손실을 봤지만, 지난해 1847억94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도 3조원대에서 4조원대로 1조원 이상 늘면서 경영 실적을 큰 폭으로 개선했다. 하지만 기부금은 2021년 1420만원에서 2022년 500만원으로 64.9%나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쌤소나이트코리아도 2021년 영업이익은 13억1700만원 손실을 봤지만, 지난해 196억원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기부금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2021년 2억2000만원의 기부금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100만원으로 줄인 것이다. 

이 외에도 폭스바겐그룹코리아는 2021년 22억1000만원이던 기부금을 지난해 12억원 수준으로 줄였다. 2021년 영업이익 1378억원을 기록했던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도 2022년 영업이익이 4889억원으로 껑충 뛰었지만, 2021년 28억2900만원이던 기부금을 2022년(10억2800만원) 60%넘게 줄였다. 또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2021년 대비 2022년 배당금을 800억원에서 1600억원으로 늘린 바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토요타자동차·한국쓰리엠·노무라금융투자·한국로렉스 등이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기부금을 줄인 외국계 기업으로 꼽힌다. 

1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지만, 기부금은 1억원도 안 되는 외국계 기업이 100개 외국계 기업중 20곳이나 됐다. 흔히 말하는 ‘생색내기’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크리스챤디올)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3237억원에 이르지만 감사보고서 기부금 항목에 기록된 금액은 1620만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0.01%에 그친 것이다. 일본계 기업 히로세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 924억3700만원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기부금은 3350만원으로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0.04%에 불과했다.

이 외에도 영국dml 이네오스(INEOS)그룹 계열사인 이네오스 스티롤루션은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0.03%, 한국알프스(0.1%), 유타증권(0.07%), 타타대우상용차(0.07%),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제조(0.03%), 버버리코리아(0.05%), 한국호야전자(0.02%) 등의 외국계 기업이 생색내기 기부금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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