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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조’ 보톡스 시장 잡기 치열한데…국내 기업 해외 진출은 ‘막막’

[법정 위에 선 ‘보톡스’]②
쑥쑥 크는 미국·유럽 보톡스 기업, 국내선 법정 싸움
유럽·중국 시장에 공들였지만…점유율 확대에 고전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개발한 국내 기업들이 규모가 큰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일명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국내 기업들이 긴 법정 싸움을 벌여온 가운데, 해외 기업은 미국과 유럽 등 규모 있는 시장을 넘어 아시아·태평양으로 사업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국내 기업이 두각을 보이는 미용 시장에도 진출하며 국내 기업과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국내 기업을 둘러싼 소송전이 기업의 해외 진출을 방해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보툴리눔 톡신은 보툴리눔균이 만드는 신경 독성 단백질이다. 신경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이 이동하는 것을 막아, 근육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보툴리눔 톡신이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중반이 돼서다. 이후 주름 개선 효과가 발견돼, 미용 시장에서도 보툴리눔 톡신을 찾게 됐다. 보툴리눔 톡신의 종류는 다양한데, 2~3개 유형만 의료와 미용 시장에서 활용된다. 미용 시장에서는 주로 주름 제거를 위한 목적으로 쓰인다. 특히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90%는 미용이 차지한다.

전 세계 보톡스 시장 규모, 2025년 14조원 전망

해외 보톡스 시장은 의료 시장이 미용 시장보다 크다. 북미와 유럽은 의료 시장이 60%, 미용 시장이 40% 수준이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 자체도 국내보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이 크다.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80% 가까이가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이다.

최근에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며 보툴리눔 톡신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의료와 미용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기존 시장 외 아시아·태평양 시장도 확대되고 있으며, 의료 시장의 규모도 점차 확대 중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보톨리눔 톡신 마켓 리서치는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수요가 오는 2025년을 기준으로 107억460만 달러(약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강자는 미국 제약사인 애브비다. 이 회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보톡스’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보톡스는 애브비가 앨러간에서 인수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이름 붙인 브랜드다. ‘포스트잇’과 ‘딱풀’, ‘봉고차’처럼 ‘보툴리눔 톡신 제제=보톡스’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다. 

보톡스는 1989년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약물이다. 애브비는 지난해 580억5000만 달러(약 77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보톡스 코스메틱스’와 ‘보톡스 테라퓨틱’ 등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만 53억3400만 달러(약 7조원)를 올렸다. 다른 보툴리눔 톡신 기업으로는 프랑스의 입센과 독일의 멀츠 등이 시장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은 애브비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시장 자체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후발주자 기업들에도 기회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패런시 마켓 리서치는 지난해 보고서를 발간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시장의 빈틈을 노리는 기업들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국은 경제 성장률이 높고 의료 관광이 활성화돼 있어, 미국·유럽과 함께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중국은 경제 성장과 소비 고도화에 따라 의료와 미용 시장이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했다. 오는 2030년에는 이 시장이 6535억 위안(약 11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도 시장 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대웅제약은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격전지인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 확대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2019년 FDA로부터 나보타를 승인받았고, 이후 해외 매출을 꾸준히 늘리며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나보타의 지난해 매출은 1421억원이었는데, 1년 전과 비교해 79% 늘었다. 회사는 매출 대부분을 해외에서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나보타의 전체 매출 중 80%에 육박하는 1098억원 규모의 물량을 해외에 공급했다. 수출 규모 자체도 지난 한해 123% 늘었다.

“국내는 작다” 대웅제약·휴젤 등 수출 확대에 주력

휴젤은 유럽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레티보’를 통해서다. 회사는 지난해 벨기에와 헝가리, 스웨덴 등 유럽 내 여러 국가에서 이 제품의 품목허가를 연달아 획득했다. 올해까지 유럽 내 36개 국가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유럽에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수출한 국내 기업은 휴젤이 처음이기도 하다.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휴온스도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리즈톡스’로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 회사는 ‘휴톡스’라는 이름으로 리즈톡스를 유럽에 수출할 계획이다. 휴온스글로벌의 자회사 휴온스바이오파마는 앞서 현지 기업과 리즈톡스를 수출하기 위한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까지 유럽에서 현지 임상을 추진, 허가 절차를 마치고 이후 유럽 내 30여 개 국가에 리즈톡스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서울 한 면세점에 들어선 중국 단체 관광객들 [사진 연합뉴스]

중국 시장에서도 휴젤이 앞서고 있다. 휴젤은 국내 기업 중에선 유일하게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보툴렉스’를 중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 시장에서 4%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중국 시장에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출시한 첫해 시장의 10%가량을 차지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최근에는 점유율 확대에 다소 고전하는 모습이다. 휴젤은 중국 현지 기업과 협력해 법인을 설립했고,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등을 통해 수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대웅제약도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 나보타의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현재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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