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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수 창업 확대하려면…양보다 질에 집중해야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2016년 195개에서 5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한 교원창업
교수의 창업…상아탑 본질에서 벗어난다는 비판적 시각 존재

대학교수의 창업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 대학교수들의 겸직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이전에는 연구자의 정체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전공과 연계성이 높은 공공기관이나 기업에 조언하는 정도였다면, 근래에는 직접 창업을 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교수라는 직함을 내려놓고 상아탑을 벗어나 사업가로 과감히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다. 실제로 국가통계포털에 의하면 교원창업의 수는 2016년 195개에서 2021년 418개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교원창업은 청년창업과는 다르다.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승부하는 청년창업과는 달리 교원창업은 연구 중심이다. 원천 기술이나 핵심 응용 기술을 보유한 연구실에서 사업화의 방향으로 창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한국산학기술학회 논문에 따르면 교원창업의 주요 아이템의 빈도가 치료제, 의료서비스 시스템, 빅테이터 기반 플랫폼 등의 순서다. 이 분야들은 모두 오랜 연구기관과 고급 인력이 필요하다. 

인하대학교 병원 교수와 공과 대학 교수들이 뜻을 모아 공동 창업한 딥카디오(DeepCadio)는 교원창업의 좋은 사례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심전도 기반 검사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딥카디오는 대학 창업지원단의 입주 공간 제공과 교육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교원창업 지원을 담당하는 이예진 교원창업 파트장은 “교원 창업에 호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며 관련 문의가 부쩍 늘어가고 있다”고 말하며 “휴직·겸직·기술 사업화 등의 문제가 선제적으로 해결된다면, 교원창업에서 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물론 다른 한 편 최근 교원창업에 대한 높은 인기에 대한 냉정한 분석도 있다. 교원창업이 새로운 개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부 기관이 주관하는 기존의 실험실 지원 사업들과 유사해 실제 효과가 미미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교수가 창업회사의 대표를 맡으면서 자연스레 연구실내 대학원생들이 연구자보다는 근로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는데, 이는 교육기관이 추구하는 상아탑의 본질에서 벗어난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교원창업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일본 교토에서 찾아본 교원창업의 새로운 모델

그렇다면 연구 선진국의 교원창업은 어떨까. 일본의 중소 도시 교토는 연구 중심 교원창업의 모범 사례로 참고할 만한다. 

교토는 지역 내 대학과 기업에서 총 1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을 정도로 일본의 대표적인 연구 중심지다. 특히 교토대를 중심으로 의학·약학·농업 등 생명과학 연구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생명과학 영역은 장기적인 연구기간과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ICT 기술이 주도하는 빠른 혁신과 스타트업의 물결에는 올라타지 못했다. 

창업 활성화의 일환으로 교토는 교원창업을 이용했다. 의미 있는 성과도 나오고 있다. 교토지역은 일본에서 창업자 및 스타트업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창업자 상당수가 대학원생·대학 강사·연구원·교수 등이다. 교토는 이들 모두를 교원창업의 범주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 

변화의 전환점에는 교원창업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벤처캐피탈 설립이 있다. 2014년 교토대는 교내 교수와 연구자들의 창업 활성화를 위해 ‘교토대 혁신 캐피탈(Kyoto-iCap, Kyoto University Innovation Capital)’을 설립했다. 정부 지원금과 민간 자본을 합쳐 약 340억 엔(약 307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해 현재까지 60여 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대부분의 피투자사는 교토대와 지역 내 교원창업 스타트업이다. 

흥미로운 점은 투자 기간이다. 통산 벤처펀드의 만기는 8년 내외인데, 교토대 혁신 캐피탈 펀드는 12~15년의 만기 기간에 더해 5년을 조건부로 추가할 수 있다. 긴 시간이 필요한 연구 교원창업의 특징을 반영한 것이다. 

교원창업의 활성화를 위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사진 최화준 연구원]

2016년부터 해당 펀드에서 심사역을 해온 오사미 고노(Osami Kono)는 “교내 벤처캐피탈 펀드 조성 이후 창업을 바라보는 연구자들의 시각이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아직 펀드 청산 전이라 수익률 같은 최종 결과를 정확히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피투자 스타트업의 총 기업가치는 상당히 증가했고, 소수의 엑시트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업고 국내 교원창업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청년창업과 비교하면 여전히 태동하는 단계이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교원창업 수의 증가보다 질적인 개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선 현장에서 교원창업 제도를 만들고 지원하는 관계자들은 문제점과 시사점을 동시에 제시했는데 일부 공통적인 의견들이 있다. 우선 연구업적 및 기술특허에서 시작하는 특징을 반영하여 기술사업화 중심의 교원창업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단기적 성과지표에 급급하기보다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리고 교원창업 지원자의 의지와 기여도를 신중히 평가해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목적 없는 교원창업은 지원금의 낭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교토지역의 사례처럼 교원창업의 지원 역할을 벤처캐피탈에 일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지원금이 아닌 투자금으로 재무적 자원을 지원하기 때문에 투자사와 스타트업 모두 사업화와 수익화의 책무를 피할 수 없다. 

국내 교원창업의 수가 늘어나면서, 교원창업 스타트업의 엑시트 소식도 하나둘 들려온다. 성공 스토리는 교원창업의 선순환을 위한 고리들이 연결되는 과정일 것이다. 성공 사례와 함께 지원제도가 꾸준히 개선되어 창업생태계 내 교원창업이 하나의 축으로 자리 잡길 바라는 마음이다. 동시에 연구 성과를 넘어 창업으로 사회에 새로운 기여를 하는 대학과 교수들의 역할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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