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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국 아니에요?”…편의점에 빵집까지 ‘한국판 몽골’ [떴다! ‘몽탄 신도시’] ①

수도 울란바토르, 한국 동탄 신도시와 유사
CU·GS25·이마트 등 국내 기업 간판 곳곳에

몽골 울란바토르의 수흐바타르 광장. [사진 독자 제공]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광활한 초원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염소와 유목민이 떠오르는 국가 몽골. 대부분 몽골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일 것이다. 하지만 몽골에 이러한 시골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수도 울란바토르는 마치 한국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즐비한 고층 아파트들 속에서 한국의 대형마트와 편의점, 커피 전문점 간판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한 신도시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실제 이곳의 도심 풍경이 경기도 동탄 신도시와 유사해 한국 관광객들은 울란바토르를 ‘몽탄 신도시’라 부르기도 한다.

몽골의 한국화. 그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에선 몽골 내 한류와 K-팝의 인기가 커지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과 신뢰도가 커졌다는 점을 꼽는다. 국내 유통 기업도 몽골을 새 성장동력으로 보고 한류 영향권이 미치는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양국 무역 규모도 증가하면서 분야를 막론하고 활발한 교류가 이뤄질 전망이다.

편의점·마트·버거 등…국내 기업, 몽골 시장 진출 순항

몽골의 한류 시작은 1998년 TV드라마 ‘모래시계’가 방영되면서다. 이어 2002년 ‘겨울연가’, 2003년 ‘대장금’ 등의 방송과 영화, K-pop 등이 몽골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한류 붐이 일었다.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과 ‘야인시대’는 80%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 전 국민을 한류에 빠지게 만드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후 몽골에서는 한류가 K-드라마, K-팝을 넘어 K-푸드로 이어지고 있다. 몽탄 신도시라는 별칭이 생길 만큼 도시의 풍경이 한국과 비슷하다. 곳곳에 한국식 편의점, 카페, 제과점이 있고 길거리에는 어묵, 닭강정 등 길거리 간식을 파는 노점이 즐비해 있다. K-콘텐츠 덕분에 K-푸드에 대한 장벽이 낮아지면서 국내 식품업계의 진출이 용이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인기에 불을 지핀 것은 바로 한국 편의점이다. 2018년 8월 울란바토르의 5성급 호텔 샹그리아에 CU가 들어선 것이 시작이다. 쾌적한 매장은 기본이고 김밥 등 한국식 간편식품과 토스트, 핫도그, 떡볶이 등 즉석조리 식품을 판매해 간단하게 식사할 수 있다. 또 커피 머신을 비치해 신선한 원두로 내린 커피까지 즐길 수 있어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CU의 인기에 GS25도 2021년 몽골로 진출했다. 두 편의점은 몽골 전역으로 출점 범위를 확대하며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두 회사의 편의점 수는 전체 몽골 편의점 수의 약 9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몽골 울란바토르에 위치한 한식당 ‘델루나펍’(PUB DEL LUNA) 전경. [사진 독자 제공]
이마트도 2016년 몽골에 진출해 2017년 2호점, 2019년 3호점을 열었다. 한국 식품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마트로서 사업을 확대 중이다. 이마트는 올해 안에 몽골 이마트 4호점을 낸다. 토종 버거·치킨 브랜드 맘스터치도 몽골에 1, 2호점을 열고, 올해 안으로 7호점까지 매장을 오픈할 방침이다.

CJ푸드빌 뚜레쥬르는 2016년 국내 베이커리 업계 최초 몽골에 진출해 순항 중이다. 울란바토르에서 1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연평균 35%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글로벌 경쟁력도 입증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제과점과 카페 등 몽골의 다양한 업계를 사실상 한국 기업이 접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한국 제품은 품질이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라는 신뢰가 밑바탕이 된 것이다. 또 몽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로 인해 몽골과 한국이 더 가까워지고 닮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포화된 국내 시장 넘어 몽골로…“잠재력 활용”

한국 기업 진출의 발판은 2000년대 초반 마련됐다. 한국 드라마가 이끈 한류 열풍에 몽골도 함께하면서 몽골인들의 한국에 대한 친밀도가 올라갔다. 이 가운데 국내 유통 업체들은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판단에 몽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서는 매장 수를 늘리고 싶어도 출점 규제로 더는 확장이 어려운 처지다.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몽골에 진출해 신규 매장을 열고 있는 것이다.

두 나라 간 교역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 또한 한국 기업 진출이 활발해진 요인이다. 지난해 교역액은 4억7000만 달러(약 6020억원)로 최근 2년 사이 한국은 몽골의 4위 교역국으로 성장했다.

몽골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중앙아시아의 요충지로서 인구 절반 이상이 35세 이하인 젊은 국가다. 하지만 수도 울란바토르에 모든 사회 인프라가 집중되면서 장점인 넓은 영토를 활용하지 못했다. 성장 가능성을 본 외국 기업이 몽골
에 들어와 영토를 확장해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도 울란바토르에 모든 문화 인프라가 집중돼 있어 단 1개의 매장만 오픈해도 홍보되는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에 국내 유통업계의 시선이 몽골로 향하고 있다”며 “국내 제품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류의 영향권이 미
치는 지역을 중심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몽골은 한류에 대한 호감도가 높고,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을 본 국내 유통기업의 몽골 진출은 가속화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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