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인구쇼크…도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김현아의 시티라이브]
[인구 감소와 도시] ① 韓인구 3년 8개월 째 감소, 극복보다 대응 필요
올 1월 ‘생활인구’ 도입, 장기 체류자 유치 방법 찾아야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지난주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2분기 출산율이 0.7명으로 나타나 큰 충격을 줬다. 전년 동기 0.75명 보다 더 줄어든 수치다. 한때 출산율 급감 원인이 코로나19 때문이라는 얘기도 많았지만 이제는 그러한 주장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 올해는 사망자 수마저 출생아 수를 웃돌며 대한민국 인구는 3년 8개월째 자연감소하고 있다. 이쯤 되면 국가 비상사태다.
특히 서울 출산율은 0.53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그나마 출산율이 전국 평균을 웃도는 지방 도시들도 마냥 안심하긴 이르다. 산모들이 산부인과를 찾아 헤매야하는 환경에서 출산율이 현재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안심할 수 없는 실정이다.
현대도시가 당면한 문제, 인구 감소
한때 주요 도시들의 문제는 인구 집중과 과밀화가 문제였다. 교통, 주택, 교육, 위생 등 모든 도시의 문제가 인구 폭증과 과밀에서 비롯됐다. 인구 폭증 시기에 유효했던 정책은 ‘산아제한’이었다. 도시로의 인구집중을 억제했던 정책은 ‘그린벨트’나 각종 ‘입지 규제’였다. 이러한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었으나 부작용이 컸다.
지난해 세계 인구의 날을 맞아 UN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인구증가는 콩고민주공화국, 이집트, 에티오피아, 인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필리핀, 탄자니아 등 8개국이 주도할 전망이다.
올해는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대국이 된 것으로 예상된다. 이보다 앞서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Euromonitor International)은 2030년 인구 천만이 넘는 세계 10대 메가시티를 전망했는데 이중에 7개가 아시아 도시였다. 1위는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2030년 3560만명), 2위 도쿄, 3위 파키스탄 카라치, 4위는 필리핀 마닐라였다. 이런 측면에서 아시아의 주요 메가시티들의 정책 의제는 인구 조절이 될 전망이다.
반면 나머지 도시들은 인구 감소에 대응해야 한다. 2050년까지 인구가 최소 1% 감소하는 나라가 61개국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UN)도 있다. 인구가 감소하는 주요 도시들은 산업혁명과 도시화 과정에서 모두 인구폭증과 과밀을 경험했던 도시들이다.
하지만 이제 인구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 그것도 우리가 예측한 것보다 빠르게, 우리가 대비한 것에 비해 엄청나게 큰 규모로 인구가 사라지고 있다.
아직 섣부른 예측일 수 있지만 이와 같은 인구 증가의 쏠림과 기후변화가 맞물리면서 향후 대규모 이주와 국가 간 물리적 충동이 빚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극복보다 수용·적응 방법 고민해야
도시는 유기체다. 성장과 쇠퇴를 반복한다. 국내 지방도시들은 이미 인구 감소가 시작됐다. 이제는 감소를 넘어 쇠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그러나 우리의 도시정책은 늘 성장을 전제로 한다. 그 이유는 인구문제를 극복의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정부는 인구 감소 현상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지속해왔다. 지역 균형 발전도 인구 감소 극복전략의 일환이었다.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많은 비용을 수반한다. 당장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인기 영합주의 정책을 쓰는 사례도 많다. 모든 국가들이 출산율 제고에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인구문제를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수용과 적응의 대상으로 삼으면 어떻게 될까. 특정 국가나 도시의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그곳을 방문하는 여행자나 체류자 수는 결코 줄지 않고 있다.
일부 독자들은 ‘관계인구’ 또는 ‘생활인구’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생활인구는 2023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과 관련해 도입된 개념이다.
이 법에 명시된 ‘생활인구’란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으로 등록된 사람, 통근·통학이나 관광·휴양 및 업무 등의 목적으로 방문해 체류하는 사람, 출입국 관리법에 따라 등록 외국인을 비롯해 ‘특정 지역에서 거주 또는 체류하면서 실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즉 정주인구 이외에 장기 방문 체류인구를 포함한 개념이다. 한편 관계인구는 일본에서 시작된 표현인데 특정 지역에 완전히 이주·정착하지는 않았으나 정기·비정기적으로 지역을 방문하면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말한다.
생활인구나 관계인구를 증가시키는 방법은 사람들의 이동을 전제로 하지만 단순한 관광만으로는 한계와 부작용이 있다. ‘오버투어리즘’이 그것이다.
오버투어리즘은 ‘오버(Over)’와 ‘투어리즘(Tourism)’이 합쳐진 말로 과도하게 몰려든 관광객들이 현지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을 일컫는데 유럽의 관광도시들은 이미 이런 오버투어리즘으로 신음한 지 오래다. 그래서 생활인구를 늘리는 데는 ‘느린 여행자’, ‘도시 산책가’가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올 1월 생활인구 개념의 도입은 지방도시정책의 큰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정주인구의 감소를 수용하고 적응하겠다는 얘기다. 아직은 관광객 유치 정책이 대부분이지만 앞에서 언급한 느린 여행자와 도시 산책가로 그 개념을 넓혀야 한다.
그리고 정책의 내용과 돈의 쓰임새도 달라져야 한다. 이제 저출산이나 고령화, 나아가 인구 감소는 더 이상 미래 문제가 아니다. 쓰나미처럼 빠른 속도로 우리를 덮친 재난이다. 더 이상 쓰나미 탓 만하거나 재난이 발생한 원인만 찾을 순 없다. 이미 발생한 문제에 대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것이 휩쓸고 간 그 자리를 복구, 재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금 정부 정책과 정치인들이 집중해야 할 일은 바로 이것이다. 필자는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느린 여행자와 도시 산책가로 대변될 수 있는 생활인구의 사례와 이들을 도시에 유치할 수 있는 전략을 소개하고자 한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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