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숙, 2년간 ‘용도변경’ 1% 불과...“사실상 불가능” 왜?
[생숙 ‘벌금 폭탄’ 째깍째깍] ②
준주택 인정하거나 이행강제금 부과 유예 필요성 제기
규제 완화에 선 긋는 정부 “정책 일관성‧형평성 어긋나”
[이코노미스트 박지윤 기자] 올 10월부터 생활형숙박시설(생숙·Serviced Residence) 거주자에게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는 것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다.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하고 주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정부는 지난 2년간 생숙을 오피스텔‧주택으로 용도변경하도록 유예기간을 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생숙 용도변경’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숙, 10년간 주거용도 활용…준주택 역할
생숙은 2018년 부동산 활황기에 주거용 투자상품으로 주목받으며 현재까지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비해 규제가 덜한 생숙에 투기 수요가 몰리자 정부는 2021년 생숙을 숙박업 외 주거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규제책을 내놨다.
2년간의 유예기간을 줄테니 생숙 용도를 숙박업으로 변경하던지 오피스텔이나 주택으로 바꾸던지 선택하라는 얘기다. 이 유예기간은 오는 10월 끝이 난다. 정부는 10월 이후부터 용도변경을 하지 않은 생숙에 매년 공시가격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약 9만 가구에 달하는 생숙 보유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생숙에 대한 이번 규제가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과 소급입법금지 원칙뿐만 아니라 기존 법률관계에 대한 신뢰보호 원칙을 위배했다고 보고 있다.
석호영 명지대학교 법무행정학과 주임교수는 지난 8월 3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생활숙박시설 당면문제와 관련 제도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생숙에 대한 소급적, 사후적 규제에 따라 기존 거주자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석 교수는 “기존 생숙 보유자들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제재는 형평성과 적절성 문제가 있다”며 “건축법을 위반하면 시정명령을 이행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데, 생숙의 경우 10년 가까이 건축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 없이 허용돼 왔기 때문에 국민의 주거권과 관련한 공익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부교수는 “정부는 생숙 수분양자들에게 오피스텔이나 주택으로 용도변경을 유도하며 2년의 유예기간을 줬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려면 ▲분양자 100% 동의(소유자 80% 이상 동의) ▲지구단위계획 변경 ▲적정 주차장 대수 확보 ▲복도폭 확보 등 조건을 갖춰야 한다.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동의를 구해야 하고, 주차장과 복도면적 요건을 맞추려면 전면 설계가 필요하다. 이에 현실적으로 생숙 용도변경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평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생숙을 주택으로 바꾸려면 현재 상업‧녹지지역에서 주거‧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바꿔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오피스텔로 변경하려 해도 지자체가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줘야 하고 주차장, 방화설비 등 기준을 맞추려면 새로 짓는 수준으로 고쳐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공유 세컨드하우스, 공유 주방 등 주거 유형도 다양화하는 시대 변화를 수용해서 생숙도 ‘준주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건축법상 용도가 업무시설인 오피스텔도 실제 사용용도는 업무용과 주거용이 모두 허용되는 준주택으로 들어간다. 고시원 역시 건축법상 500㎡ 미만은 제2종 근린생활시설, 500㎡ 이상은 일반숙박시설이지만, 주거, 숙박 등이 가능한 준주택으로 포함된다.
김 교수는 “현재 생숙은 건축법상 숙박시설이지만 실제로는 주거, 숙박, 체류로 활용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준주택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또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는 생숙을 숙박시설로 분류하고, 행정안전부는 전입신고가 가능한 주거시설로 관리하면서 사회적 혼란도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뉴욕시에서는 30일 이상 거주하는 숙박시설을 주거용도로 인정하고 있고, 일본 역시 인구 감소와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발맞춰 체류형 주거시설 개념을 도입해 선호하는 입지‧주택유형을 정책에 반영했다”며 “우리나라도 여건변화와 시장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는 법 지켰다” VS “99%가 실패한 용도변경”
정부는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미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한 생숙 보유자들이 생겨 정책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제주와 경기 안양시는 최근 조례 변경을 통해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가능하도록 했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서는 ‘더에이치스위트’ 4개 호실을 생숙에서 오피스텔로 용도변경 하는 데 성공했다.
이진철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과장은 “생숙 이행강제금 부과 여부는 지자체가 판단하고, 위법이 아니라면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인) 생숙 1%가 용도변경을 했는데 (이행강제금 부과를 미룰 경우) 법을 지키려다 희생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이행강제금 부과를 앞둔 생숙 보유자들은 지난 9월 5일 세종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전국레지던스 연합회 회장은 “지난 2년 동안 용도변경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기한 안에 용도변경을 마칠 수 없었다”며 “99%가 용도변경에 실패한 정책을 국토부가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배성환 여수웅천 골드클래스더마리나 생활형숙박시설협의회 대표는 “정부는 생숙이 주거용으로도 활용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관하다가 이제 와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마친 1%의 생숙은 우연히 건축기준이 부합한 운이 좋은 사례들”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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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부는 지난 2년간 생숙을 오피스텔‧주택으로 용도변경하도록 유예기간을 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생숙 용도변경’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숙, 10년간 주거용도 활용…준주택 역할
생숙은 2018년 부동산 활황기에 주거용 투자상품으로 주목받으며 현재까지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비해 규제가 덜한 생숙에 투기 수요가 몰리자 정부는 2021년 생숙을 숙박업 외 주거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규제책을 내놨다.
2년간의 유예기간을 줄테니 생숙 용도를 숙박업으로 변경하던지 오피스텔이나 주택으로 바꾸던지 선택하라는 얘기다. 이 유예기간은 오는 10월 끝이 난다. 정부는 10월 이후부터 용도변경을 하지 않은 생숙에 매년 공시가격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약 9만 가구에 달하는 생숙 보유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생숙에 대한 이번 규제가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과 소급입법금지 원칙뿐만 아니라 기존 법률관계에 대한 신뢰보호 원칙을 위배했다고 보고 있다.
석호영 명지대학교 법무행정학과 주임교수는 지난 8월 3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생활숙박시설 당면문제와 관련 제도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생숙에 대한 소급적, 사후적 규제에 따라 기존 거주자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석 교수는 “기존 생숙 보유자들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제재는 형평성과 적절성 문제가 있다”며 “건축법을 위반하면 시정명령을 이행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데, 생숙의 경우 10년 가까이 건축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 없이 허용돼 왔기 때문에 국민의 주거권과 관련한 공익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부교수는 “정부는 생숙 수분양자들에게 오피스텔이나 주택으로 용도변경을 유도하며 2년의 유예기간을 줬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려면 ▲분양자 100% 동의(소유자 80% 이상 동의) ▲지구단위계획 변경 ▲적정 주차장 대수 확보 ▲복도폭 확보 등 조건을 갖춰야 한다.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동의를 구해야 하고, 주차장과 복도면적 요건을 맞추려면 전면 설계가 필요하다. 이에 현실적으로 생숙 용도변경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평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생숙을 주택으로 바꾸려면 현재 상업‧녹지지역에서 주거‧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바꿔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오피스텔로 변경하려 해도 지자체가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줘야 하고 주차장, 방화설비 등 기준을 맞추려면 새로 짓는 수준으로 고쳐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공유 세컨드하우스, 공유 주방 등 주거 유형도 다양화하는 시대 변화를 수용해서 생숙도 ‘준주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건축법상 용도가 업무시설인 오피스텔도 실제 사용용도는 업무용과 주거용이 모두 허용되는 준주택으로 들어간다. 고시원 역시 건축법상 500㎡ 미만은 제2종 근린생활시설, 500㎡ 이상은 일반숙박시설이지만, 주거, 숙박 등이 가능한 준주택으로 포함된다.
김 교수는 “현재 생숙은 건축법상 숙박시설이지만 실제로는 주거, 숙박, 체류로 활용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준주택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또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는 생숙을 숙박시설로 분류하고, 행정안전부는 전입신고가 가능한 주거시설로 관리하면서 사회적 혼란도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뉴욕시에서는 30일 이상 거주하는 숙박시설을 주거용도로 인정하고 있고, 일본 역시 인구 감소와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발맞춰 체류형 주거시설 개념을 도입해 선호하는 입지‧주택유형을 정책에 반영했다”며 “우리나라도 여건변화와 시장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는 법 지켰다” VS “99%가 실패한 용도변경”
정부는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미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한 생숙 보유자들이 생겨 정책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제주와 경기 안양시는 최근 조례 변경을 통해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가능하도록 했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서는 ‘더에이치스위트’ 4개 호실을 생숙에서 오피스텔로 용도변경 하는 데 성공했다.
이진철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과장은 “생숙 이행강제금 부과 여부는 지자체가 판단하고, 위법이 아니라면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인) 생숙 1%가 용도변경을 했는데 (이행강제금 부과를 미룰 경우) 법을 지키려다 희생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이행강제금 부과를 앞둔 생숙 보유자들은 지난 9월 5일 세종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전국레지던스 연합회 회장은 “지난 2년 동안 용도변경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기한 안에 용도변경을 마칠 수 없었다”며 “99%가 용도변경에 실패한 정책을 국토부가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배성환 여수웅천 골드클래스더마리나 생활형숙박시설협의회 대표는 “정부는 생숙이 주거용으로도 활용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관하다가 이제 와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마친 1%의 생숙은 우연히 건축기준이 부합한 운이 좋은 사례들”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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