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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제작자 “K콘텐츠는 ‘김치’ 같아…맛 강해도, 약해도 실패” [2023 K포럼]②

K콘텐츠를 통한 대한민국 브랜드 세계화 전략
김지연 대표 “한국인, 타인 이해도 높은 것이 콘텐츠 파워”
민희진 대표 “‘내가 재밌으면 남도 재밌다’ 생각으로 제작해야”

‘대한민국이 브랜드다.’ 우리 것은 아침의 나라를 넘어 세계에 안착했다. ‘K-’로 통칭 되는 가치들은 불고 그치는 ‘바람’이 아닌, 어떤 상징으로 자리 잡았음이 이미 숱한 사례를 통해 증명됐다. 밖에서 한국을 보는 브랜드의 가치와 이를 만든 원동력은 무엇일까. 정통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와 국내 최초 연예 스포츠신문 ‘일간스포츠’는 ‘K포럼’을 통해 콘텐츠·푸드·뷰티·아트를 키워드로 이를 조망한다. [편집자 주]

일간스포츠와 이코노미스트가 공동 주최하는 ‘2023 K포럼’이 11일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 JW메리어트호텔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1세션 첫번째 순서로 (왼쪽부터)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가 좌장을 맡고 배우 이서진, 김지연 싸이런픽처스 대표,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참여해 ‘K콘텐츠를 통한 브랜드 세계화 전략’을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브랜드다’라는 슬로건으로 개최된 이번 포럼은 서울특별시,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가 후원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K콘텐츠는 김치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한 단어로 묶어지면서도 어떤 지역에서 어떤 재료로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많은 변주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김치도 우리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전 세계인이 알고 즐기잖아요.”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가 11일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 JW매리어트호텔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K포럼’의 1세션 ‘K콘텐츠를 통한 대한민국 브랜드 세계화 전략’에 참여해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세계 시장을 강타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제작해 유명세를 탔다.

김 대표는 K콘텐츠를 김치에 비유한 또 다른 이유도 들었다. 그는 “김치가 우리 것이라고 해서 너무 독한 젓갈을 쓰면 외국인들에게 소화가 안 될 것”이라며 “외국인이 좋아한다고 김치에 치즈를 넣어도 실패할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또 K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논하면서 크리에이터(창작자)들의 의지를 꺾지 않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게 잘 됐으니 이거 해’, ‘이건 요즘 안 먹혀’ 식의 피드백이 주변에 흔한데 사실 가장 위험한 방향”이라며 “너무 일방향적이고 상업적으로 K콘텐츠가 변질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도 이 같은 철학으로 제작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해외 팬들을 어떻게든 사로잡아야되겠다’는 생각 또한 위험한 것 같다”며 “단지 스토리 전개상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게임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녹아들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했다”고 전했다.

‘뉴진스 어머니’로 불리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도 K콘텐츠 제작에 있어 한 가지 방향만 조언하는 의견을 경계해야 한다고 공감했다. 민 대표는 “모든 사람이 한 방향만 좋아할 리가 없다”며 “크리에이터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재밌으면 남들도 분명히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내(크리에이터)가 먼저 재밌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좌장을 맡은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앞서 두 대표의 ‘K콘텐츠의 방향성을 정하면 안 된다’는 말에 업계인으로서 공감한다”며 “콘텐츠에서 틀이 정해지고 일반화되는 것만큼 위험한 게 없기 때문에 스스로 재밌게 느끼는 부분을 끝까지 밀어붙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서진 배우는 “내가 느끼는 K콘텐츠는 대한민국의 상징이자 얼굴이 된 것 같다”며 “대한민국하면 떠오르는 K콘텐츠를 오랫동안 잘 가꿔나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날 세션에서는 K콘텐츠만의 강점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김 대표는 “한국 사람들이 좁은 데서 밀집해 살다 보니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다”며 “이게 스트레스를 주면서도 타인에 대한 이해도와 공감도가 높은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특징이 콘텐츠로 발현됐을 때는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난다”고 덧붙였다.

정 평론가는 “한국 현대사가 짧은 시간 동안 생존 관련된 역사를 많이 겪었기에, ‘생존’ 콘텐츠가 굉장히 우수하다”며 “또 한국인들은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이제 전 세계인들도 똑같이 느끼는 공감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민 대표는 K팝이 성공한 배경으로 한국인들의 ‘열심히 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그는 “사소한 걸 해도 (외국인들과는) 마음가짐과 접근하는 태도가 다르다”며 “그 끈끈한 에너지가 전 세계 사람들을 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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