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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시장 옥석 가리기 본격화…신용등급 따라 흥행 갈려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 등 우량채 수요예측 흥행
잇따르는 비우량채 미매각…기관 투자심리 위축
“경기 불확실성 지속… 우량채 투자 경향 뚜렷”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기자] 기업의 신용등급에 따라 회사채 발행의 흥행 여부가 갈리고 있다. 신용도가 좋은 우량채의 경우 투자심리가 견고해지고 있는 가운데 비우량채는 미매각 사태를 빚으며 옥석 가리기가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NH투자증권(AA+)과 미래에셋증권(AA)은 무보증 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흥행에 성공했다. KT&G(AAA), 한화(A+) 등도 성공적으로 회사채 발행을 마쳤다.

NH투자증권은 12일 총 2500억원 규모의 무보증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77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2년물 1500억원, 3년물 1000억원을 발행하기로 했는데 각각 3200억원, 45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NH투자증권은 성공적인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발행 금액을 4000억원까지 증액할 수 있게 됐다. NH투자증권 회사채는 오는 19일 발행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만기가 돌아오는 1%대 금리 회사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KT&G는 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KT&G는 지난 12일 300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를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수요예측에는 모집액의 6배가 넘는 1조8100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KT&G가 발행하는 무보증사채는 2년물 1000억원, 3년물 2000억원으로 구성됐으며, 연이자율은 각각 4.18%, 4.322%다.

한화 역시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의 8배에 가까운 돈을 끌어모았다. 11일 총 12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수요예측에서 8050억원의 주문을 받아냈다. 모집액 500억원인 2년물에 4900억원, 모집액 700억원인 3년물에는 3150억원 등 총 8050억원의 투자 수요가 이번 수요예측에 접수됐다. 한화는 이번 회사채 전량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한국형 녹색채권)으로 발행하고,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이차전지에 투자할 방침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0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총 7500억원의 매수 주문이 접수됐다고 6일 밝혔다. 2년물 500억원, 3년물 1200억원, 5년물 300억원 규모에 각각 2300억원, 4100억원, 1100억원이 들어왔다. 모집 금액의 3배가 넘는 자금을 확보하면서 4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할 전망이다. 

잇따르는 비우량채 수요예측 실패 

반면 제이알글로벌리츠(A-), 이랜드월드(BBB), 콘텐트리중앙(BBB), 다올투자증권(A) 등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 물량을 채우지 못하면서 비우량채에 대한 위축된 투자심리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이달 4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1년6개월물을 발행해 8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수요예측 결과 총 20억원의 주문을 받으면서 목표액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경쟁률도 0.03대 1에 불과했다.

이랜드그룹의 지주사인 이랜드월드는 지난 8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1년 6개월물 600억원 모집에 50억원, 2년물 400억원 모집에 210억원을 받아 총 1000억 원 모집에 26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콘텐트리중앙은 지난달 28일 1년물 150억원, 2년물 150억원 총 3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1년물에는 100억원의 주문이 들어오면서 50억원 미매각이 발생했다. 다만 2년물에는 330억원의 주문이 들어오면서 목표 금액을 넘겼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7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 사태를 겪었다. 다올투자증권은 1년물 600억원, 1년 6개월물 200억원 등 총 8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총 48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1년물에는 180억원의 주문을 받아 420억원 미매각을 맞았으며, 1년6개월물에는 3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와 목표치를 채웠다.

흥행 여부 가른 것은 ‘신용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수요예측 결과는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갈리는 모양새다. 신용등급 우량 기업은 수요예측에서 목표치 이상의 자금을 확보했지만 비우량 기업들은 모집 물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용등급은 특정 채무 또는 채무자의 적기상환능력에 대한 평가 결과를 등급기호로 제시한 것을 말한다. 한국기업평가·NICE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업의 정보를 종합·분석해 상대적 신용위험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다. 

장기 신용등급은 원리금 지급 확실성 등에 따라 AAA부터 D까지 총 10개 등급으로 나뉜다. AAA부터 BBB까지를 원리금 지급 능력이 인정되는 ‘투자등급’, BB부터 D까지를 장래의 안정성이 부족하거나 채무불이행 발생 가능성이 있는 ‘투기등급’이라고 정의한다. 일반적으로 회사채 시장에서는 신용등급 ‘AA’ 이상 회사채를 우량으로, ‘A’ 이하를 비우량으로 분류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비우량채의 금리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자들은 높은 신용도를 보유한 안전한 회사채에 투자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안전 투자에 대한 심리가 강해져 우량채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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