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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에 투자 맡겼지만 수익률은 실망…B2C 무리였나

[‘하락장 속수무책’ 로보어드바이저의 위기] ②
2Q 수익률 1~3%대 그쳐
투자자 유인 매력 떨어져…“B2B 우선 공략 필요” 지적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인공지능(AI)이 알아서 자산을 굴려주는 로보어드바이저(RA) 투자 열기가 한 풀 꺾인 분위기다. 증시가 부진하며 투자자 수 자체가 줄었고 수익률 면에서도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RA시장 활성화를 위해 보여지는 투자 수익률 지표가 더 상승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증시보다 못한 RA 수익률

RA서비스는 알고리즘,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AI가 고객별 투자 성향에 맞춰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준다. 장기간 목돈을 안정적이고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이 알아서 자산을 굴려준다는 점이 RA의 특장점이다. 이런 장점으로 2020년 11월 이후 증시 상승세와 맞물려 투자자문·일임형 RA서비스인 핀트, 파운트 등의 가입자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21년에 코스피 3000선이 무너진 이후 증시가 부침을 겪자 RA 투자 인기도 점차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국내외 증시 하락에 따라 실질적인 수익률 지표가 부진해졌기 때문이다.

코스콤 RA 테스트베드센터에 따르면 올 2분기 RA 알고리즘의 평균 수익률은 1.38~3.4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 대비해서는 소폭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또 다른 투자처인 증시와 비교하면 RA 투자 수익률은 부진한 편이다. RA 투자유형별 올 2분기(3개월) 평균 수익률은 ▲안정추구 1.38% ▲위험중립 2.43% ▲적극투자 3.44%였다. 반면 이 기간 시장 비교 지표인 증시 수익률은 ▲KOSPI 3.53% ▲KOSPI200 4.94% ▲KOSDAQ 2.44%를 기록하며 전반적으로 RA 수익률 보다 나은 성적을 냈다.   

RA는 1년 평균 수익률에서도 증시보다 부진했다. 올 2분기 기준 RA 1년 평균 수익률은 약 4%지만 증시는 약 12%를 기록했다. 단순 수익률 지표만 보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RA 투자를 선택할 메리트가 떨어진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며 연 4~5%대 정기예금이 나오는 상황에서 연 4%대의 수익률로 투자자들에게 어필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물론 RA 업계 관계자들은 RA서비스에 대해 ‘장기 투자에 더 최적화된 투자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국내 RA업체들의 자산배분 알고리즘은 변동성이 낮을 때 더 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단기 투자보다는 안정성이 중요한 장기 투자에 더 알맞다.

테스트베드센터에 따르면 3년 이상 장기 운용된 RA 알고리즘들의 경우 수익률이 최고 240%를 기록한 경우도 나왔다. 장기에 최적화된 RA투자를 단기 수익률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RA업계 한 관계자는 “RA서비스 알고리즘은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높지 않고 가입자들이 비교적 안정투자형을 선택하다보니 주가지수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며 “단기 지표만 보고 ‘RA 투자는 수익률이 낮다’라는 단순한 해답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 활용되는 RA 기술은 기대 위험 대비 리스크를 크게 줄인 다음, 기대 수익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물론 기술을 재설정하면 되지만 현재의 RA알고리즘은 퇴직연금 같이 장기화된 상품에 맞춰져있다”고 설명했다.

“B2C 성공하기엔, 시장 여건 충분치 않아”

이에 국내 금융, 증권업체들은 퇴직연금, 연금저축 등 연금운용에 RA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비교적 오랜기간 자산을 굴려야하는 연금 특성에 RA 기술이 최적화돼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에 RA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한 보험사 관계자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대부분 연금운용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RA는 운용 과정에서 의사결정과 실행 프로세스가 모두 자동화되고 고객 개개인별 투자 성향에 따라 맞춤형 운용이 가능해 퇴직연금 같은 상품에 적용하기 알맞은 편”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RA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수익률 제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RA 업체들이 유의미한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소액 투자자가 아닌 큰 손들이 유입돼 운용자산 규모를 더 키워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주요 투자자문·일임형 RA서비스 업체들은 모두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고객 확보를 위해서는 보여지는 지표인 수익률 제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내 RA시장이 기업 대 고객(B2C)서비스를 공략하기에는 아직 인프라가 제대로 조성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RA시장은 금융당국의 '사후 심사 규제' 신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스콤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사후 운용심사를 개시하면서 RA 운용자산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테스트베드센터에 따르면 지난 8월 18일까지 국내 16개 업체에서 총 21개 RA 알고리즘 운용이 중단됐다.이에 7월 1조9400억원이던 운용자산은 8월 8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물론 향후 코스콤 검증을 통해 중단된 RA 알고리즘이 사후 심사를 통과하면 운용이 다시 재개될 여지는 있다. 하지만 계속된 규제 강화로 RA 알고리즘 운용을 포기하는 업체들이 늘어날 수 있어 RA 시장은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을 전망이다.

정 교수는 “현 정부의 규제나 업체들의 기술적 부분 등을 고려하면 등장한 지 7~8년된 RA서비스가 B2C로 발전하기에는 아직 여건이 충분치 않다”며 “연금운용 같은 장기 시장에서 실적을 낸 후 단계를 밟아 기관 연계를 통한 개인 고객 비즈니스(B2B2C)로 가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이어 “장기적으로 자산운용과 투자는 결국 개별 종목을 분석해 선별적으로 거래하는 ‘액티브 매니지먼트’로 갈 수밖에 없다”며 “투자시장은 사람이 아닌 AI가 액티브하는 RA서비스 방향성을 따라갈 수밖에 없어 이 시장을 더 지원하고 키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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