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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 패션이 대세”…‘Y2K’ 지고 ‘올드머니’ 뜬다 [민지의 쇼핑백]

‘조용한 럭셔리’로 불리는 올드머니룩
무늬·상표는 지양…고급 소재 사용
원색 대신 차분한 색 인기

올드머니 룩의 대표적인 아이콘 배우 고현정. [사진 넷플릭스]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최근 몇 년간 유행하던 복고풍의 화려한 Y2K 패션이 가라앉고 ‘조용한 럭셔리’가 뜨고 있다. 명품 로고로 뒤범벅된 패션은 저물고,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은근하게 ‘부내’가 드러나는 ‘올드머니 룩’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열광하고 있다. 

‘올드머니’(Old Money)는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자산을 가진 상류층, 이른바 ‘금수저’를 뜻한다. 자수성가하거나 하루아침에 신흥 부자가 된 ‘뉴머니’(New Money)와는 상반된다. 

여기에서 파생된 ‘올드머니 룩’은 대를 이어 부(富)를 축적하고 명성을 쌓아온 상류층의 패션으로, 은은한 고급스러움과 단순한 디자인을 강조한다. 패션에 브랜드 로고를 노출하는 것보다 고급스러운 소재에 더 신경 쓰는 것이다. 트위드나 캐시미어 등의 고급 소재, 은은한 색상, 단순한 디자인 등을 통해 깔끔하고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스타일이 특징이다. 재산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적 배경, 전통 등 라이프 스타일도 포함된다. 

올드머니 룩의 대표적인 아이콘 소피아 리치, 김연아. [사진 소피아 리치, 김연아 인스타그램]

올드머니 룩은 미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들에게 인기다. Z세대의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틱톡에선 ‘#oldMoney’를 태그한 영상의 총 조회 수가 15일 기준 84억회 이상을 기록했고, 인스타그램에선 1990년대 상류층 패션으로 주목받는 인공지능(AI) 모델 ‘펠리’의 계정 팔로어 수가 수십만 명에 이르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올드머니는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로도 표현된다. 브랜드나 로고 드러내지 않고 은근하게 고급스러움을 추구해 ‘은밀한 럭셔리’(stealth luxury)로 불리기도 한다. 

조용한 럭셔리는 최근 미국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HBO 드라마 ‘석세션’의 인기에 힘입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석세션’은 마치 루퍼트 머독의 미디어 왕국을 떠올리게 하는 미디어 재벌가의 암투를 그린 작품으로, 등장인물 대부분이 재벌이다. 이들은 주로 무채색이나 뉴트럴 톤의 니트와 슈트, 로고 없는 볼캡과 스니커즈 등으로 짐짓 ‘검소한’ 차림새를 즐긴다.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비싼 패션 아이템을 장착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스타일이다. 

에이블리의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 거래액이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사진 에이블리]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에 따르면 올드머니룩 인기에 8월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 거래액이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8월 에이블리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8.5배(750%) 대폭 증가했으며, 주문 수도 5.5배(450%) 늘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올드머니 룩을 완벽하게 소화하려면 풍성하고 윤기가 흐르는 머릿결과 피부가 필수라는 분위기 속에 관련 제품 등도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다. 키워드 분석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23일까지 한 달간 ‘피부 관리’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87% 늘었다. 같은 기간 ‘머릿결 관리’ 검색량은 4.29% 늘었다.

패션업계도 발 빠르게 올드머니 트렌드에 따른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FW 신상품의 트렌드를 보면 색상이 밝은 원색 대신 베이지, 브라운, 블랙, 화이트 등 튀지 않고 차분한 색이 주를 이룬다. 눈길을 잡아끄는 패턴과 장식도 사라졌다.

그레이 케이블 니트와 화이트 셔츠, 블랙 플리츠 롱스커트를 조합한 구호플러스의 프레피 룩. [사진 삼성물산 패션부문]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가을 하면 떠오르는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들이 대거 돌아왔다”며 “여성복 브랜드들이 베이지 색상의 트렌치코트, 블랙 가죽재킷, 브라운 스웨터 등 기본에 충실한 아이템에 디자인 변화를 준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의 배경에는 경기 불황과 이에 따른 소비 패턴 변화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가 한풀 꺾이고 경기 침체가 다시 도래하면서 부의 과시를 자제하는 소비 의식이 자리 잡았다. 이와 더불어 화려하고 튀는 옷보다는 단순하고 절제된,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옷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올해 가을겨울 시즌에는 개인의 취향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트렌드가 공존하는 가운데 미니멀리즘이 전체적인 무드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시크하면서 전문적인 느낌을 주는 테일러링 룩과 간결해진 프레피 룩 등이 강세를 보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블랙, 그레이 같은 클래식한 컬러를 활용하는 착장이 눈에 띌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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