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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신세계’ 양대 수장에 재무통...이명희 회장의 포석은

이명희 회장의 결단…신세계·이마트 수장에 재무통
사업 초점 수익성 제고로 정조준…선택과 집중 전략
‘실적개선’ 우선 해결 과제, 철저한 성과능력주의 인사

재계 10위 신세계그룹이 계열사 대표이사 40%를 교체하는 ‘2024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 신세계]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재계 10위 신세계그룹이 계열사 대표이사 40%를 교체하는 ‘2024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존 강희석 이마트 대표 겸 SSG닷컴(쓱닷컴) 대표와 손영식 신세계 대표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대표가 교체되는 ‘물갈이 인사’가 이뤄지면서다. 이번 인사는 이명희 회장이 직접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안정보단 변화와 쇄신을 택한 인사를 예년보다 서둘러 단행해 ‘실적 부진의 늪’이란 위기에서 벗어나겠단 구상으로 분석된다.

신세계 대표이사로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내정됐다. [사진 신세계]

20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대표이사로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내정됐다. 지난해 퇴임 후 다시 소환된 손영식 전 대표가 실적 악화의 책임을 지고 자리를 떠나게 되면서다. 

박주형 신임 대표는 전남 강진 출신으로 1976년 광주고를 졸업하고 1980년 동국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1985년 신세계에 입사해 경영관리 과장·팀장·수석부장을 지냈다. 2004년 12월 신세계 경영지원실 기획담당 상무를 거쳐 2007년 신세계백화점 부문 지원본부장 부사장을 맡았다. 박 대표는 이후 2011년 이마트 전략경영본부장 부사장을 맡은 뒤 2013년 신세계 지원본부장 부사장을 지냈다. 2016년부터 센트럴시티 대표이사를 맡았다. 박 신임 대표는 이번 인사를 통해 신세계 대표이사와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된다.

이마트 대표이사에는 조선호텔리조트 대표인 한채양 대표가 내정됐다. 한채양 신임 대표는 1965년생으로 마포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신세계그룹 과장으로 입사해 2009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기획관리담당 상무보와 2011년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기획관리담당 상무보를 역임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신세계그룹 전략실 관리팀 상무로 일했고, 이후 이마트 경영지원본부장 겸 관리담당으로 이동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신세계그룹 전략실 관리총괄 부사장 역할을 맡았고, 2019년부터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이사를 지냈다.

한 신임 대표는 이번 인사로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 오프라인 유통 사업군은 ‘원(One) 대표체제’로 전환되면서 대표를 맡게 된다. 

이마트 대표이사에는 조선호텔리조트 대표인 한채양 대표가 내정됐다. [사진 신세계]

재무구조개선, 사업 선택·집중 등 필요한 시점

당초 업계에선 소폭의 인사를 통해 성과를 기다리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명희 회장이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을 적용해 전폭적인 쇄신을 결정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두 신임 대표는 ‘재무통’이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는 사업 초점을 수익성 제고에 두고, 재무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느낀 조처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성장전략을 추구하기보단 회사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진단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 이마트는 ‘실적개선’이 우선 해결 과제로 꼽힌다. 이마트는 지난해 145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54.2% 감소했고 순이익은 1조158억원으로 36.1% 줄어든 수치다. 인수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마련한 고육책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도 예상만큼 통합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인 64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부터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32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무통인 두 대표에게 주어진 미션은 무리한 사업확장보다 내실을 다져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채양 대표는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이사 재직 시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사업을 흑자전환 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한 대표는 객실 사업에서 식음 사업으로 방향을 틀고 가정간편식(HMR) 개발에 주력해 비호텔 부분 사업 부흥을 주도했단 평가를 받고 있다. 그 결과 조선호텔앤리조트의 2020년 영업손실 709억원 규모를 지난해 영업이익 222억원으로 개선시키며 연간 영업이익 흑자전환했다.

박 대표는 이마트와 백화점은 물론 개발사업을 주로 하는 센트럴시티까지 두루 경험해본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백화점 사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센트럴시티와 통합 시너지도 낼 적임자로 낙점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경험에 업계에선 박 대표가 백화점과 센트럴시티 대표를 함께 맡아 분위기 쇄신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통합대표체제 운영을 통해 조직역량을 결집하고 시너지와 성과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며 “철저한 성과능력주의 인사를 통해 그룹의 미래 준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의 양대산맥인 이마트와 백화점 대표를 동시에 교체한 것은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조직재정비를 통해 성과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며 “재무통 인사를 앉힌 것은 숫자적으로나 수치적으로 성과를 보이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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