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한때 코스닥 9위 셀리버리…주주연대는 왜 경영진에 반기 들었나

주주연대, 액트 통해 지분 12% 결집
대주주 턱밑 추격…지분 2%포인트 격차
“경영진 정상화 의지없어…변경 꾀할 것”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 셀리버리(268600) 소액주주들이 지분을 결집하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회사가 올해 3월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면서다. 주주연대는 현 경영진이 회사 정상화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지분 결집을 통해 최대주주 변경을 최종 목표로 설정했다. 

셀리버리는 한때 코스닥을 대표하는 유망주였다. 전남대 의대 교수 출신 조대웅 박사가 2014년 설립한 셀리버리는 약물을 세포 안에 전달하는 약리 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SDT) 플랫폼을 기반으로 췌장암·파킨슨병·치매·코로나19 등 난치병 치료제 개발을 추진했다. 동시에 마스크와 화장품, 미용실 등 사업 영역도 확대해나갔다. 

신약 개발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몰리며 셀리버리 주가는 한때 10만원을 웃돌았다. 시가총액은 2조원을 넘겨 코스닥 9위까지 치달았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 가지 못 했다. 그동안 예고한 신약 개발 소식이 진전을 보이지 못 하면서다. 무리한 사업 확장도 독이 됐다. 자본잠식 상황에서 감사의견 거절까지 받으면서 결국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상장 5년만의 일이었다. 

셀리버리는 주주 소통이 활발한 기업 중 하나였다. 신약 개발 과정과 신사업 확장 과정은 거의 실시간으로 주주들과 공유됐다. 신약 개발 소식이 진전을 보이지 못 하고, 주가가 휘청일 때마다 회사의 IR 담당 임원은 물론 조대웅 대표까지 나서 성난 주주들을 달랬다. 매매거래 정지 이후 3월 주총장에서 무릎을 꿇고 읍소한 조 대표를 ‘미워도 다시 한 번’ 믿은 것도 결국 주주들이었다.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단상에 올라 무릎을 꿇고 주주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그러나 주총 이후 회사 정상화의 길은 보이지 않았다. 조 대표는 사재 20억원 출연과 자산 매각으로 거래재개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은 더 나빠져만 갔다. 올해 1분기 75억원 규모였던 매출은 2분기엔 0원으로 줄어들며 매출을 전혀 올리지 못 했다. 자본총계는 1분기 -51억원에서 2분기 -199억원으로 더 악화됐다. 

문제는 하반기부터 셀리버리의 전환사채(CB) 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다가온다는 점이다. 셀리버리는 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투자를 통해 투자 유치를 해왔는데, 올해 10월 35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시작으로 상환 시점이 도래한다. 외부감사인 역시 셀리버리가 이를 상환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신약 개발 회사의 ‘두뇌’와도 같은 연구 인력도 현재 대부분 회사를 떠난 상태다. 지난해 말 100명에 달했던 셀리버리 직원수는 올해 상반기말 33명으로 줄었고 현재는 10명대로 쪼그라들었다. 남아있는 직원 역시 대부분 연구직이 아닌 사무직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들이 더 이상 경영진을 믿지 못 하고 집단 행동에 나선 이유다. 

소액주주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최대주주 변경이다. 지난 19일 소액주주 55명이 주주연대를 결성하고 지분 5.68% 대량보유보고 사항을 공시했고, 인증기반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αCT) 앱의 전자위임 기능을 통해 지분을 꾸준히 매집 중이다. 소액주주 결집을 통해 현재는 지분 12% 이상을 확보한 상태다. 최대주주인 조 대표와 특수관계자(13.32%)와의 지분 격차는 불과 2%포인트 내로 줄었다. 상반기말 기준 셀리버리 소액주주 수는 5만4533명, 보유 지분은 총 발행주식 수(3666만7845주)의 83.62%(3066만58주)다. 

이미 같은 목표 하에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이화그룹 주주연대가 대표적이다. 지난 5월 거래가 정지된 이화전기는 소액주주들이 16% 이상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 지분율(18.97%)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아이디와 이트론의 지분도 각각 16.40%, 9.43%를 넘겨 유의미한 지분 결집에 성공하는 모양새다. 

김현 이화그룹 피해주주연대 대표는 지분 결집에 나선 배경에 대해 “비단 이화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 범죄로 인해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의 자산과 삶이 송두리째 묶여버리는 시스템이 문제”라며 “거래정지를 당한 종목과 개인투자자들이 뭉쳐 ‘피해 주주연대엽합’이라는 전선을 형성하고 여론전을 펼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의협 회장, 인종차별 논란?...소말리아 의대생 사진에 "커밍 쑨"

2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Aa2·안정적' 유지..."올해 2.5% 성장"

3"의대 증원 정책 철회해달라"...의대 교수 3000명 모였다

4'빌라'에 손 가네...비(非)아파트 사들이는 3040 늘었다

5中 여행하다 휴대전화·노트북 불심검문 당할 수도

6노소영, 최태원 동거인에 건 위자료 소송...8월 선고

7김성태 기업은행장, 반도체 기업 하이콘 방문…“중소기업 지원 최선”

8카카오, 모처럼 ‘수익성 챙긴’ 실적…영업익 92% ‘급증’

9 ‘여친 살해’ 의대생, 신상 공개 안 해…“피해자 2차 가해 우려”

실시간 뉴스

1의협 회장, 인종차별 논란?...소말리아 의대생 사진에 "커밍 쑨"

2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Aa2·안정적' 유지..."올해 2.5% 성장"

3"의대 증원 정책 철회해달라"...의대 교수 3000명 모였다

4'빌라'에 손 가네...비(非)아파트 사들이는 3040 늘었다

5中 여행하다 휴대전화·노트북 불심검문 당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