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쾌한 반란 일으키는 ‘스몰 브랜드’의 전성시대 [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무신사, 하위문화에서 패션 유통 플랫폼 강자로
SNS 통해 동조자 모아 브랜드 가치 확대 집중
[허태윤 칼럼니스트] 스몰 브랜드의 전성시대다. 대중의 취향을 반영하는 빅 브랜드와 달리 스몰 브랜드는 자기다움을 담아 몇몇 고객의 취향을 만족시킨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고, 하위문화의 다양성은 스몰 브랜드의 가치를 높였다. 모두의 브랜드보다, 개성과 가치를 존중하는 브랜드에 감동하는 시대인 것이다.
인센스(향막대) 브랜드 콜린스는 요가와 명상을 즐기는 젊은 세대의 선택을 받았다. 혼자 쉬거나, 잠자리에 드는 개인적 순간을 위한 브랜드다. 브랜드명은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을 때 홀로 우주선에 남아 사령선을 지켰던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에서 땄다. “사령선을 책임져야 해 달에 착륙하지 못했지만, 그때가 가장 고요하고 행복했다”고 말한 그의 말이 브랜드에 영감을 줬다.
마이클 콜린스가 가장 극적인 ‘홀로’를 경험했다는 이유로 브랜드 콜린스도 탄생했다. 콜린스는 개인의 순간을 만족스럽게 보낸 이야기를 발굴하고, 이를 ‘콜린스 모멘트’라고 부른다. 브랜드의 사명도 “혼자서도 충분한 삶을 위해 제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당신과 가장 가까운 행복을 만든다”다. 콜린스가 브랜드 이야기를 구성하자, 이 이야기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사업도 체계화됐다. 앞서 이 회사는 손 세정제와 홈웨어 등을 출시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브랜드 가치에 가장 부합하는 제품인 인센스를 출시해 이름을 알리게 됐다. 브랜드의 이념을 먼저 만들고, 여기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출시 1년 반 만에 35만개의 제품을 팔았다.
개성이 중요한 패션업계는 다른 산업보다 스몰 브랜드가 만들어지기 좋은 토양을 지녔다. 이 업계에서는 캐주얼 브랜드인 코드그라피가 눈에 띈다. 코드그라피는 3년 전 출시된 브랜드다. MZ세대의 문화에 녹아있는 핵심적인 문화 코드를 재해석해 시각화했다. 그래픽 티셔츠로 코드그라피를 형상화한 CGP가 이 회사의 대표적인 제품군이다. 제품마다 다른 감성과 이야기를 담았고, 특정 제품은 한정판으로 출시해,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10~20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에서 이 브랜드는 ‘패딩의 강자’, ‘5초 완판 신화’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브랜드의 올해 매출 목표는 500억원이다.
환경문제에서 시작한 스몰 브랜드도 많다.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가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환경문제를 염려해 지속 가능한 제품을 찾기 때문이다. 브랜드 희녹을 창업한 박소희 대표도 아이를 출산한 뒤 지구와 사람이 잘 어울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목표에서 브랜드를 만들었다. 브랜드의 대표 제품인 탈취제는 제주자원식물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편백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도입했다. 이 작업은 땅에 버려진 잎과 줄기를 원료로 활용한다. 화학 처리 없이 수증기 증류법을 통해 편백 원액을 추출한다. 환경을 보존하고 기업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하기 위해 마케팅도 과하게 하지 않는다.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기보다 오래 가는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을 찾는다. 브랜드의 가치도 “사고의 중심을 기술이 아닌 ‘희녹’을 쓰는 사람의 일상생활에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자 브랜드인 동구밭도 환경을 생각하는 고체 샴푸와 세제가 주력 제품이다. 이 브랜드는 출범 당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농작물을 키우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텃밭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좋은 취지에도 발달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계속 제공할 수 없다는 한계가 부딪쳤다. 이후 이 브랜드는 비누를 비롯한 고체 화장품을 직접 생산하는 제조사업으로 사업 방향을 변경했다. 환경에 피해를 덜 주는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데도 집중했다. 생산한 제품은 프랑스의 ‘이브 비건’이나 미국 농무부의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이브 비건은 제품의 원료와 생산 과정 등에 동물 유래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동물 실험도 하지 않았다는 인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며 소비자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을 찾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동구밭을 찾는 사람들은 물론 화장품 기업들도 늘었다. 동구밭은 이후 품질 좋은 식물성 고체 세제와 고체 샴푸를 만드는 비건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고, 현재 80여 명의 직원들이 이 브랜드를 위해 일하고 있다. 직원의 절반가량은 발달 장애인이다. 브랜드 동구밭 안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지속 가능한 일상을 함께하고, 이를 이어가고 있다.
SNS의 발달은 주류 문화가 배척하거나, 여기에 편입될 수 없었던 하위문화를 따르는 사람을 한 자리에 모이게 했다. 이런 하위문화는 되려 주류 문화가 되기도 한다. 무신사는 ‘무지하게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로 시작했지만, 현재 국내 온라인 패션 유통의 강자다. 몇몇 사람의 관심사라고 여겨진 신발이 플랫폼 강자의 시발점인 셈이다. 하위문화의 대표인 온라인게임도 이제는 국제대회인 아시안게임의 정식종목이 됐다.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 선수인 이상혁(페이커)은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도 규모 있는 팬덤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아무리 하찮고 작은 것을 좋아해도, 여러 플랫폼을 통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연결되려고 한다. 하위문화의 전성시대가 온 것이다. 스몰 브랜드도 이런 성공 방식을 따른다. SNS 시대에서는 자신만의 하위문화를 만들고, 여기에 호응하는 사람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로 귀결된다.
성공하는 스몰 브랜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 창업자가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를 바탕으로 한 이념을 따르고 있다. 콜린스는 사소하지만 소중한 개인의 순간을 존중하는 문화에서 출발했다. 코드그라피는 MZ세대의 문화적 코드를 반영한다. 희녹은 기술에 집착하지 않고 아이들이 지속 가능하게 살 수 있는 지구를 위한 가치에 집중하는 문화를 추구한다. 동구밭 역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일상을 지속할 수 있는 친환경적 가치를 추구한다. 이들 브랜드가 추구하는 문화와 가치가 많은 사람의 동조를 받는 문화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SNS를 통해 이들 문화가 퍼진다면 이런 하위문화는 주류 문화가 될 것이다.
이런 스몰 브랜드의 또 다른 특징은 당장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브랜드의 이념과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이들이 어떻게 브랜드의 문화를 즐기게 할지 고민한다. 브랜드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끊임없는 시도도 아끼지 않는다. 브랜드의 가치에 맞는 음악을 선정하고, 적절한 프로그램도 만들어 소비자들과 소통한다. 브랜드는 단순한 상표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인격체’와 같은 애증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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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스(향막대) 브랜드 콜린스는 요가와 명상을 즐기는 젊은 세대의 선택을 받았다. 혼자 쉬거나, 잠자리에 드는 개인적 순간을 위한 브랜드다. 브랜드명은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을 때 홀로 우주선에 남아 사령선을 지켰던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에서 땄다. “사령선을 책임져야 해 달에 착륙하지 못했지만, 그때가 가장 고요하고 행복했다”고 말한 그의 말이 브랜드에 영감을 줬다.
마이클 콜린스가 가장 극적인 ‘홀로’를 경험했다는 이유로 브랜드 콜린스도 탄생했다. 콜린스는 개인의 순간을 만족스럽게 보낸 이야기를 발굴하고, 이를 ‘콜린스 모멘트’라고 부른다. 브랜드의 사명도 “혼자서도 충분한 삶을 위해 제품을 만들고, 이를 통해 당신과 가장 가까운 행복을 만든다”다. 콜린스가 브랜드 이야기를 구성하자, 이 이야기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사업도 체계화됐다. 앞서 이 회사는 손 세정제와 홈웨어 등을 출시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브랜드 가치에 가장 부합하는 제품인 인센스를 출시해 이름을 알리게 됐다. 브랜드의 이념을 먼저 만들고, 여기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출시 1년 반 만에 35만개의 제품을 팔았다.
개성이 중요한 패션업계는 다른 산업보다 스몰 브랜드가 만들어지기 좋은 토양을 지녔다. 이 업계에서는 캐주얼 브랜드인 코드그라피가 눈에 띈다. 코드그라피는 3년 전 출시된 브랜드다. MZ세대의 문화에 녹아있는 핵심적인 문화 코드를 재해석해 시각화했다. 그래픽 티셔츠로 코드그라피를 형상화한 CGP가 이 회사의 대표적인 제품군이다. 제품마다 다른 감성과 이야기를 담았고, 특정 제품은 한정판으로 출시해,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10~20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에서 이 브랜드는 ‘패딩의 강자’, ‘5초 완판 신화’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브랜드의 올해 매출 목표는 500억원이다.
환경문제에서 시작한 스몰 브랜드도 많다.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가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환경문제를 염려해 지속 가능한 제품을 찾기 때문이다. 브랜드 희녹을 창업한 박소희 대표도 아이를 출산한 뒤 지구와 사람이 잘 어울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목표에서 브랜드를 만들었다. 브랜드의 대표 제품인 탈취제는 제주자원식물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편백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도입했다. 이 작업은 땅에 버려진 잎과 줄기를 원료로 활용한다. 화학 처리 없이 수증기 증류법을 통해 편백 원액을 추출한다. 환경을 보존하고 기업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하기 위해 마케팅도 과하게 하지 않는다.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기보다 오래 가는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을 찾는다. 브랜드의 가치도 “사고의 중심을 기술이 아닌 ‘희녹’을 쓰는 사람의 일상생활에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자 브랜드인 동구밭도 환경을 생각하는 고체 샴푸와 세제가 주력 제품이다. 이 브랜드는 출범 당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농작물을 키우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텃밭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좋은 취지에도 발달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계속 제공할 수 없다는 한계가 부딪쳤다. 이후 이 브랜드는 비누를 비롯한 고체 화장품을 직접 생산하는 제조사업으로 사업 방향을 변경했다. 환경에 피해를 덜 주는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데도 집중했다. 생산한 제품은 프랑스의 ‘이브 비건’이나 미국 농무부의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이브 비건은 제품의 원료와 생산 과정 등에 동물 유래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동물 실험도 하지 않았다는 인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며 소비자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을 찾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동구밭을 찾는 사람들은 물론 화장품 기업들도 늘었다. 동구밭은 이후 품질 좋은 식물성 고체 세제와 고체 샴푸를 만드는 비건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고, 현재 80여 명의 직원들이 이 브랜드를 위해 일하고 있다. 직원의 절반가량은 발달 장애인이다. 브랜드 동구밭 안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지속 가능한 일상을 함께하고, 이를 이어가고 있다.
SNS의 발달은 주류 문화가 배척하거나, 여기에 편입될 수 없었던 하위문화를 따르는 사람을 한 자리에 모이게 했다. 이런 하위문화는 되려 주류 문화가 되기도 한다. 무신사는 ‘무지하게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로 시작했지만, 현재 국내 온라인 패션 유통의 강자다. 몇몇 사람의 관심사라고 여겨진 신발이 플랫폼 강자의 시발점인 셈이다. 하위문화의 대표인 온라인게임도 이제는 국제대회인 아시안게임의 정식종목이 됐다.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 선수인 이상혁(페이커)은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도 규모 있는 팬덤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아무리 하찮고 작은 것을 좋아해도, 여러 플랫폼을 통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연결되려고 한다. 하위문화의 전성시대가 온 것이다. 스몰 브랜드도 이런 성공 방식을 따른다. SNS 시대에서는 자신만의 하위문화를 만들고, 여기에 호응하는 사람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로 귀결된다.
성공하는 스몰 브랜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 창업자가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를 바탕으로 한 이념을 따르고 있다. 콜린스는 사소하지만 소중한 개인의 순간을 존중하는 문화에서 출발했다. 코드그라피는 MZ세대의 문화적 코드를 반영한다. 희녹은 기술에 집착하지 않고 아이들이 지속 가능하게 살 수 있는 지구를 위한 가치에 집중하는 문화를 추구한다. 동구밭 역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일상을 지속할 수 있는 친환경적 가치를 추구한다. 이들 브랜드가 추구하는 문화와 가치가 많은 사람의 동조를 받는 문화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SNS를 통해 이들 문화가 퍼진다면 이런 하위문화는 주류 문화가 될 것이다.
이런 스몰 브랜드의 또 다른 특징은 당장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브랜드의 이념과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이들이 어떻게 브랜드의 문화를 즐기게 할지 고민한다. 브랜드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끊임없는 시도도 아끼지 않는다. 브랜드의 가치에 맞는 음악을 선정하고, 적절한 프로그램도 만들어 소비자들과 소통한다. 브랜드는 단순한 상표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인격체’와 같은 애증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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