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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예견된 수순”…SK케미칼 제약사업부 매각이 놀랍지 않은 이유

글랜우드PE와 MOU…매각가 6000억 추진
계열 분리에 제약사업부 매년 수익성악화
‘2.5조’ 투자 필요한 SK바사 지원 나설까

SK케미칼이 제약사업부(Life Science Biz) 매각에 나선다. 사진은 SK케미칼 본사 전경 [사진 SK케미칼]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SK케미칼(285130)이 제약사업부(Life Science Biz) 매각에 나선다. 그간 계열 분리를 통해 바이오 역량이 약해진 SK케미칼은 제약사업부를 떼어낸 뒤 친환경 플라스틱 등을 취급하는 그린케미칼 사업부(Green Chemicals Biz)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의 백신 사업, SK플라즈마의 혈액 제제 사업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케미칼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와 사업부 매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SK케미칼 측은 “제약사업부 매각을 검토 중에 있으며 본계약 체결 전 기본적 사항을 정하기 위해 당사자 간 MOU를 체결했다”며 “현재 구체적인 조건들에 대해 협의 중이며, 추후 관련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매 대상은 SK케미칼 라이프사이언스 사업부 내 제약사업부다. SK케미칼이 제약사업부를 분할한 뒤 글랜우드PE가 지분 100%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매각가로는 6000억원 수준이 거론된다. 

인수자로 나선 글랜우드PE는 올해 들어 바이오 기업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LG화학(051910)의 진단사업부를 총액 1500억원에 품은 데 이어 SK케미칼의 제약사업부 인수에도 도전장을 내밀면서다. 글랜우드PE는 추가적인 바이오 벤처 의지도 드러낸 바 있다. 향후 통합법인을 설립해 진단사업부, 제약사업부, 바이오벤처 등의 유기적인 시너지를 추구한다는 의도다. 

수익성 악화에 그룹 바이오 포트폴리오 재편

SK케미칼의 제약사업부는 1988년 설립된 선경제약이 모태다. 국내 신약 1호인 ‘선플라’를 시작으로 은행잎 혈액순관개선제 ‘기넥신’, 패치형 관절염 치료제 ‘트라스트’ 관절염 천연물 치료제 ‘조인스’ 등은 SK케미칼 제약 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2006년 국내 백신사업 선두주자인 동신제약을 인수했고, 2007년과 2008년 각각 암전문 벤처기업 인투젠과 의료전자차트(EMR) 솔루션기업 유비케어를 품으며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그러나 SK바이오팜, SK팜테코 등 SK그룹 내 바이오 계열사가 늘어나면서 SK케미칼 제약사업부의 역량은 상대적으로 줄어갔다. SK케미칼에서도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플라즈마가 분리 독립했다. 2015년엔 신약 조직을 사실상 정리하면서 핵심 인력 이동도 커졌다. 2021년 9개 수준이던 신약후보물질은 올해 들어 7개로 줄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역시 3%대로 급감했다. 

그린케미칼 사업부가 성장하면서 제약사업부는 더욱 위축돼갔다. 올해 상반기 그린케미칼이 394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때 제약사업부는 52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그린케미칼이 887억원, 제약사업부가 148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을 감안하면 제약사업부의 사업성이 급격하게 악화된 셈이다. 

SK케미칼은 그동안 제약사업부 매각을 꾸준히 추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에도 사모펀드 운용사 등을 포함한 3곳의 투자자들에게 매각을 추진했으나 적정 가격 등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최종 매각은 이뤄지지 않았다. 업계에서 이번 제약사업부 매각이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SK케미칼이 이번 사업부 매각으로 자회사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4월 향후 5년간 약 2조40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향후 3년간 적자를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룹 내 바이오 포트폴리오를 백신과 위탁개발생산(CDMO)로 재편하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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