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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 드러낸 슈퍼개미 “상장사 경영권 분쟁에 개미도 혼란”

[힘 좀 쓰는 개미의 반란] ①
2대 주주 등극한 슈퍼개미 지분 늘리며 경영권 위협
행동주의 방식 움직임 주주이익 실현에 긍정적
일부 세력, 경영권 취득 목적 허위 소송 등 주의 필요

개인 개미 투자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상장사 경영권 분쟁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회사 지분을 꾸준히 늘린 이른바 ‘슈퍼개미’들이 2대주주로 올라선 가운데, ‘일반 투자’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주식 보유 목적을 바꾸며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은 행동주의 펀드처럼 상장사에 주주환원책을 요구하며 소액주주들에게 환영을 받는 모습이다. 하지만 사측이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적극 대응하면서 고의 상장폐지 의혹이 제기되는 곳이 나오는 등 소액주주들의 투자에도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다올투자증권 2대 주주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가 주식 보유 목적을 일반 투자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했다. 이날 기준 김 대표의 지분은 7.07%에 달하며, 부인 최순자씨와 법인 순수에셋은 각각 6.40%, 0.87%에 해당하는 지분을 보유 중이다. 김 대표와 특별관계자 지분을 모두 더하면 14.34%에 달한다. 1대 주주인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 측의 지분율 25.20%과는 약 11%포인트 차이가 난다.

김 대표는 이날 공시를 통해 “회사의 주주로서 좀 더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수행할 계획이 있어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 목적에서 경영권 영향 목적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4조 제1항의 각호에 대해 관련 행위들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식 보유목적은 경영참여와 일반투자, 단순투자 등으로 분류하는데 경영참여의 경우 이사를 선임하거나 해임할 수 있고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 측이 지명한 이사로 이사회 구성원을 교체하려는 시도 등이 유력한 주주행동으로 거론된다. 

김 대표 측이 주식 보유목적을 변경하자 시장에서는 적대적 M&A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앞서 김 대표 측은 지난 4월 24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하한가 사태 이후 다올투자증권 주가가 급락하자 장내에서 주식을 집중 매수하기 시작, 2대 주주에 등극했다. 지난 7월엔 김 대표가 이 회장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을 인수할 거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그는 이를 일축했다. 하지만 이번 김 대표 행보에 증권가에선 다올투자증권의 경영권 분쟁 역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된다. 

이병철 회장은 다올인베스트먼트 사장 시절인 지난 2016년 처음으로 다올투자증권의 전신인 KTB투자증권의 지분 5.81%를 매입했다. 당시 이 회장은 “우호적인 경영 참여를 통해 중장기 회사의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KTB투자증권의 지분을 꾸준히 늘리며 당시 KTB투자증권의 회장인 권성문 회장과 1년여간 경영권 분쟁을 지속했다. 2018년 초 권 회장이 이 회장에게 보유 지분 전량을 넘기면서 경영권 분쟁은 마무리된 바 있다. 

키오스크 전문기업인 씨아이테크도 2대 주주와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다. 회사 측은 적대적 M&A 세력에 대해 단호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김대영 씨아이테크 대표이사는 회사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근래 불순한 목적을 갖는 특정 세력이 회사에 적대적 M&A를 시도하면서, 각종 음해성 소문과 악의적인 기사, 수차례 소송을 제기해 회사 본연의 업무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씨아이테크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더는 이를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 이들 적대적 세력들에 대해 단호히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씨아이테크는 이학영 헌터하우스 대표 등이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해 경영권 분쟁 소송이 발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씨이아이테크 2대 주주로 지난 6월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했다. 이 대표는 개인 지분 5.74%를 비롯해 특수관계인 헌터하우스 지분 5.66% 등 총 11.38%를 보유하고 있다. 씨아이테크 최대주주와 특별관계인 지분율은 18.68%다. 헌터하우스는 지난해 11월 씨아이테크 9회차 전환사채(CB) 30억원 규모를 매수한 재무적 투자자(FI)다. 


‘적대적 M&A’ vs ‘주주가치 제고’…개미 손실 우려도 


이 대표는 일부 소액주주들과 연대해 6월 9일 서울 동부지방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 신청서를 접수 시켰다. 이 대표와 소액주는 씨아이테크의 보수적인 기업설명회(IR) 활동과 저평가된 주가 등에 직간접적인 경영 참여로 변화를 주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주총 소집 청구 배경과 관련 이 대표는 “씨아이테크 자회사 ㈜협진이 재상장 하는 대형 호재가 있었음에도 회사는 이와 관련한 IR은 커녕 기사 한 줄 내보내지 않았다”라며 “지속되는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호재를 외면한 회사에 대해 한 주주로써 그 서운함을 감출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최대 주주와 2대 주주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기업이 상폐 위기까지 몰렸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곳도 있다. 만호제강 최대 주주인 김상환 대표와 2대 주주인 엠케이에셋 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자, 김 대표 측이 방어를 위해 의도적으로 상폐 위기를 조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만호제강은 지난달 25일 외부감사인인 인덕회계법인으로부터 2022년 사업연도(2022년 7월 1일~2023년 6월 30일) 감사보고서에서 의견 거절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은 상장폐지 사유다. 정기주주총회가 열리기 이틀 전이었다.

감사 의견 거절의 배경은 만호제강의 분식회계 의혹이다. 감사인인 인덕회계법인은 만호제강이 이미 폐업한 거래처를 대상으로 매출을 인식했다가 취소했고, 거래처에 출고되지 않고 회사가 보관 중인 재고자산에 대해 수익을 인식한 사례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측이 2대 주주의 지분을 무력화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상장폐지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지난 수년간 사측이 선임한 외부감사인의 감사 하에서는 적정의견을 받았던 재무제표가 올해 지정감사인에 의해 의견거절을 받고 거래정지 중이기 때문이다. 지정감사인인 인덕회계법인의 의견서에 따르면 수년간 회계분식의 정황이 포착됐고 회사는 그에 합당한 소명자료나 근거 제출에 소홀히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엠케이에셋은 이른바 슈퍼개미로 알려진 개인투자자 배만조씨가 소유한 투자 전문 법인으로 다른 상장사에도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엠케이에셋은 2021년부터 만호제강 지분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엠케이에셋은 지난 8월 추가로 만호제강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 지분율을 추월한 상황이다. 만호제강에 대한 엠케이에셋의 지분율은 8월 말 기준 19.87%다. 최대주주인 김상환 만호제강 대표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 19.32%보다 0.55%포인트 높다. 

앞서 엠케이에셋은 지난 7월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한 뒤 회사에 기업가치 제고 서한을 발송하고, 이사·감사 교체를 요구했다. 소액 주주들도 가세해 기업가치 제고를 요구하며 회사 측을 압박해 왔다. 엠케이에셋은 사측의 일방적인 주총 강행과 의결권 제한에 반발하며 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경영권 분쟁으로 가속화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 주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기간 거래 정지나 상장폐지가 현실화되면 소액주주들의 손실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슈퍼개미들의 행동주의 방식의 경영참여 움직임에 긍정적인 시각을 보내면서도 일반 투자자들의 무조건 적인 추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실제 지난해 화천기계 경영권 분쟁을 주도한 김성진씨는 주가 급등 뒤 보유 지분을 대량 매도해 추종 매수한 소액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겼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상장기업의 경우 경영진이 다수의 지분을 가진 주주들의 이익을 등한시하는 사례가 많아 주주이익 실현의 측면에서 행동주의 방식의 긍정적인 면이 있다”며 “다만 일부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세력의 경우 경영권을 취득하기 위해 규정을 악용해 허위 소송이나 고소를 해 거래정지나 상장폐지를 압박하거나, 지분보유 목적을 허위 신고해 당국의 조사를 받기도 해 소액주주들의 주의를 요한다”고 당부했다. 

김민기 자본시장 연구위원은 “보통 경영 참여형으로 바꾸게 되면 뭔가 개선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거니까 주주 가치 제고 측면에서는 앞으로 더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다만 다른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하는 거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판단을 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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