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선언 40년‧신경영선언 30년…‘뉴 삼성’ 구상은
[이재용 회장 취임 1년] ②
추모 분위기 속 조용한 1주년
일부에선 “인적 쇄신” 가능성도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이재용 회장의 ‘뉴 삼성’ 구상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별도의 취임사를 내놓지 않았던 이재용 회장이 올해 유례없는 위기에 봉착한 삼성이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현재로선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 별세 3주기 추모 분위기 속에 조용한 취임 1주년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삼성 역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을 지나고 있는 만큼, 이재용 회장이 취임 1주년에 뉴 삼성에 관한 구상을 밝힐 수도 있다”는 말도 있다. 일부에선 “12월 초로 예상되는 사장단 인사에서 다소 과감한 변화가 예상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사법 리스크에 막힌 ‘뉴 삼성’
재계 안팎에선 “이재용 회장이 취임 1년간 국내외에서 현장 경영을 이어갔지만,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로 1년을 보냈다”는 평가가 많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10월 27일 회장 취임 당시 별도의 취임사를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고 이건희 선대 회장 2주기인 작년 10월 25일 열린 사장단 간담회에서 밝힌 소회와 각오를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당시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이재용 회장은 미래 기술과 이를 만들어 낼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할아버지인 고 이병철 창업자 시절부터 이어진 삼성의 인재‧기술 중시를 언급한 것인데, 자신만의 구체적인 경영 구상은 밝히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10월 2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바 ‘부당 합병 의혹’ 등에 대한 재판에 출석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이재용 회장은 회장 취임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 만들어 보겠다”며 “많은 국민들의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는 피력했지만, 삼성 경영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재계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 최대한 신중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용 회장은 할아버지인 고 이병철 창업자의 ‘도쿄 선언’ 40주년에도 아버지인 고 이건희 선대 회장의 ‘신경영 선언’ 30주년에도 별도의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고 이병철 창업자가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한 도쿄 선언 40주년과 관련해선 40주년 하루 전에 현장 경영에 나선 것이 전부였다. 이재용 회장은 올해 2월 7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방문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고 언급했다. 고 이건희 선대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며 변화와 혁신의 삼성을 알린 신경영 30주년은 조용히 지나갔다. 지금의 글로벌 초일류 삼성을 만든 도쿄 선언 40주년과 신경영 30주년에조차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재용 회장은 취임 1년간 상세한 경영 구상을 밝히기보단 국내외 사업 현장을 두루 돌아봤다. 현장 경영을 통해 임직원을 격려하고 미래 사업을 발굴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명절 해외 현장 경영’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14년부터 10년째 명절 해외 현장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추석 연휴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이집트 등 중동 3개국을 방문했다. 10월 1일(현지시간)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州)에서 진행되고 있는 삼성물산 공사 현장을 점검했고, 그에 앞서 이집트 중부 베니수에프주(州) 삼성전자 공장도 찾았다. 9월 28일(현지시간)에는 삼성전자 이스라엘 연구개발 센터에 등장했다.
“등기이사 복귀” 목소리
재계에선 “삼성을 둘러싼 위기 상황 등을 고려하면 이재용 회장이 취임 1년을 맞아 등기이사에 복귀하고 책임 경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위기에 봉착한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회장이 등기이사 선임돼야 책임 경영도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책임 경영을 통한 명확한 방향 설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지금 같은 위기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며 “삼성의 선대 회장 시절처럼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고, 그런 측면에서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선은 12월 초로 예상되는 삼성 사장단 인사로 쏠린다. 지난해 12월 단행된 인사에선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장(사장) 중심의 이른바 ‘투 톱 체제’가 유지돼 ‘안정 속 혁신’의 인사로 평가됐다. 올해 인사에서 한종희‧경계현 투 톱 체제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일부에선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사업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변화와 혁신 차원에서 다소 과감한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 취임 1년을 기점으로 단행되는 사장단 인사라, 조직이나 인력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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