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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탈출’ 간절한 CJ ENM, 이선균 ‘마약 투약’ 의혹에 울상 된 까닭 [이코노Y]

칸 다녀온 극장가 기대작 ‘탈출’…이선균 논란에 불확실성↑
‘탈출’에 180억원 투자한 CJ ENM, 실적 반등 카드 상실
티빙 차입금 상환 임박에 자회사 매각도 난항…유동성 ‘빨간불’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한 장면. [제공 CJ ENM]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적자 ‘탈출’이 간절한 CJ ENM이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올해 하반기 ‘반전 카드’로 꼽힌 기대작이 배우 이선균씨의 ‘마약 투약’ 의혹으로 연내 개봉이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개봉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23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이씨가 주연 배우로 출연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탈출: PROJECT SILENCE·이하 탈출) 제작진은 개봉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날 경찰이 마약 투약 의혹을 받는 이씨를 형사 입건하면서 사실상 연내 개봉은 물 건너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씨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 등 혐의로 입건되면서 내사자(입건 전 조사자)에서 정식 수사 대상자인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180억원 투입했는데…‘공염불’ 된 탈출 계획

영화 ‘탈출’의 메인(주요) 투자사는 CJ ENM이다. 업계에선 영화 ‘탈출’의 총제작비가 200억원 수준이고, CJ ENM이 순제작비로 투입한 금액은 약 180억원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J ENM이 투자·배급·제작(CJ ENM 스튜디오스) 모두를 맡았다. 영화 ‘탈출’은 이미 모든 촬영이 끝난 작품으로,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 개봉을 준비하고 있었다.

영화 ‘탈출’은 적자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CJ ENM의 ‘반전 카드’ 중 하나라도 꼽혔다. 개봉 전부터 흥행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주목을 받았다. 현지 반응도 호평 일색이었다. 칸 영화제 비경쟁 초청작으로 처음 상영된 후 약 4분간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개봉 전 상영 계약이 논의된 국가만 140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케이프라이트 픽처스·해피넷 팬텀 스튜디오 등 해외 유명 배급사들의 관심도 한 몸에 받았다. 당시 영화 ‘잠’도 초청되며 이씨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무대에 두 번 오르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CJ ENM 입장에선 ‘뼈 아픈’ 대목이다. 현재 급격한 경영 악화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CJ ENM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9490억원, 영업손실 503억원을 올렸다. 올 2분기에도 매출 1조489억원, 영업손실 304억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누적 당기순손실만 2197억원이다.

CJ ENM은 사업 부문을 ▲미디어플랫폼 ▲영화·드라마 ▲음악 ▲커머스로 분류하고 있다. 회사의 적자는 이 중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자회사 티빙 등이 포함되는 ‘미디어플랫폼’과 ‘영화·드라마’ 부문 사업이 악화하면서 심화했다. 구체적으로 올 2분기 미디어플랫폼 부문은 매출 3428억원, 영업손실 299억원을 기록했다. 영화·드라마 부분은 이 기간 매출 2296억원, 영업손실 311억원을 올렸다.

영화 ‘탈출’의 불확실성 증대는 그래서 CJ ENM에 ‘직격탄’으로 작용한다. 영화 ‘탈출’의 손익분기점은 400만명 수준인데, 그간 평가를 고려하면 이를 가볍게 넘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영화·드라마 부문의 수익성 개선 최대 카드가 이씨의 ‘마약 투약’ 의혹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만약 수사 현황에 따라 개봉 자체를 포기한다면 CJ ENM은 순제작비로 투입한 약 180억원을 고스란히 손실 반영해야 한다. CJ ENM의 2023년 3분기 실적 발표는 오는 11월 8일로 예정돼 있다.

물론 CJ ENM이 영화 ‘탈출’의 공개 방법을 불확실성이 큰 극장 개봉보다 OTT 직행을 택할 수 있다. 이 경우, 손해를 보진 않겠지만 대규모 수익 역시 포기해야 한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그간 대외 평가를 고려하면 영화 ‘탈출’ 극장 개봉은 충분히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 많다”며 “OTT 직행은 CJ ENM 입을 쓰게 만드는 결정일 것”이라고 평했다.
CJ ENM 2023년 2분기 영화·드라마 사업 부문 실적 요약. [제공 CJ ENM]

단기차입금 상환일 도래…더 뼈아픈 ‘탈출’

CJ ENM의 경영 상황을 고려하면 영화 ‘탈출’의 불확실성 증대는 더 치명적이다. 영화 ‘탈출’은 당초 연내 공개를 염두에 뒀으나, 최근 극장가 위축으로 내년 개봉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 현금 유동성 악화가 예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탈출’의 부재가 CJ ENM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CJ ENM은 경영 악화가 시작되자,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흑자를 올리지 못한 자회사 ‘티빙’과 지난 6월 30일 단기 차입 계약을 체결한다. 운영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당시 600억원을 빌렸는데, 이때 상환 날짜를 오는 12월 29일로 설정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600억원을 연말에 갚아야 하는 CJ ENM 입장에선 내년 ‘캐시카우’(Cash Cow·수익창출원) 역할을 할 영화의 개봉 불투명은 치명적일 것”이라며 “연말 차입금 상환 뒤 떨어진 현금 유동성을 개선할 사업 요인 중 하나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콘텐츠 분야는 트렌드에 맞는 결과물을 제때 내는 게 중요한데, 이는 선제적 투자를 전제로 한다”며 “투자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게 현 CJ ENM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CJ ENM이 자구책으로 마련한 자회사 매각도 연내 매듭이 불투명하다. CJ ENM은 5년간 자회사로 두고 있던 빌리프랩의 지분 모두를 지난 9월 하이브에 넘기기로 결정한 바 있다. 빌리프랩의 지분 51.5%를 넘기는 대가로 1500억원 확보하고, 이를 통해 경영난을 끊어내겠단 취지다.

빌리프랩은 아이돌 ‘엔하이픈’의 소속사다. 탄탄한 팬덤을 구축한 엔하이픈의 수익성을 고려하면 ‘뼈아픈 매각’이란 평가가 업계 전반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마저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확한 자료 제출’을 이유로 기업 결합 심사 기간을 연장하면서 연내 종결이 불투명한 상태다. 지분 매각에 더해 영화 ‘탈출’의 개봉도 불확실해지면서 내년도 현금 유동성 개선에 빨간불이 들어왔단 분석도 나온다. CJ ENM 순차입금은 올 상반기 2조6583억원을 기록했다.

CJ ENM 관계자는 “이씨의 수사 과정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영화 개봉 일정은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배우 이선균씨.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한편 이씨의 ‘마약 투약’ 의혹에 따른 사업적 피해는 CJ ENM뿐 아니라 콘텐츠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이씨가 주연 배우로 제작된 영화 ‘행복의 나라’ 역시 촬영이 지난해 2월 끝났고, 현재 후반 작업 중이다. 제작진은 마약 투약 의혹이 대외에 알려진 후 개봉 일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출연을 확정했던 드라마 ‘노웨이아웃’은 두 영화와 비교해 상황이 그나마 낫다. 아직 촬영을 본격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 제작사는 LG유플러스의 콘텐츠 전문 계열사 ‘스튜디오 X+U’다. ‘노웨이아웃’ 제작진은 소속사와 상의 후 이씨의 하차를 결정, 최근 이를 공식화했다.

광고계에서도 ‘이씨 지우기’가 한창이다. 맞춤형 영양제 브랜드 셀메드는 이씨가 진행하던 광고와 관련 내용을 홈페이지에서 모두 없앴다. 이씨와 그의 아내 배우 전혜진씨가 같이 등장한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아이러브 ZEM’ 광고 영상도 내려갔다.

이씨 소속사인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입장문을 통해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으며, 앞으로 진행될 수 있는 수사기관의 수사 등에도 진실한 자세로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씨 측은 “이 사건에 연루된 인물로부터 지속적인 공갈, 협박을 받아왔다”며 인천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알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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