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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말고 횬다이요”...일본에서 마주한 K-자동차의 현실[백카(CAR)사전]

작년 아이오닉 5·넥쏘로 일본 승용 시장 재진출
누적 판매 700여대...실제 도로에서 보기 힘들어

자동차 산업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쉴 새 없이 신차가 쏟아지고, 하루가 다르게 기술 수준이 발전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자동차 관련 정보는 정말 방대합니다. 그래서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지식을 모아서 정리한 책인 백과사전처럼 ‘백카(CAR)사전’ 코너를 통해 자동차와 연관된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일본 나고야의 밤 거리. 현대차 로고가 달린 차를 볼 수 없었다. [사진 이지완 기자]
[도쿄(일본)=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현대모터스(현대자동차)를 아시나요?”

지난 25일(현지시간) 오전 8시 재팬모빌리티쇼 2023 프레스 데이가 진행된 도쿄 빅사이트(국제전시장). 현장에는 다양한 지역에서 모인 언론사, 인플루언서,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프레스 데이 시작 전 별도 공간에 마련된 프레스 센터. 젊은 남녀부터 나이가 있어 보이는 중년 남성까지 대부분의 언론 종사자들은 현대차를 인지하고 있었다. 물론 이들의 답은 큰 의미가 없다. 재팬모빌리티쇼 취재를 왔다는 것은 자동차 관련 전문 지식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 진행 요원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현대차를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말이다. 닛산 진행 요원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던 한 남성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재팬모빌리티쇼 현장 진행 요원인 요시노라는 여성은 현대차를 모르는 모습이었다. 그는 “저는 사실 차를 잘 모른다”고 했다. 또 다른 재팬모빌리티쇼 현장 진행 요원인 한 남성은 아이오닉 5를 얘기하자 “그게 한국 차냐”라고 되물었다.

특히 현장에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현대’(Hyundai)라고 말하면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부는 일본 브랜드인 혼다(Honda)로 오해하기도 했다. “한국, 현대, 현다이, 횬다이” 등을 연달아 외치고 나서야 “아, 횬다이”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현대차도 사명이 정확한 발음으로 불리지 않는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현대차 일부 해외법인에서는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다. 지난해 현대차 영국법인이 유튜브를 통해 ‘현대’ 발음 제대로 알리기 캠페인을 진행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일본 올해의 수입차를 수상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사진 현대자동차]

아직 갈 길이 먼 국내 1위 자동차

현대차는 일본 내에서 신생 브랜드에 가깝다. 2001년 일본 승용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현대차는 8년 뒤인 2009년 판매 부진 등으로 철수했다. 이후 12년 만인 지난해 무공해차(ZEV), 온라인 판매 등 차별화 전략을 내걸고 일본 승용차 시장 재진출에 나선 상태다.

현대차는 이달 기준으로 순수 배터리전기차(BEV) 아이오닉 5와 수소연료전지차(FCV) 넥쏘를 일본 현지에 판매 중이다. 아직은 판매 가능 모델이 적지만, 지속적으로 친환경 제품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현대차는 다음 달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 일렉트릭(EV)을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일본 승용차 시장에 재진출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재팬모빌리티쇼를 위해 나고야, 도쿄 등에서 머무는 동안(2박 3일) 현대 로고가 달린 자동차를 본 것은 딱 한 번뿐이었다. 그마저도 상용차인 버스였다. 현대차 승용 모델은 단 한 대도 보지 못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지금의 상황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판매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주력 모델인 아이오닉 5는 지난해 ‘일본 올해의 차 2022~2023’에서 ‘올해의 수입차’를 수상하며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기대와 현실은 달랐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해 승용차 부문 판매 실적은 총 518대였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누적 판매 대수는 264대에 불과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자국산 브랜드의 선호도가 매우 높은 시장”이라며 “BMW, 메르세데스-벤츠 정도만 현지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 정도로 진입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타 국가보다 전동화 전환이 느리다. 전동화에 집중하고 있는 현대차는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본 시장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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