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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갑질’에 티빙 응원했는데…웹 결제 중심 ‘가격 인상’

티빙, 신규 가격 정책 발표…웹 결제 구독료, 앱 수준으로 인상
‘인앱결제 수수료’ 고려하면 되레 웹 판매 가격 높아 ‘논란’
“번거로워도 웹 결제 고집했는데…티빙 응원한 마음 후회”

티빙이 웹 구독자를 대상으로 구독료를 일괄 상승한다. [제공 티빙]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국내 대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표방하는 티빙이 악수를 뒀다. 이용자 사이에선 “선의의 소비자를 바보로 만들었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달라진 정책에 따른 가격 인상이 ‘사이트(웹) 결제 구독자’에만 집중돼 있어 차별적 요인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티빙은 가격 정책을 전반적으로 변경한다고 31일 밝혔다. 웹 결제와 애플리케이션(앱) 결제 금액이 완전히 같아지도록 제도를 바꾼 게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새로운 가격 정책은 오는 2024년 3월부터 본격 도입된다.

회사는 그간 구글·애플에서 떼가는 수수료를 고려, 결제 채널별 이용 금액을 달리 책정했다. 웹·앱 간 소비자 결제 금액이 달랐단 의미다. 이 제도를 손봐 ‘웹 결제 이용자’를 대상으로 기대 수익을 높이겠다는 게 회사 측 의도다.

구글·애플 인앱결제 시 통상 30% 안팎의 수수료가 붙는다. 티빙과 같은 앱 기반 콘텐츠 플랫폼 기업 대다수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구글·애플이 부과하는 결제 수수료는 경영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높다. 이 때문에 인앱결제 수수료 일부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식의 가격 정책이 확산했다. 수수료 일부를 가격에 미리 반영, 수익 감소를 최소화하겠단 취지다. 이들 기업은 앱 결제 가격 인상 당시 “수수료 갑질을 진행하고 있는 구글·애플이 문제”라는 점을 제도 변경의 명분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티빙 역시 마찬가지의 논리로 앱 결제 가격을 높였다.

이들 기업은 다만 앱 결제를 거치치 않는 소비자에겐 ‘정상적 가격’을 받아왔다. 웹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앱 결제 가격보다 통상 20~30% 정도 저렴했던 이유다. 웹 가격은 일반적으로 ‘앱 결제액에서 인앱결제 수수료를 제외한 값’과 비슷하게 책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앱 마켓을 운영하는 구글·애플의 ‘수수료 갑질’에 반감을 지닌 선의의 소비자가 웹 결제를 주로 이용해 왔다”며 “인앱결제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에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 ‘합리적 소비’ 측면에서도 웹 결제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플랫폼 기업 입장에선 웹·앱 결제를 통한 기대 수익은 같다. 그러나 소비자 이용 가격은 달라 다소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웹 결제 방식을 선호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단 설명이다.

불문율 깬 티빙에 소비자 “배신감 느낀다”

티빙은 콘텐츠업계에서 과도한 수수료에 대응해 도입한 ‘웹·앱 결제 차등 가격’이란 불문율을 깼다. 티빙을 2년간 이용했다는 A씨(36)는 “수수료로 갑질하는 구글·애플에 내 돈이 전달되는 게 싫기도 했고, 국내 콘텐츠 기업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강했다. 번거로워도 웹 결제를 고집한 이유”라며 “이런 소비자 마음을 완전히 무시한 티빙의 새로운 가격 정책에 배신감까지 든다”고 말했다.

티빙이 신규로 도입하는 정책은 신규·기존 가입자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현재 웹 결제 기준으로 월 구독료가 ▲베이직 7900원 ▲스탠다드 1만900원 ▲프리미엄 1만3900원으로 책정돼 있다. 앱 마켓을 통해 결제하면 월 구독료는 ▲베이직 9000원 ▲스탠다드 1만2500원 ▲프리미엄 1만6000원이다. 웹 구독자라고 하더라도 이제 가격이 인앱결제와 완전히 같아진다. 변경된 가격은 2024년 3월 구독료부터 청구된다.

티빙은 2024년 1월부터 3월까지 기존 가입자를 대상으로 구독료 변경에 대한 사전 동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구독료 변경에 사전 동의한 가입자를 대상으론 2024년 5월까지 최대 3개월간 기존 요금으로 티빙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신규 가입 조건은 이보다 비싸다. 오는 12월 1일부터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론 월 구독료가 ▲베이직 9500원 ▲스탠다드 1만3500원 ▲프리미엄 1만7000원으로 인상된다. 이 가격은 웹·앱 모두 동일하다. 인앱결제 수수료에 따른 웹 구독료 할인이 신규·기존 가입자 모두 적용되지 않는 구조다.

이 같은 변경을 두고 일각에선 ‘같은 상품의 가격이 달라진 것’이란 지적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앱결제 수수료를 고려하면 판매 기업의 수익은 앱·웹 모두 비슷한 수준”이라며 “티빙의 신규 정책은 소비자 입장에선 앱·웹의 가격이 같지만, 회사 입장에선 웹에서 같은 상품을 약 30% 정도 더 비싸게 파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격 인상은 가입자 이탈을 가속하는 대표적 요인이다. 티빙은 이에 대응해 국내 OTT 운영사 중 최초로 광고형 요금제(AVOD)도 출시한다. 이외에도 ▲실시간 라이브(LIVE) 채널 무료 제공 ▲다운로드 기능 도입 ▲프로필·TV앱 확장 ▲라이브러리 강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광고형 요금제 금액은 5500원으로 설정됐다. 다른 상품과 비교해 저렴하지만, 광고를 시청해야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실시간 라이브 채널은 올해 12월 1일부터 무료로 제공된다.

티빙 관계자는 이번 가격 정책 변화에 따른 소비자 불만에 대해 “이용자 부담을 최대한 완화하면서도 경영 안정화를 위해 택한 방식”이라며 “웹·앱 결제 가격이 같은 국내외 플랫폼도 다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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