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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완성차 토요타...시작은 섬유 회사였다고?[가봤어요]

방직기 만들던 회사에서 자동차 제조사로 변신
과거·현재·미래가 담긴 쿠라가이케·산업기술 기념관

토요타 쿠라가이케 기념관 입구에 놓인 방직기. 쿠라가이케 기념관의 미야코 요리야스 부관장이 방직기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이지완 기자]
[나고야(일본)=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일본의 토요타자동차는 전 세계에서 연간 1000만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는 명실상부 글로벌 1위 완성차업체다. 지난해 세계 3위에 오른 현대차그룹보다 두 계단이나 더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토요타는 국내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수입차 브랜드다. 이 회사의 상위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렉서스도 우리에게 친숙하다. 다만 우리는 토요타가 어떤 회사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방직기 개발로 시작해 자동차 제작으로

지난 24일(현지시간)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는 일본을 넘어 전 세계에 뿌리내린 완성차업체 토요타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펴봤다. 토요타 쿠라가이케 기념관,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을 통해서 말이다.

먼저 방문한 곳은 토요타 창립자 토요다 키이치로의 업적을 살펴볼 수 있는 쿠라가이케 기념관이다. 아이치켄 토요타시에 위치한 이 기념관은 토요타의 자동차 누적 생산대수 1000만대 달성을 기념해 1974년 9월 설립됐다. 1937년 토요타라는 자동차 회사가 설립된 이후 37년 만의 일이다.

쿠라가이케 기념관 내부로 들어서자 미야코 요리야스 부관장이 안내를 시작했다. 그는 전시관 입구에 놓인 2대의 방직기를 가장 먼저 설명했다. 토요타에게 이 기계는 매우 특별하다. 우리는 토요타를 자동차 회사로 알고 있지만, 그 시작은 섬유 회사였다.

토요타를 자동차 회사로 탈바꿈시킨 인물이 토요다 키이치로다. 그의 아버지인 토요다 사키치는 방직기 국산화로 일본 기계 산업의 근대화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미야코 요리야스 부관장은 “(방직기를 살펴보면) 중요한 부분을 제외하고 모두 목재를 썼다”면서 “이를 통해 기존 대비 20분의 1 수준으로 가격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요다 사키치의 방직기 2대를 통해 우리는 토요타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자동차를 생산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토요타의 철학은 ‘고객 중심’과 ‘효율’이다. 토요타는 불필요한 낭비를 지양한다. 필요 이상의 것이 더해지면 비용이 높아진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1936년 출시된 토요타의 첫 번째 승용차 AA. [사진 이지완 기자]
토요타 쿠라가이케 기념관에 전시된 섬유 공장의 모형. 미야코 요리야스 부관장은 이 곳에서 어떻게 차를 개발하게 됐는지 설명했다. [사진 이지완 기자]
전시관 내부에는 1936년 처음으로 출시된 토요타의 첫 번째 승용차 AA부터 1955년 일본 현지에 자국산 승용차의 붐을 일으킨 토요펫 크라운까지 다양한 차량이 전시돼 있었다. 이를 본 일부 기자들은 “지금 출시해도 손색이 없는 디자인”이라고 극찬했다.

이는 토요다 카이치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뉴욕 유학, 1923년 관동대지진을 겪으면서 국산 승용차 제작이라는 꿈을 갖게 됐다고 한다. 미야코 요리야스 부관장은 “카이치는 10여 명의 기술자를 채용해 방직기 공장의 가동이 멈춘 저녁, GM의 쉐보레 모델을 분해하며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토요타의 핵심 생산 시설인 코로모 공장을 축소해 놓은 모형도 눈길을 끌었다. 공장 주변에는 기숙사, 사택, 병원 등 다양한 생활 시설이 자리잡고 있었다. 토요타가 추구하는 ‘사람 중심’ 철학이 느껴졌다.

잦은 고장으로 신뢰도 없던 회사에서 글로벌 1위로

토요타의 과거를 품은 곳이 쿠라가이케 기념관이라면, 산업기술 기념관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나고야시 니시구에 위치한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은 1994년 6월 토요다 사키치가 자동직기 연구개발을 위해 세운 시범 공장의 건물을 활용해 만들 공간이다. 기술 혁신과 산업 발전이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해당 기념관을 만들었다는 게 토요타 측 설명이다.

산업기술 기념관은 섬유기계관과 자동차관으로 구분된다.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는 자동차 사업 창업기, 시대를 내다본 차량 개발, 개발 기술, 생산 기술, 토요다 키이치로 등 5개 공간으로 구성된 자동차관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개발 기술과 생산 기술을 소개하는 공간이었다. 토요타가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때부터 이어져 온 기술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대량 생산이 시작된 최초의 공장과 코로모 공장 일부를 재현한 모습 그리고 주조, 단조, 가공 및 용접, 도장, 조립 등 생산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공간에서 제대로 된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토요타의 의지가 느껴졌다.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에 전시된 차량 품질 평가 설비. [사진 이지완 기자]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에 전시된 자동화 설비. [사진 이지완 기자]
토요타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차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했을 것이다. 토요타의 첫 번째 승용차인 AA 이전에 만든 픽업트럭으로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설계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8개월 만에 끝낸 픽업트럭은 준비 기간이 짧았던 만큼 각종 결함이 속출했다. 이로 인한 고객 불만도 상당했다고 한다. 이는 훗날 토요타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인 고객 제일주의의 밑바탕이 됐다. 이런 배경을 듣고 나니 자동차관에 전시된 전시물들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자동차관의 맨 끝에는 사업 초기 망치 등으로 부품을 찍어내던 구형 설비부터 첨단 로봇으로 자동화된 설비까지 토요타 생산 기술의 진화 과정이 담겨 있었다. 그 옆에는 최근까지 출시된 토요타의 차들이 전시돼 있었다. 토요타의 기술 발전과 이를 통해 세상에 나온 차들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토요타의 헤리티지(유산)을 살펴볼 수 있는 산업기술 기념관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공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막대한 운영비가 들어감에도 토요타가 이를 유지하는 이유일 것이다.

토요타 산업기술 기념관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는 연간 40만명, 이후에는 20만명 정도가 이 곳을 다녀갔다”면서 “현재 하루 최대 4000명 이상이 방문 중이다. 올해는 연간 30만명 정도가 이 곳을 다녀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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