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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젤리나 졸리도 고민한 ‘유전성 유방암’…Y염색체 완전 해독 의미는

[생로병사 마지막 퍼즐 Y염색체] ①
네이처, Y염색체 염기서열 분석한 연구 공개
다양한 유전성 질환 치료제 개발 가능성 높아져

사람은 23쌍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이 염색체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생로병사의 비밀을 풀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우리 몸은 세포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세포 속에는 모두 같은 디옥시리보핵산(DNA)이 들어있다. 손과 귀, 입 등의 세포 속 DNA가 모두 같다는 뜻이다. 암세포는 이런 세포 속 DNA에 돌연변이가 생겨 누적되면 나타난다. DNA는 자외선과 화학물질 등 외부 자극을 받으면 염기서열이 바뀌거나 없어진다. DNA를 잘 분석해 어떤 부위에 돌연변이가 나타났는지 밝혀내려는 연구가 활발한 이유다.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도 10년 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신에게 유방암이 잘 생길 수 있다는 소견을 듣고 수술을 받았다. 그는 여러 차례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는 점을 밝혀왔고, 미리 유방을 제거해 암이 발생할 가능성을 줄인 것이다. 문제가 된 유전자는 유전성 유방암 유전자인 BRCA1. 이 유전자는 외부 자극으로 손상된 DNA를 복구해 우리 몸을 보호한다. 하지만 돌연변이가 생기면 암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 약해진다.

다양한 인구 집단의 Y염색체 비교…과학계 주목

앤젤리나 졸리는 자신의 BRCA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다는 점을 알고, 암 발생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수술을 받았다. 통상 암이 발생한 뒤 항암치료를 하는 대신 미리 암이 발생할 요인을 제거한 것이다. 이같이 유전성 질환은 DNA를 잘 분석하면 환자가 여러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돕는다. 같은 유방암이라고 하더라도 발병 원인에 따라 다른 치료 방법을 선택해 더 빠르고 수월하게 암을 치료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이런 유전성 질환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여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에 사람의 성염색체인 Y염색체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연구가 공개되면서다. 사람의 성염색체는 X와 Y염색체 두 가지다. 이 중 Y염색체는 남성을 결정하는 염색체로, 유전정보가 모두 해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Y염색체는 DNA의 정보가 뒤엉켜 있어 해독하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를 통해 Y염색체의 유전정보를 분석하게 돼, 남성이 암에 잘 걸리는 이유 등을 추가로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연구기관은 미국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다. 이 기관의 애덤 필리피 박사 연구팀은 유럽계 남성의 Y염색체를 구성하는 염기 6246만29쌍을 해독한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3000만개 이상의 염기쌍 서열도 추가해 여러 유전자 계열의 구조도 밝혔다. 새로운 단백질 정보 유전자 41개도 확인했다. NHGRI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한국인 과학자 이아랑 박사가 이 논문의 제1 저자로 참여했다.

미국 잭슨의학연구소의 찰스 리 박사 연구팀도 다양한 인구 집단에 속하는 남성 43명의 Y염색체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 중 3명의 Y염색체만 완전히 분석했지만, 다양한 인구 집단의 Y염색체를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네이처는 이들 연구 결과가 18만3000년에 걸쳐 진화한 사람의 Y염색체에 어떤 유전적 변이가 나타났는지 밝혔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DNA 염기서열과 특징, Y염색체의 복잡한 구조와 분자 메커니즘에 대한 통찰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Y염색체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구조. 구간이 50%가량 반복돼, 그동안 분석되지 못했다. [사진 네이처]
Y염색체를 해독하는 일은 왜 중요할까.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Y염색체가 줄어드는데, 이런 특징이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서다. 실제 남성은 여성과 비교해 암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국내의 경우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암 발생률(연령 표준화 발생률)은 남성 563.8명, 여성 435.6명이다.

음주나 흡연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청소년도 남성이 여성보다 암에 잘 걸린다. 또한 Y염색체가 줄어들면 심장질환과 알츠하이머병 등 여러 질환이 발생할 위험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남성은 X염색체와 Y염색체가 각각 1개씩 있어 유전성 질환에 치명적이기도 하다. X염색체를 2개 지녀 결함이 발생했을 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여성과 달라서다.

유전체(게놈) 지도를 완성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유전체 지도는 유전자가 사람의 몸에서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보여주는 자료다. 지난 2003년 인간게놈프로젝트(HGP)를 통해 사람의 유전체를 분석한 유전체 지도가 처음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 유전체 지도가 나올 당시 분석하기 까다롭고 기능이 분명하지 않은 일부 부위는 충분히 규명되지 못했다. 이후 HGP는 지난 2022년 완전한 형태의 유전체 지도를 다시 공개했다. 사람의 유전정보를 분석한 자료인 만큼 다양한 유전성 질환의 치료제가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다만 유전체 지도가 완성됐다고 모든 유전성 질환을 정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전체 지도를 바탕으로 한 여러 연구가 다양한 치료 방법이 돼 환자들이 다다르기까지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유전자의 작동 방식이 복잡하고 유전정보를 제외한 여러 습관과 환경 등이 질환의 발병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Y염색체의 유전정보가 사람의 어떤 특징과 연관되는지 밝혀야 하고, 이런 특징이 특정 질환과 관련 있는지도 연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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