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른자 땅' 청담도 PF 위기...금융권 부실로 번질까
청담동 브릿지론 EOD 위기…새마을금고 자금회수 의지 커
선별적인 만기연장·재구조화…부실 사업장 정리 가능성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최근 서울 강남구 ‘노른자 땅’인 청담동 프리마호텔 개발 사업마저 브릿지론 만기 연장이 어려워지면서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선순위 대주단인 새마을금고가 브릿지론 만기 연장에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면서 PF 사업장의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대주단협약으로 정상화가 진행 중인 187개 사업장 곳곳에 새마을금고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어 부동산 PF 부실 문제가 금융권 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프리마호텔을 아파트와 오피스텔로 개발하는 ‘르피에드 청담’의 브릿지론이 지난 18일 만기 연장에 실패해 기한이익상실(EOD) 위기에 처했다. 총 4640억원 규모 르피에드청담 브릿지론의 약 39%(1800억원) 자금을 선순위로 지원한 새마을금고가 만기연장에 반대하면서다.
이번 브릿지론에 대주단으로 참여한 금융회사는 새마을금고를 포함해 하나캐피탈·우리금융캐피탈 등 다수 캐피탈사와 NH투자증권·KB증권 등 증권사,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등 총 26개에 달한다.
해당사안은 조정위원회에 상정되어 최종 EOD 발생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음 달 15일까지 채권자 간 협의를 통해 만기 연장 여부를 확정해야 한다. 만약 대주단협약 실패에 따라 후순위로 부동산 PF에 참여한 금융사가 타격을 입는다면 금융회사 전반의 부실 문제로 확산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만기 연장 불발 시 브릿지론은 EOD를 선언하고 토지 공매로 자금을 회수한다. 선순위 채권자인 새마을금고는 이를 통해 원금 회수가 가능하지만, 후순위로 참여한 캐피탈사나 저축은행 등은 투자금을 잃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증권사와 은행 펀드를 통해 약 1300억원의 자금을 보탠 개인 투자자들까지 원금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어 손실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시장에서는 새마을금고 발(發) 연쇄 파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급등으로 건전성관리에 비상이 걸린 새마을금고가 자금회수 의지가 커 협의가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문도 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마치 2011년 저축은행PF 부도 사태와 같은 양상으로 가고 있어 심히 우려 된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해당 사업장은 입지적으로 우수한 곳이고 대주단협약 대상이었기에 시장에서는 이번 새마을 금고의 의사결정에 대해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신평은 새마을금고가 앞으로도 금고의 안정성 및 익스포져(위험노출액) 관리를 위해서는 선순위 대주단 지위를 활용해 사업성이 낮은 일부 사업에 대해서는 만기 연장에 반대하고, 정리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직까지는 상당규모 브릿지론이 만기 연장을 통해 부실화가 지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 선별적인 만기연장과 재구조화로, 부동산PF 시장의 기조가 변할 경우 미루어 두었던 부실이 빠르게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새마을금고가 정상 사업장에서까지 무리하게 엑시트(자금 회수)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정상적인 사업장에 만기 연장을 반대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새마을금고 측은 이번 청담 사업장은 올해 이미 두 차례 만기 연장을 한 건으로 청담동이라도 분양이 되지 않으면 사업성이 없다고 생각해 만기 연장을 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채무 상환 노력과 사업장 개선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반대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PF 금융지원, 기준 완화 등에 엄격한 잣대를 대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터질 건 터져야 되는데 나중에 한꺼번에 터지면 충격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량사업장을 중심으로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며 “ 부실사업장까지 무차별로 지원하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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