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무산 플랜B 있나요?
[아시아나항공 항로는] ②
대한항공‧LCC 경쟁 구도 ‘여전’
“독자 생존 사실상 어려워” 진단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부 매각에 동의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해외 기업 결합 심사 속도가 빨라지겠지만, 통합 무산 우려는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양사 통합을 승인해도 미국 경쟁 당국의 심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기에 양사 통합의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통합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항공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대한 대한항공의 의지는 흔들림이 없지만, 통합을 둘러싼 국내외 변수가 많아 무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무산 이후의 상황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부채만 12조원…아시아나항공의 위험한 비행
항공업계 등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 가능성은 희박하다”라는 진단이 중론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별도 기준 상반기 말 부채는 12조원에 달한다. 변제 기한이 1년 이내인 단기 차입금 규모도 2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의 통합 이후 자금 수혈 등을 통한 정상화를 기대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일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 독자 생존 목소리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지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인식이 강하다”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추진된 이유가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 가능성이 희박했기 때문”이라며 “현시점에서 아시아나항공 독자 생존을 기대하는 논리는 무리가 많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을 위기로 내몬 국내 항공 산업 구조는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란 지적이다. 장거리 노선에서 대한항공과 경쟁력 격차에 시달리는 와중에 중·단거리 노선에선 국적 저비용항공사(LCC)의 공세를 견뎌야 하는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2013년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 이후 중국 노선 중심으로 재도약을 꿈꿨으나 2016년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라며 “이후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국적 LCC와의 경쟁에서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구조적 차원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항공과의 통합을 꾀하기 전과 지금의 항공 산업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다”라며 “아시아나항공이 홀로 시장에 나오면 위기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수 기업 거론되지만…“깜짝 등장 가능성 희박”
시장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 기업들이 거론되긴 하지만, 대체로 ‘설’에 그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나 LS그룹을 아시아나항공 인수 기업으로 거론하기도 하는데, 사실상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과 국내 항공 산업 현황 등을 고려하면 국내 유력 기업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라고 분석했다.
일부에선 “금호석유화학그룹이 정통성을 잇는 차원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다”라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이 역시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규모 자금 수혈이 전제돼야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도 가능해 보인다”라며 “항공업을 영위하지 않는 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얻는 효과보다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한 자금 부담이 더 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을 전제로 독자 생존을 이어가면서 인수 기업을 물색할 수 있다”라는 의견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에서 퇴임한 사장들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7월에 KDB산업은행 등에 빌린 7000억원 규모 차입금을 상환한 것을 근거로 “독자 생존 가능성이 있다”라는 논리를 피력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독자 생존하는 가운데 항공업 외의 분야에서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DB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또다시 공적 자금을 투입한다면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라며 “KDB산업은행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일부에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꾸라진 중국 노선이 본격적으로 살아나면 중국 노선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수익을 낼 수 있다”라는 말도 있지만, 예상만큼 중국 노선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은 상황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시아나항공 독자 생존이나 새로운 인수 기업 등장 등 모두 시장 상황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전망했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인다”라며 “현재 상황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이 이뤄지는 것이 항공 산업 관점이나 고용 안정 측면에서 최선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근로자의 고용 보장을 약속했지만, 새로운 인수 기업이 고용과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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