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작가’ 이혜민, ‘연약하지만 강한’ 마음으로 쌓아올린 단단함 [C-스위트]
[CXO의 방] 이혜민 아트민 대표, 층계 ‘段’ 비단 ‘緞’
천과 액자, 석고붕대…일상 재료들로 가치 탈바꿈
쌓고 덧대어 단단하게…‘반전과 모순’ 메시지 결합
[이코노미스트 김설아 기자] 층계 ‘段’ 비단 ‘緞’. ‘연약하지만 강한’ 마음으로 단단함을 쌓아올리다.
열다섯 살 소녀는 언니를 따라 우연히 들른 화실에서 처음 그림을 그리는 작업과 마주했다. 한국 성악계의 선구자이자 서울대 음대 교수였던 아버지의 권유로 다섯 살 때부터 첼로를 켜 왔지만,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데 답답함을 느꼈다. 반면 화실 속 사람들의 손끝에선 자유가 묻어났다. 좋은 음악을 들으며 저마다 다른 작품을 완성해 가는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다. 무대 위에 존재하는 규칙만이 정답이라고 살아온 그가 ‘첼로 활’ 대신 ‘연필과 붓’을 잡게 된 배경이다.
그렇게 마주한 그의 화폭엔 제약이 없었다. 캔버스, 붓, 이젤로 이뤄진 관습적 미술 행위를 완벽히 벗어났달까. 버려진 천과 액자, 석고붕대와 베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그의 손을 거치면 어느새 예술작품으로 재탄생됐다. 설치 작가 이혜민 아트민 대표의 이야기다.
작품은 그가 단단해지는 과정이자 미지의 영역에 대한 도전이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뒤 뉴욕대학원에서 비디오 설치를 전공한 그는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재크와 콩나무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며 층층이 쌓아 올린 쿠션 설치 작품이 그의 시그니처다. 이 대표는 연약하지만 강한 내면, 한층 한층 중첩해 이루는 커다란 꿈을 작품에 녹여낸다.
어느덧 중견 작가의 길로 접어든 그는 방배동 서래마을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매일 같이 회화와 조각, 설치의 영역을 넘나들며 작품과 시간을 보낸다. 붕대와 먹, 물감 등 다양한 재료들을 수십 번의 과정을 통해 펼치고, 붓질하고, 쌓으며 시간의 중첩을 표현해낸다. 수많은 결들이 만들어지고 그 결들이 중첩되면서 재료의 이면에 숨어 있는 단단함을 풀어내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그의 작품에는 연약하지만 강한, 버려졌지만 다시 쓰여지는 ‘반전과 모순’의 이야기가 결합돼 나타난다. “가치가 다 되어 버려지거나 연약해진 존재들을 보면 새로운 가치를 줘야겠다는 도전정신이 생겨요. 누에고치가 나비로 탈바꿈(Metamorphosis)하듯 버려질 뻔한 재료들을 빛나는 주인공으로 탈바꿈하는 것, 제 예술세계의 표현인 셈이죠.”
결국 ‘이혜민표 오브제’의 핵심은 재료에 대한 자유로운 성찰에서 얻어낸 맑은 시선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그의 작업 공간 곳곳에 어지럽게 놓인 재료들, 오랜 시간 쌓고 덧대어지는 인고의 과정 끝에 완성된 작품들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단단함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이혜민 대표는_ 1992년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뉴욕대 대학원에서 비디오아트와 설치미술을 공부했다. 현재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영은미술관, 워싱턴문화원, 갤러리 엠, 갤러리 플래닛 등에서 30여 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홍콩 바젤과 아트마이애미 등 해외 유명 아트페어에도 참가했다. 작품 활동만큼 후학양성에 힘쓰며 15년간 서울대 등 대학 강단에 서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열다섯 살 소녀는 언니를 따라 우연히 들른 화실에서 처음 그림을 그리는 작업과 마주했다. 한국 성악계의 선구자이자 서울대 음대 교수였던 아버지의 권유로 다섯 살 때부터 첼로를 켜 왔지만,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데 답답함을 느꼈다. 반면 화실 속 사람들의 손끝에선 자유가 묻어났다. 좋은 음악을 들으며 저마다 다른 작품을 완성해 가는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다. 무대 위에 존재하는 규칙만이 정답이라고 살아온 그가 ‘첼로 활’ 대신 ‘연필과 붓’을 잡게 된 배경이다.
그렇게 마주한 그의 화폭엔 제약이 없었다. 캔버스, 붓, 이젤로 이뤄진 관습적 미술 행위를 완벽히 벗어났달까. 버려진 천과 액자, 석고붕대와 베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그의 손을 거치면 어느새 예술작품으로 재탄생됐다. 설치 작가 이혜민 아트민 대표의 이야기다.
작품은 그가 단단해지는 과정이자 미지의 영역에 대한 도전이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뒤 뉴욕대학원에서 비디오 설치를 전공한 그는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재크와 콩나무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며 층층이 쌓아 올린 쿠션 설치 작품이 그의 시그니처다. 이 대표는 연약하지만 강한 내면, 한층 한층 중첩해 이루는 커다란 꿈을 작품에 녹여낸다.
어느덧 중견 작가의 길로 접어든 그는 방배동 서래마을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매일 같이 회화와 조각, 설치의 영역을 넘나들며 작품과 시간을 보낸다. 붕대와 먹, 물감 등 다양한 재료들을 수십 번의 과정을 통해 펼치고, 붓질하고, 쌓으며 시간의 중첩을 표현해낸다. 수많은 결들이 만들어지고 그 결들이 중첩되면서 재료의 이면에 숨어 있는 단단함을 풀어내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그의 작품에는 연약하지만 강한, 버려졌지만 다시 쓰여지는 ‘반전과 모순’의 이야기가 결합돼 나타난다. “가치가 다 되어 버려지거나 연약해진 존재들을 보면 새로운 가치를 줘야겠다는 도전정신이 생겨요. 누에고치가 나비로 탈바꿈(Metamorphosis)하듯 버려질 뻔한 재료들을 빛나는 주인공으로 탈바꿈하는 것, 제 예술세계의 표현인 셈이죠.”
결국 ‘이혜민표 오브제’의 핵심은 재료에 대한 자유로운 성찰에서 얻어낸 맑은 시선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그의 작업 공간 곳곳에 어지럽게 놓인 재료들, 오랜 시간 쌓고 덧대어지는 인고의 과정 끝에 완성된 작품들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단단함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이혜민 대표는_ 1992년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뉴욕대 대학원에서 비디오아트와 설치미술을 공부했다. 현재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영은미술관, 워싱턴문화원, 갤러리 엠, 갤러리 플래닛 등에서 30여 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홍콩 바젤과 아트마이애미 등 해외 유명 아트페어에도 참가했다. 작품 활동만큼 후학양성에 힘쓰며 15년간 서울대 등 대학 강단에 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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