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PD 이용하면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 확실하게 줄어든다” [이코노 인터뷰]
강지영 W&G 대표 인터뷰
SPC삼립과 NPD 프로세스 줄이는 테스트 중
식음료 넘어 뷰티·패션 분야로 확장 계획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B2C 기업의 숙명인 신제품 개발(New Product Development·NPD)에는 오랜 기간과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강지영 W&G 대표는 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원 지피디’(ONE GPD)라는 NPD 프로세스 플랫폼을 개발해 테스트하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체험했다.
컴퓨터 모니터에 뜬 플랫폼 화면은 아주 간단하다. 카테고리와 키워드만 고르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요즘 트렌드에 맞는 신제품 빵을 제안하게 된다. 베이커리빵 카테고리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키워드 중에서 통밀을 선택했다. 이후 검색 창에‘통밀을 이용한 베이커리 빵 신제품 아이디어를 5개 만들어줘’라고 작성했다. 이를 실행하는 챗GPT 버튼을 누르니 ‘문구를 생성 중입니다. 약 10~30초 정도 소요된다’는 알람이 뜨고 10여 초 만에 5가지 신제품 아이디어가 생성됐다. ‘통밀로 만든 달콤한 호빵’, ‘통밀의 건강한 맛, 무지 호빵’ 등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신제품 아이디어를 볼 수 있다. 통밀로 만든 달콤한 호빵이라는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선택하고 이를 홍보할 수 있는 마케팅 문구를 생성하라고 요청했다. ‘우리의 신제품, 통밀로 만든 달콤한 호빵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세요.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선택, 그것이 바로 우리의 통밀 호빵입니다’라는 마케팅 문구가 나왔다. 통밀로 만든 달콤한 호빵과 관련된 이미지 검색도 가능했다. 쿠팡 등의 이커머스나 오프라인 카페 등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통밀 호빵과 비슷한 제품 이미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통밀로 만든 달콤한 호빵’ 이미지를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이미지를 직접 만드는 데는 챗GPT와 2022년 출시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생성형 AI 서비스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을 함께 사용한다. 10여 초 만에 신제품 통밀로 만든 달콤한 호빵 이미지까지 만들 수 있다. 통밀빵 관련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아이디어를 내고, 마케팅 문구를 정하고, 관련 제품 이미지를 제작하는 데까지 1분이면 됐다.
“SGPD 활용해 신제품 빵 개발 기간 줄일 것”
제빵 전문 식품기업 SPC삼립이 NPD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도전에 나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에는 신제품 빵 하나 개발하는 데 3~4개월 정도 필요하고, 비용도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김은경 SPC삼립 마케팅전략실 상무는 주목받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하면 NPD 프로세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고민했다.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마케팅 및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강지영 대표를 떠올렸고 두 사람은 손을 잡았다. 김 상무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신제품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고, 강지영 대표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강 대표가 올해 초 생성형 AI를 활용한 신제품 개발 플랫폼 One GPD를 개발했다. 이를 SPC삼립의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에 접목하고 테스트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상무와 함께 NPD 프로세스를 줄이는 데 도전하는 강 대표가 개발한 NPD 프로세스 플랫폼은 ONE GPD다. 일반 생성형 AI의 빅데이터는 정제되지 않았다는 단점이 있는데, 빅데이터를 활용 분야에 맞게 정제하고 선별한 데이터로 만들어 신뢰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특히 B2C 기업이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소비자 트렌드를 신속하게 탐색하고, 이를 신제품 아이디어로 빠르게 연결하는 게 ONE GPD의 장점으로 꼽고 있다. 강 대표는 현재 베이커리의 NPD를 시작으로 음료·간편식 및 건강기능식품과 펫 푸드 분야로 ONE GPD의 활용 분야를 확장할 예정이다. 강 대표는 “현재 식음료(F&B)를 시작으로 뷰티와 패션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할 것”이라며 “2025년부터 동남아 및 중동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대표는 한국리서치와 닐슨컴퍼니 등에서 경력을 쌓으면서 데이터의 힘을 알게 됐고, 데이터 분석 및 빅데이터 컨설팅 전문가로 성장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면서 데이터의 힘을 알게 됐고,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한국리서치를 거쳐 닐슨컴퍼니에서 5년 정도 일했는데, 당시 우리가 처리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통합해서 제공하면 훨씬 넓은 분야로 진출할 수 있을 텐데, 왜 그게 안되지라는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며 3년 전 W&G를 창업한 이유를 설명했다.
전 직장에서 배웠던 데이터 분석과 기획력은 기업이 필요한 것들이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다양한 데이터와 기업이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합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기업이 요구하는 데이터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유한킴벌리·네슬레코리아·지누스 등과 협업
소비재 기업 유한킴벌리와 기업 내·외부 데이터를 융합해 의사결정에 필요한 플랫폼을 제공했고, 특정 부서에서는 강 대표가 제공한 플랫폼을 지표관리 및 주간 기획에 사용했다.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의 한국 지사인 네슬레코리아와는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이커머스 채널의 판매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한 후에 네슬레코리아 각 파트의 핵심성과지표(KPI)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의 살균 세제 기업인 유한크로락스, 글로벌 온라인 가구 판매 1위 기업인 지누스 등도 강 대표와 협업을 했다.
강 대표는 “기업 내부에는 데이터가 다양하고 많지만, 부서마다 중요하게 챙기는 데이터가 다르기 때문에 기업이 데이터 정리를 잘하지 못한다”면서 “기업들은 각종 데이터를 한눈에 보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큰데, 제가 기업 내부에 있는 각종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볼 수 있게 만들었고, 기업은 그런 점에 만족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플랫폼을 직접 개발하는 엔지니어가 아닌 데이터를 어디에서 얻고, 어떻게 분석하고, 이를 어디에 활용해야 하는지를 아는 전문가다. 그의 생각을 잘 이해하는 엔지니어를 통해 솔루션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그가 하는 역할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서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제가 생각하는 데이터 비즈니스는 온갖 데이터 속에서 보석을 찾아내는 게 1차 작업이고, 그 보석 같은 데이터를 잘 꿰는 게 내 역할”이라며 “10년 넘게 데이터를 다뤄온 경험이 있어서 W&G를 창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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