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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팔았는데 MTS 먹통” 투자자 울리는 증권사 오류

[MTS로 울고 웃는 개미들]②
증권사 전산 오류 금액 총 16억3600만원
IPO 때마다 입금 지연‧MTS ‘먹통’ 이어져
칼 빼든 금감원…“수요 조사로 사전 예방해야”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오류가 끊이지 않으면서 금융감독원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홍다원 기자] #30대 주식 투자자 A씨는 공모주 상장 당일 시초가에 주식 매도에 실패했다. 공모가 네 배에 달하는 가격에 매도 버튼을 눌렀지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먹통이 됐다. 서버가 멈추면서 주문 취소와 정정도 되지 않아 원하는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없었다. 

공모주 청약 기간에 증권사에 MTS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전산 오류가 발생했다는 고객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청약일 또는 상장 당일 접속자가 과도하게 몰리면서 시스템이 멈춘 것이다. 투자자들이 매수·매도 타이밍을 놓치면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전산 오류 보상을 받기 위해선 고객들이 손실을 입증해야 하는 등 방법이 까다롭다. 증권사들이 안전한 거래를 위해 오류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8월 증권업계에서 발생한 전산장애는 73건에 달했다. 이는 금융업권 총합(203건) 중 최대다. 이어 은행(59건), 보험(36건), 카드(20건), 저축은행(15건) 순이었다. 

증권업계 전산 오류 73건…금융업계 최다

증권업계 피해금액도 총 16억3600만원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는 지난해(42억4400만원)에 이어 올해 8월까지도 10억원이 넘는 피해를 기록했다. 피해금액이 가장 많은 증권사는 이베스트투자증권(7억5200만원), 키움증권(3억5200만원), DB금융투자(2억1700만원), 삼성증권(1억6100만원) 등이었다.

전산 오류는 주로 기업공개(IPO) 청약 과정에서 발생한다. 특히 올해 6월 26일부터 새내기주 상장 첫날 공모가가 시초가의 4배까지 거래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면서 그 횟수는 더욱 늘었다. 

DB금융투자는 지난 7월 뷰티스킨 공모주 청약 마감을 앞두고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MTS에서 전산 장애가 발생했다. 청약 증거금 입금이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DB금융투자는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 청약 마감 시간을 기존 오후 4시에서 4시 30분까지 늘렸다. 앞서 3월 바이오인프라 상장 당일에도 약 30분 간 전산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이투자증권에서도 지난 6월 상장 주관을 맡은 진영의 상장 당일 거래 지연이 발생했다. 청약 당일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거래가 늦어졌다. 투자자들이 마지막까지 청약 경쟁률을 보고 눈치 싸움을 하는 만큼 자칫 손해를 보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거래대금이 급증하면서 매매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공매도 전면 금지 첫날 주식 거래대금이 늘자 국내주식 위탁매매 점유율이 높은 키움증권 MTS에서 전산 오류가 발생했다.

지난 6일 키움증권은 자동일지 계좌연결 관련해 연결되지 않는 현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도 지난 3월 초 전산 장비 하드웨어 부품 고장으로 일시적으로 HTS와 MTS 접속이 막혔다. 

대형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에서도 서버실 전력 문제로 오류가 발생했다. 한국투자증권에서 지난 7월 접속 오류로 약 15분 간 국내 주식 거래가 되지 않았고, 해외 주식과 파생 상품은 1시간 가량 먹통이 됐다. 

IT 기반 증권사로 디지털이 무기인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도 전산 오류를 피하지 못했다. MTS를 통한 위탁매매(리테일) 비중이 높은 만큼 오히려 오류가 잦은 상황이다. 

토스증권은 지난 7월 MTS 일부 계좌에서 고객이 보유한 수익률이 1000%로 표기되는 오류가 있었다. 카카오페이증권 MTS에서도 지난 7월 오후 10시 30분부터 11시 10분까지 40분가량 해외 주식 거래 서비스가 멈췄다.

‘먹통’ 사전에 대비해야…투자자 피해 입증도 어려워

문제는 전산 오류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주식 투자자에게 돌아가지만 손해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보상이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다가 손실을 확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전산 오류 이후 매도한 내역과 당시 접속 기록 등이 필요하다. 주가는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확실한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통상 오류가 발생하면 증권사는 전산 장애 시간 중 거래량의 가중평균가격에서 실제 매도가를 뺀 금액을 보상한다.

투자자들은 언제 오류가 발생할지 모르는데 손실을 입은 상황에 증빙할 자료부터 찾아야 하는 셈이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상장 당일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주식 매도 화면 녹화’는 필수라는 조언이 오가기도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처음 기업공개(IPO) 붐이 일었을 때는 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서 (해당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전산 오류가 잦았었다”면서 “지금은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서버를 증설해 대응하고 개발 직군 채용을 늘리면서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전산 오류가 끊이지 않자 금융감독원에서도 칼을 빼들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 7개 금융업권 협회·중앙회와 공동으로 ‘금융 IT 안정성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프로그램 오류, 비상대책, 성능관리 부분에 대해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했다. 각 사는 화재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전자금융서비스가 장기간 중단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IT부문 비상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전산자원 사용량 임계치를 4단계(정상→주의→경계→심각)로 구분하고, 경계 및 심각의 징후가 발생하면 즉각 설비를 증설해야 한다. IPO 등 투자자들이 몰릴 때 기획 단계부터 고객 수요를 예측하고 시스템 처리능력을 검증하면서 사고를 사전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가이드라인 미준수 상태가 규정위반으로 이어질 경우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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